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가 사용한 ‘한은 마통’ 100조 돌파… “공자기금까지 끌어다 썼다”

최온정 기자 2024. 8. 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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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일시대출 105.1兆… 전년比 4.3% 늘어
총 55차례 대출 요청… 사흘에 한번꼴로 차입
3월엔 공자기금서 대출… 2020년 이후 처음
세수 펑크에 일시차입 급증… “인플레 압력↑”

정부가 올해 7월까지 한국은행에서 빌린 일시 대출금이 100조원을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91조원을 기록한 후 한 달 만에 차입금이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세수가 부족했던 올해 초에는 ‘기금 저수지’로 불리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도 4년 만에 돈을 빌렸다.

대정부 일시 대출금 제도는 정부가 일시적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쓰는 제도이다. 개인이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두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쓰고 갚는 구조와 비슷하다.

◇ 공자기금까지 끌어다 썼다… 한은 누적 대출 105兆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한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한 10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정부가 대출한 금액은 91조6000억원으로,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11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정부가 13조5000억원을 더 빌리면서 1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그래픽=정서희

차입 건수는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부는 7월 말까지 한은에 총 55차례 대출을 요청했다.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이 총 145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6일에 한 번꼴로 대출을 요청한 것이다. 1~7월 누적 기준으로는 작년(54건)보다 1건, 2022년(11건)보다 44건 늘었다.

돈을 빌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일평균 대출잔액은 과거보다 대폭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일시대출금의 일평균 잔액은 7조5131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최근 5년(2020~2024년) 중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7조2398억원 ▲2021년 3319억원 ▲2022년 2조9080억원 ▲2023년 7조1642억원 등이다.

세수가 적었던 올해 3월에는 하나의 계정으로도 부족해 여러 통장에서 자금을 끌어다 쓰기도 했다. 한은은 ▲통합계정 ▲공공자금관리기금 ▲양곡회계특별기금 등 3개 계정에서 각각 40조원, 8조원, 2조원(총 50조원) 한도로 정부에 돈을 빌려준다. 그런데 지난 3월 통합계정의 한도를 다 사용하면서 공자기금 돈을 4차례(8조원) 더 빌렸다.

정부가 공자기금까지 써서 돈을 빌린 것은 2020년 6월 이후 4년 만이다. 공자기금이란 여러 기금에서 차출해 별도로 모아둔 기금을 말한다. 재정상황이 열악해진 다른 기금에 투입하거나, 국채발행 및 상환에 쓴다. 정부는 통합계정 한도까지 다 쓴 뒤에도 돈이 부족할 경우 공자기금에서 돈을 빌린다.

◇ 국세수입 메우려 차입 늘려… “인플레 압력 커질수도”

정부는 통상 상반기에는 쓸 돈에 비해 들어온 돈이 적어, 일시대출금과 재정증권 발행 등을 활용해 필요 자금을 충당한다. 재정증권은 만기(63일)가 있지만 한은 차입은 만기가 없다. 정부로서는 한은 차입이 재정증권 발행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손쉬운 대출 창구다.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일시대출 금액이 특히 큰 것은 지난해 경기 둔화 여파로 법인세 등 국세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세수입은 168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원 감소했다. 올해 예상 국세수입 367조3000억원 대비 진도율이 45.9%에 그쳤다.

일시대출금이 늘어나면 시중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한은의 발권력을 직접 동원하는 탓에 본원통화가 늘어나고, 인플레이션 압력은 커지기 때문이다. 한은 금통위도 이러한 점을 우려해 지난 1월 일시대출금 평균잔액(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면 안 된다는 부대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단기간 빌렸다가 상환하면 통화량이 늘었다가 바로 사라지지만, 기조적으로 돈을 빌릴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면서 “지금처럼 정부가 한 달에 15조~16조원, 보름에 7조~8조원씩 계속 돈을 빌리면 통화량이 장기간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오기형 의원은 “대정부일시대출금의 규모도 문제지만, 상습적으로 중앙은행에 차입을 요청하는 것도 큰 문제”라면서 “특히 올해 1분기에는 통합계정 차입 한도 40조원을 모두 사용하고 나서 공자기금으로의 차입 한도 8조원도 모두 사용했는데, 이는 당시 재정상황이 매우 심각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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