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글로벌 금융시장"…엔캐리 청산 최대 변수되나
"엔화 강세 진정 여부 지켜봐야"
[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국내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미국장에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앤캐리 트레이드란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통화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그간 일본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본에서 돈을 빌려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형성됐었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인공지능(AI) 거품론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엔캐리 청산'을 빌미를 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추가적인 청산 매도가 계속될 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지수는 역대 최대 하락폭(8.77%)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 뿐만 아니라 일본 니케이225(-12.40%)는 1987년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고, 대만가권(-8.35%) 지수와 중국과 홍콩도 1~2%대 내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역대 최악의 글로벌 증시 폭락의 시작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 영향이다. 미국 7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고, 실업률도 증가하며 경기 침체 우려가 팽창됐다.
그러나 주요 외신과 시장에서는 표면적인 경제 둔화 우려보다 금융시장을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 엔화 강세로 인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던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달 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갑작스런 엔고 현상에 해외로 빠졌던 20조 달러(약 2경6700조원)로 추정되는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엔캐리 청산'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다른 미국 등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 축소가 진행됐다고 짚었다. 닛케이는 올해 전반 미일 금리 차이에 주목했던 투자가들의 "패닉적인 엔 매입이 선명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공영 NHK 등에 따르면 전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 당 엔화는 142엔대 전반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상순 이후 약 7개월 만의 엔화 강세 수준이다.
한국거래소도 증시 폭락 원인으로 '플라자 합의'를 우회적으로 거론하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지목했다. 플라자 합의란 1985년 9월22일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5개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목표 환율을 정해 놓고 그 선에 이를 때까지 미국 달러화를 매각하고 일본 엔화는 사 모으기로 담합한 합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와 함께 급락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이 엔캐리 트레이드 대규모 청산 불안이었다"며 "주간 단위로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의 엔화 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은 지난 달 30일 기준 -7.3만계약으로 올해 2월9일(-8.4만계약)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 약세 베팅을 철회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다. 단기간에 포지션을 철회한 규모와 그 속도는 가파르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엔고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어 전문가들은 엔화 강세 진정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지영 연구원은 "일본 당국의 최근 엔화 환율에 대한 스탠스 변화 등을 확인해가면서 엔·달러 환율 급락세가 진정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반전으로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한일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짐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이 파생상품으로 헤지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3분기 이후 변동성이 진정되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헤지 포지션이 축소될 경우 수급반전의 모멘텀을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이 시장 변동성에 미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케리 트레이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면서 "일본 증시가 엔화 약세 때문에 과도하게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엔화 강세로 돌아서 일본 증시가 추가적으로 조정받는다 하더라도 (국내 증시의) 디커플링(비동조화)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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