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규 칼럼] 18세 대표팀에서 보는 한국농구의 미래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지난 1일, 영광스포티움 보조체육관에서는 제79회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고등부 8강전 경기가 열렸습니다. 시즌 2관왕을 노리는 홍대부고와 첫 4강 진출을 꿈꾸는 삼일고는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펼쳤습니다.
홍대부고 박정웅(194, 3년)은 4쿼터 12득점 포함 28득점을 올렸습니다. 손유찬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8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했습니다. 삼일고에는 연장전 8득점 포함 35득점 23리바운드로 포스트를 지배한 위진석(201, 3년)이 있었습니다.
위진석은 ‘2024 FIBA U18 아시아선수권대회(이하 U18)’ 대표팀의 유일한 2미터 빅맨입니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센터가 저 혼자다. 리바운드, 스크린 등 센터 본연의 임무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다른 동료들보다 한 발짝 더 뛰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박정웅 역시 대표팀의 일원입니다. 높이와 스피드를 모두 갖춘 박정웅은 활용도가 높습니다. 정승원 대표팀 감독은 “대표팀에 2미터는 위진석 하나다. 190대가 8명인데, 다 포워드로 봐야 한다. 포워드들이 빅맨 쪽과 앞선 가드 모두 도와줘야 할 것 같다”라며 박정웅과 양종윤(192, 계성고 3년)을 언급했습니다.
보다 빅맨에 가까운 역할은 김정현(195, 명지고 3년)과 에디 다니엘(192, 용산고 2년)을 기대합니다. 힘이 좋고 버티는 수비가 되는 선수들입니다. 위진석과 포워드 4명이 코트에 나서는 것도 구상합니다. 이 경우 지난 대회보다 높이가 좋다고 정 감독은 얘기합니다.
▲ 지난 대회보다 높이가 좋다
“가드가 3명이다. 그 선수들에게 리딩을 맡기겠지만, 5분 또는 10분까지는 (포워드 선수들에게) 리딩을 맡겨볼 생각이다. 키가 작은 가드들의 부담을 줄이고, 위진석과 포드 4명이면 2022년(대표팀)보다 신장이 높다”는 것이 정 감독의 구상입니다.
포워드 5명만 코트에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팀에서 볼 핸들러 역할도 했던 선수들이 있습니다. 장혁준(194, 용산고 3년)도 그렇습니다. “장혁준, 박정웅, 양종윤 세 선수가 앞선을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다”고 정 감독은 얘기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장신 슈터입니다. 구승채(194, 양정고 3년)과 이찬영(193, 송도고 3년)은 영점만 잡히면 연속으로 3점 슛을 생산할 능력이 있습니다.
구승채는 춘계연맹전 삼일고와 경기에서 8개의 3점 슛을 폭발시켰습니다. 협회장기 광신고와 경기에서는 시즌 하이인 9개의 3점 슛을 넣었습니다. 올해 출전한 4번의 전국 대회에서 평균 3.7개의 3점 슛을 성공한 고교 최고의 3점 슈터입니다.
이찬영도 3점 슛은 지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올해 전국 대회에서 평균 3.1개의 3점 슛을 넣었습니다. 5개 이상 성공시킨 경기도 다섯 번으로 대표팀에서 가장 많습니다. 돌파와 어시스트는 구승채보다 좋다는 평가입니다.
정 감독은 “한두 명은 전문 슈터 역할을 정할 생각”입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구승채입니다. ”(구)승채가 슛 말고는 조금 약하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쨌든 성공률은 (기대할 수) 있는 선수“라고 얘기합니다. “슛이 다들 좋기 때문에 양종윤 선수나 이찬영 선수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배경한 대표팀 코치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구승채와 이찬영에게 슈터 역할을 기대합니다. 나머지 (포워드) 선수들은 공격, 수비, 리딩 모두 해줘야 합니다. 가드부터 센터까지 역할을 감당하길 기대합니다. 그럴 능력이 있는 “만능 포워드”가 이번 대표팀의 키워드입니다.
▲ 키워드는 만능 포워드
이번 대회에서 유독 포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힘과 높이입니다. 국제대회에서 경쟁해야 하는 팀은 대체로 한국보다 힘과 높이가 우월합니다. 그런데 대표팀에 2미터가 넘는 빅맨은 위진석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배 코치는 “우리 팀의 기둥”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경쟁력은 미지수입니다. 국내에서는 1, 2위를 다투는 선수지만, 국제무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드 역시 힘과 높이가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김건하(174, 무룡고2년), 이병엽(180, 경복고 3년), 손유찬(184, 홍대부고 3년)은 득점과 패스 모두 검증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매치업 상대가 다르니 변수도 고려해야 합니다. 앞선의 신장을 높이면 엔트리 패스 차단부터 용이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표팀의 가장 큰 특징은 190대 포워드가 8명이라는 점입니다. 팀에서 볼 핸들러의 역할을 했던 선수가 다수입니다. 퍼리미터 지역에서의 슈팅 능력이 좋은 선수도 많습니다. 이 선수들의 활용도를 높일 최적의 조합을 찾아야 합니다.
