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의 절규 “선수 보호 해달라는 것” [2024 파리올림픽]

■ 금메달 따고 폭탄발언 파장
배드민턴협회 문제 낱낱이 지적
“부상 심했는데 안이 대처 실망”
합류 불발 트레이너 놓고 갈등
협회 “일방적 결정한것 아니다”

안세영이 5일 프랑스 파리의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허종호 기자

‘우아한 엔딩’은 없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11번째 금메달을 안긴 안세영(22·삼성생명)이 시상식 후 대표팀의 시스템 전반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분노의 발언’을 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안세영은 여론이 호의적인 금메달 수확일에 그동안 축적해 놓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지적하면서 주목도를 높이려 한 것으로 분석된다.

5일(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안세영은 시상식을 마치고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냈다. 안세영은 “내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그리고 내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은 실망을 했다”면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선수육성과 훈련방식이 단식과 복식에서 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세영은 “단식과 복식은 엄연히 다르고 다른 체제에서 운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일단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뉘어야 하고 훈련 방식도 각각 체계적으로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 선수들은 개개인 스타일이 다른데 그걸 한 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전통적으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복식 종목을 중심으로 대표팀이 운영돼 왔다고도 했다. 안세영은 “항상 성적은 복식이 냈으니까 치료와 훈련에서 복식 선수들이 우선순위였다”고 했다.

현지시간으로 6일 오전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리는 한국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을 선언한 안세영은 자신의 SNS에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면서 “선수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 번 상처를 받게 된다”고 적었다.

안세영이 6일 오전 SNS에 올린 글. 안세영 인스타그램 캡처

6일 문화일보 취재에 따르면, 안세영은 오래전부터 협회와 갈등을 빚었다. 특히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부터 갈등이 심화됐다는 게 배드민턴계의 시선이다. 안세영은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협회의 진단과 안세영이 직접 받은 진단이 달랐다. 이때부터 안세영은 자신의 부상에 대해 유독 말을 아꼈다. 올림픽을 앞둔 D-30 인터뷰에서도 “다 끝나면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안세영은 무릎 부상 이후 A급 대회가 아닌 대회들까지 출전해야 하는지를 놓고서도 협회와 이견을 보였다. 안세영은 앞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 불참이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협회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과 관련해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부상 중인 선수에게 억지 출전을 요구하지 않는다”면서 “대표팀의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출전 계획을 세우고 제출, 협회의 경기력 향상 위원회에서 검토한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올린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승인한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에 대해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직후의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인 것 같은데, 당시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했다.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2개 대회를 잇달아 출전했으면 더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배드민턴계에선 이번 폭탄 발언의 배경엔 안세영의 전담 트레이너 문제가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안세영은 이번 대회에 함께 오지 못한 한수정 트레이너를 유독 따랐다. 하지만 한 트레이너는 지난 6월 말 계약이 종료됐고, 파리올림픽 합류가 불발됐다. 안세영은 작심발언 후에도 “타이쯔잉(대만)은 트레이너 2명, 코치 1명을 데리고 다니고 천위페이(중국)도 이번에 트레이너 2명을 데리고 왔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사전 캠프에선 트레이너를 지속해서 지원했다. 한의사도 파리로 보내 도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