정쟁만 몰두하는 야당, 파행 방치하는 여당… 요원한 ‘청문회 혁신’

윤정선 기자 2024. 8. 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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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인사청문회로는 사상 초유로 사흘간 진행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설전과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 등 막말로 얼룩진 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간사' 표현을 '부위원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임 사무총장 임명 전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미세한 변화만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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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청문회, 이제는 바꾸자 - (上) ‘여야 정쟁의 장’ 변질
민주, 후보자 처벌 강화 개정안
前정권때와 입장 180도 바뀌어
국힘, 사소한 명칭 변경 추진뿐
개선 의지 없어 ‘국정동력 약화’
국회 과방위, 방통위 현장 검증 최민희(오른쪽)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소속 과방위원들이 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송통신위원회 현장 검증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장관급 인사청문회로는 사상 초유로 사흘간 진행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설전과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 등 막말로 얼룩진 청문회 제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런데도 여당인 국민의힘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집권 당시 제도 개선을 주장했던 더불어민주당도 ‘공수 교대’ 이후 인사청문회를 공세의 장으로 계속 악용하면서 제도 개선 가능성은 요원한 상황이다.

여당은 막말과 인신 비방이 난무한 인사청문회 개혁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6일 현재까지 국민의힘이 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단 3건에 불과하다. 개정안 내용도 인사청문회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간사’ 표현을 ‘부위원장’으로 명칭을 변경하거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신임 사무총장 임명 전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등 미세한 변화만 담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민주당이 총 17건의 관련 법안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민주당이 내놓은 관련 법안은 개악에 가깝다. 검증 대상자의 ‘신상털기’를 더 강화하고 처벌을 명시한 법안을 중점적으로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김행 방지법’이 있다. 해당 법안은 공직 후보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불출석하거나 중도 이탈한 경우 사퇴로 간주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민주당은 소득세 등 세금납부 내역을 최근 5년치에서 10년치로 기한을 확대하고, 본인은 물론 배우자 및 자녀에 관한 내용도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직후 민주당이 공직후보자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비공개 청문회로 하자는 내용을 담은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던 것과는 180도 다른 결의 법안이다.

여야가 이처럼 당파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바람에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건전한 검증이 아닌, 막말이 난무하는 정쟁용 공개청문회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가 가장 가까운 사례로,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이 방통위원장을 향해 “오늘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은 요식행위 절차로 청문회가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을 뜯어고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최 과방위원장은 이 방통위원장에게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에겐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나” 등과 같은 막말도 쏟아냈다.

파행과 막말의 인사청문회는 국정운영 동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는데도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이 방통위원장을 포함해 총 25명에 달한다. 전임 문재인 정부는 역대 최대인 34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 동의 없이 임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인사청문 후보자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신상까지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누가 공직을 맡으려 하겠나”라면서 “도덕성 검증 분리 및 비공개 등의 제도 개선이 없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모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윤정선·이은지·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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