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년 내 상급종합병원 중증환자 비중 60%까지 상향”
전공의 근로의존도 현행 40%에서 20%로 줄일 것
정부가 ‘빅5’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을 현행 평균 50% 수준에서 3년 안에 60%까지 상향하고, 일반 병상은 5∼15%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근로의존도는 현행 40%가량에서 단계적으로 20%까지 줄여나갈 방침이다.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6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첫 브리핑에서 “정부는 4월 25일 의료계, 전문가, 환자·시민단체, 정부 등 각 계가 참여하는 ‘의료개혁특위’를 출범해 7월 11일까지 총 다섯차례 특위를 개최하는 등 의료개혁 논의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특위 산하에는 의료인력전문위, 필수의료·공정보상전문위, 지역의료·전달체계 전문위,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 등 4개의 전문위원회를 두고 있으며, 전문위 내에는 의료인력 수급추계, 전공의 수련, 일차의료, 지역의료, 비급여·실손 등 다양한 주제별로 소위를 운영하는 등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간 왜곡된 의료 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했다.
정 단장은 그 동안 상급종합병원의 의료 공급체계는 여러 측면에서 문제점이 제기됐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이 수행해야 하는 본래의 기능인 중증, 응급, 희귀질환자 진료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중은 평균 50%로 종합병원 이하에서도 치료 가능한 비중증 환자를 절반 가까이 진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중증환자가 오히려 상급종합병원에서
적시에 치료받을 기회를 놓칠 우려가 높으며, 종합병원 이하의 의료기관이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했다.
의료의 질 보다 진료량 늘리기, 병상 확장 등 양적 팽창에 의존해 온 문제도 지적됐다. 그는 “현장 의료진은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밀려드는 진료를 감당해야 하고, 소위 ‘3분 진료’라는 말처럼, 환자들에게는 충분한 진료를 제공하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의료인력에 비해 과중한 진료를 감당하다보니, 전문의 등 전문인력보다는 전공의에게 과의존하게 되는 문제로 이어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정 단장은 특히 “이러한 문제는 오랜기간 제기됐지만 의료 공급과 이용, 보상과 평가, 인력구조의 조정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어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해묵은 과제로 남았다”면서도 “역설적이게도,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일부 완화되고,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는 등 일부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중증수가 인상, 진료지원간호사의 안정적 업무수행을 위한 ‘간호사 업무범위 시범사업’ 실시, 경증환자의 진료협력병원 이송 등 중증 중심의 진료를 대폭 지원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상급종합병원의 급격한 진료량 감소로 인한 병원 운영의 어려움, 여전히 많은 비중증 진료, 갑작스러운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현장 인력의 소진은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이 비상진료 과정에서 변화되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속가능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병원, 의원으로 이어지는 공급구조 전반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단장은 먼저 “상급종합병원을 ‘중중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해 중증·응급환자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난치 등 적합 질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약 3년의 시간을 두고, 환자 기준으로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중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3년 뒤인 2027년에는 제6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게 되는데, 중증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의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증환자 중심 병원’으로 전환을 위해서는 현행의 중증환자 기준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료 현장 의견도 적극 수렴할 방침이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478개의 전문진료질병군은 같은 수술과 시술이라도, 환자의 연령과 기저질환, 응급도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KTAS 1~2 등 중증 환자가 응급실로 이송돼 입원하게 되는 경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에서 치료받는 중증 소아와 연령 가산이 적용되는 중증소아 수술에 해당하는 경우, 중증 암을 로봇수술로 치료하는 경우 등도 중증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보완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간의 연구 결과와 추가적인 검토를 거쳐 근본적으로 전문진료질병군 분류체계를 재정비하는 과정도 빠르게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정 단장은 상급종합병원을 지역의료 역량을 견인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중등증 이하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지역의 진료협력병원을 육성하고, 상급종합병원과의 진료 협력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로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추진 시,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 구성 등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간의 형식적 의뢰·회송체계를 전면 개편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 의뢰·회송시스템’으로의 혁신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환자나 특수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 등을 볼 수 있는 병상을 중심으로 확충해나가고, 일반 병상 규모를 감축할 방침이다.
그동안 진료량 확장에 맞추어, 일반 병상을 늘리는 운영 기조 하에서는 비중증 환자까지 입원을 늘릴 수밖에 없는 악순환 구조가 이어졌는데, 병상 감축은 상종이 중증 진료에 집중하고 양 보다는 질 제고로 방향을 전환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정 단장은 설명했다.
특히 지역과 병상의 규모, 비상진료체계 하에서 병상 감축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견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5~15% 수준의 병상을 감축할 수 있도록 추진할 방침이다.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숙련된 전문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 차질없이 전환하겠다고도 했다.
정 단장은 “전공의 공백 장기화로, 전문의 배출시점이 일부 연기될 경우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이 기존처럼 진료량 확장에 의존하고, 중증이 아닌 비중증 환자도 많이 진료하는 체계에서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의 전환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비중증 진료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진료 구조를 새롭게 전환하면서, 전문인력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적인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평균 약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절반인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 단장은 “일률적인 전공의 수련시간 단축이 아니라 현장과 전공과목 등의 현실에 맞게 조정해
현장의 충격을 줄이면서도 다양하고 밀도있는 수련을 통해 역량있는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지역의 수련병원 역량을 강화하고, 수련병원의 지도전문의 지원을 병행해 전공의들을 체계적으로 수련하는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보상구조 개편을 차질없이 추진할 방침이다.
정 단장은 “진료량 늘리기에 의존하지 않고, 중증, 응급, 희귀질환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때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중증 입원과 수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응급진료에 드는 대기시간 등의 노력과 적합질환 진료와 진료협력 등 성과를 충분히 보상하는 체계로 개편하겠다”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단시간에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시범사업 과정에서 충분히 보완하면서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정 단장은 “이를 위해 의료개혁특위의 추가적인 논의와 현장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8월 말 9월 초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빠르면 9월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 먼저 준비가 된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원하는 한편, 충분한 신청기간을 두고 많은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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