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에 떠오른 지하주차 금지 기류…법적 문제 없나

전기차 지하 진입금지 관련 게시물 늘어나
"주차금지, 공용부분 사용권 배제…법적 근거 없어"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경찰과 소방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2일 오전 인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난 차량을 감식 하고 있다. 전날 오전 6시15분께 해당 아파트 지하 1층에서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8시간 20분 만에 진화됐다. 이 화재로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량 140여대로 피해를 입었다. 소방당국은 40여대는 불에 탔고 100여대는 그을림 피해 등을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취재) 2024.08.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인천 청라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이후 '전기차 포비아'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 아파트단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공용부분 사용권 침해로 아파트관리규약을 개정한다고 해도 법리적으로는 전기차의 지하 주차장 진입을 막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다만 지상 주차장이 존재할 경우에는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따른다.

6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이후 각종 커뮤니티에 '전기차 지하 주차장 출입금지'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3일 '우리 아파트는 전기차 출입금지 결의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달 2일에는 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차를 지상에만 주차하도록 하자는 안건을 놓고 회의가 열렸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글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 회의를 거쳐 지하 1~3층에 있는 전기차 충전 구역을 지하 1층 입구와 지상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또 당분간 전기차 신규 등록을 받지 않기로 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 화재 대비 진압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청라 화재에서 발화점이 된 전기차는 충전 중이 아닌 상태에서 화재가 발생해 공포감이 더 커졌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의 지하주차 금지는 쉽지 않다. 아파트 주차장은 집합건물의 공용부분에 해당된다. 전기차 차주는 점유자에 해당돼 주차장에 대한 사용권이 보장돼야 한다.

특히 최근 지어진 아파트의 경우, 지상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주민 투표를 거쳐 아파트관리규약을 개정하더라도 향후 민사소송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지상 주차장이 있고, 전기차의 주차를 지상 주차장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지상 주차장을 전제로 한다면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파트관리규약으로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지상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문제"라면서 "지하 주차장을 못 쓰게 하는 것은 입주민의 공용부분에 대한 사용권을 배제 시키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개인의 어떤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법에서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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