현장의 평가는 “뽑힐 선수들이 뽑혔다”입니다. A 대학 감독은 “소위 말하는 밀어 넣기 논란이 없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밀어 넣기’는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의한 선발입니다. B 대학 감독도 “성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뛰지 못할 선수는 없을 것 같다”라고 했습니다.
정 감독의 생각도 같습니다. “대표팀 선발이 내 생각과 100% 일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납득이 가지 않는 선수는 없다. 방향성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12명 모두 뛸 수 있는 선수들이다. 1분을 뛰더라도 다부진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남겼습니다.
▲ 납득할 수 없는 선수는 없다
대표팀의 가장 큰 과제는 빅맨의 높이입니다. 그것에 대비한 구상은 어느 정도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 감독은 작년부터 대표팀 사령탑을 목표로 주요 선수들을 관찰했습니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분석했고, 소속팀 지도자들에게 조언도 들었습니다.
“승부사”를 찾아야 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이주영, 이채형, 강성욱, 문유현 4명은 소위 말하는 승부사 기질, 타짜 같은 느낌이 있다. 지금 선수들은 사실 잘 모르겠다. 이런 점만 갖추면 어느 정도 다 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는 것이 정 감독의 말입니다. 능력은 갖췄습니다. 심장의 문제입니다.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대체로 소속팀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12명 모두 중심이 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선수는, 또 어떤 상황에서는 공격 본능을 봉인하고 수비와 궂은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정 감독이 선수들에게 가장 바라는 점입니다. 대표팀 에이스가 아닌 대표팀의 일원이 되기를 바랍니다.
장혁준은 대표팀 선발이 “너무 기뻤고, 영광스러웠고, 그만큼 간절했다”고 했습니다. 농구를 시작했던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의 꿈입니다. 대표팀에 득점할 선수가 많아서 굳이 득점에 욕심은 없습니다. 팀 사기를 높이는 수비와 리바운드, 속공 가담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에디 다니엘은 지난해 16세 대표팀의 주장입니다. 주장이라 더 경직된 부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국가대표의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도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부담은 조금 내려놓으려 합니다. “최소한의 긴장”으로 형들을 많이 돕겠다는 생각입니다.
구승채는 연습경기를 위해 몸을 풀고 있을 때 소속팀 코치에게 대표팀 선발 소식을 들었습니다. 1차 목표를 이룬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대표팀에서 역할은 중요할 때 3점 슛을 넣어 사기를 높이는 것입니다. 슛은 항상 자신 있습니다. 집중력만 높이면 됩니다.
▲ 꿈, 목표, 국가대표의 무게
이세범 용산고 코치는 지난 U18 대표팀 감독을 맡아 22년 만에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우승 순간 대표팀 선수들 얼굴이 하나하나 다 떠올랐다고 합니다.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랬습니다.
항상 우승이 목표라고 얘기했지만, 현실적으로는 4강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속으로는 우리 것만 착실하게 하고 오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어린 선수들이 사고를 쳤습니다.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전력 분석부터 한계가 있었습니다. 현지에서 경기를 보며 분석해야 하는 팀이 많았습니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체력은 바닥이었습니다. 결승을 앞두고 이채형은 탈진이 왔습니다. 김윤성과 서지우도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가슴에 부착한 태극마크는 가끔 믿을 수 없는 힘을 만들어냅니다. 지난 대회 대표팀이 그랬습니다. 정신력이 피지컬을 이겼습니다. 그래서 태극마크가 소중합니다. 아무나 부착할 수 없습니다. 준비된 선수, 자격이 있는 선수에게만 허락돼야 합니다.
이번 대표팀은 선발 과정부터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습니다. 대표팀 선발을 간절히 원했던 선수들이 뽑혔습니다. 사령탑도 그렇습니다. 작년부터 대표팀을 구상했습니다. 경험도 있습니다. 정 감독은 지난 18세 대표팀과 19세 대표팀의 코치였습니다.
유성호 코치는 선수로만 3번의 연령별 대표팀을 경험했습니다. “세르비아에서 열린 19세 월드컵은 역대 최고 성적인 12위에 올랐다”며 “대표팀에서의 준비 과정이 기억나고, 선수들이 있는 곳을 자주 찾아가 대화하겠다”고 합니다. 선수들과 교감하고, 그것을 코칭스탭과 공유하는 것이 본인의 역할이라는 생각입니다.
대표팀은 4일부터 U18 아시아선수권대회를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했습니다. “총 아홉 차례의 연습경기를 통해 보완해야 할 점은 보완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갈 계획”입니다. 프로팀과 대학팀도 후배들을 돕기 위해 나섰습니다.
국내 중고등학교 농구는 빅맨 기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반면 빠르고 잘 달리며 공을 다루는 재간도 있는 190센터 중후반의 선수는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3점 슛 능력도 있습니다. 일부 선수는 프로팀도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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