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9월 FOMC 전 긴급 금리 인하?…현재 여건상 가능성 낮아

권성희 기자 2024. 8. 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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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준금리 추이/그래픽=윤선정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심리가 급랭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급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음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오는 9월17~18일까지 6주일을 기다렸다가 금리를 인하하기엔 상황이 너무 긴박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연준이 공식 FOMC 이전에 비상회의를 소집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긴급 금리 인하가 필요할 정도로 경제가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가 심각하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해 오히려 공포감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인 안드르제이 스체파니악은 5일(현지시간) "지난 2일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후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며 현재 금리 선물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9월 FOMC 전에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60%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명예교수는 이날 CNBC에 출연해 연준이 긴급 회의를 통해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하고 9월 FOMC에서도 다시 금리를 0.75%포인트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방기금 금리는 당장 3.5~4% 부근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리가 경제 성장을 촉진하지도 않고 억제하지도 않는 중립 금리로 여겨지는 구간이다.

최근 고용시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 가운데 현재 금리 5.25~5.5%는 경제 성장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수준이니 빨리 금리를 중립 금리로 인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연준이 비상회의를 통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책무에 주식시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상황이 과거 긴급하게 금리를 내렸을 때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도 연준의 긴급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긴급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신용이 위축되며 경제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던 2020년 3월이었다. 그 이전에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직후와 2001년 9.11 테러 때였다.

배런스는 "현재 금융시장에는 경기 둔화와 AI(인공지능) 랠리 약화 외에는 걱정할 것이 거의 없다"며 "S&P500지수가 지난 7월16일 사상최고치에서 10% 조정을 앞두고 있는 것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S&P500지수 종가는 사상최고치 대비 9.3% 떨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증시 낙관론자인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워드 야데니는 이날 "연준은 9월 FOMC 전에 긴급하게 금리를 인하해 히스테리에 동참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기를 원치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CNN도 연준이 지난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에 열린 7월31일 FOMC에서 금리를 인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비상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비생산적인 조치로 오히려 더 심각한 공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사람들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 것이다. 경제는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이러한 믿음은 경제 펀더멘털을 급속히 약화시켜 침체를 현실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긴급 금리 인하는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강화시켜 오히려 침체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다.

이전에도 긴급 금리 인하의 이러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FOMC 녹취록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참여한 당시 회의에서 긴급 금리 인하는 "연준이 현재 상황을 공황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시장이 알고 있는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내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등의 기준이 되는 국채수익률은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에 따라 큰 폭으로 하락해 이미 대출자들의 부담이 경감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3.782%로 지난해 7월19일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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