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청산'이 뒤흔든 금융시장…"당분간 높은 변동성"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글로벌 증시가 10% 넘게 급등락하고,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등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투매로 아시아 증시가 초토화됐다가 하루 만에 낙폭 일부가 회복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경기 균열에 대한 공포가 과하다고 진단하면서, 그동안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높은 곳에 투자해 온 '와타나베' 부인의 선택이 금융시장 변동성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6분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 매수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20년 6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에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전날 증시 급락과는 정반대 양상이다. 5일 유가증권시장은 전 거래일(2776.19)보다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장을 닫으며 역대 최대 낙폭을 보였다. 장중에는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에도 4년 5개월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글로벌 증시도 출렁였다. 전날 12.5% 폭락했던 일본 니케이 지수는 하루만에 반등해 이날 오전 10시 현재 11.87%오른 3만4768.0원에 거래 중이다. 다만, 간밤 다우존스30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는 각각 1033.99포인트, 160.23포인트 떨어지며 2년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환율도 요동치고 있다. 전날 103선까지 내렸던 달러지수는 이날 102선대로 내려왔고, 전날 한때 141엔 초반까지 떨어졌던 엔·달러는 이날 오전 145엔 대에서 거래 중이다. 전날 1375.8원에 장을 마친 원·달러는 1360대 후반으로 내려왔고, 964원까지 올랐던 원·엔은 940원대로 내렸다.
최근 출렁이는 금융시장에는 미국의 경제 부진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강도에 대한 전망, 엔화 강세와 엔캐리 청산 가능성,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의 무력 충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먼저 미국의 경제 부진은 각국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며 시장의 공포를 높였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며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실업률은 4.3% 상승해 기대를 웃돌며 경기 균열이 감지됐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엔화의 초강세에 따른 '엔캐리' 청산 여부가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일본은행(BOJ)의 장기간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일본인 투자자들은 저렴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했지만, 엔화값 상승에 자금을 빼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외신에 따르면 5일(현지시각) 레바논의 헤즈볼라는 하마스 지도자의 암살에 대한 보복에 이스라엘과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알사이드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방향성에 대한 열쇠를 엔화값과 와타나베 부인의 선택이 쥐고 있다고 진단한다. 당장은 미국의 경기 균열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휘청였지만, 미국의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주장의 근거가 현재로선 불충분하다는 점에서다.
미국의 7월 비농업 일자리가 평균을 크게 밑돌고, 실업률이 예상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곧이어 발표된 소비지출과 기업투자는 견조한 것으로 나타나며 엇갈린 지표를 내놨다. 7월 ISM 서비스 지수는 6월 부진에서 되레 반등하며 여전히 확장세를 유지 중이다.
문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본의 행보다. BOJ가 예상과 달리 7월 회의에서 조기 금리 인상과 양적 완화 축소 계획을 밝히면서 '엔캐리' 투자 매력이 낮아졌다. 경기 침체에 연준이 빅컷을 시사하기라도 하면 미일 금리차 축소 기대에 엔화값이 치솟으며 '엔캐리' 청산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 투자자가 '엔캐리'를 통해 투자한 해외자산 규모에 대해 최대 20조 달러(약2경6700조원)로 추정한다. 한꺼번에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글로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규모다. 이 중 금융감독원은 일본으로 환류 가능한 엔캐리 자금을 38조7000억원으로 추정한다.
결국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엔화값에 따라 요동칠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다만, 시장에서는 엔화값의 추가 강세 가능성을 현재로서는 제한적으로 판단한다. 주가 급락과 수출 여건 악화 등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우려해 일본 정부가 더 이상 엔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폭락으로 어느 정도 '엔캐리' 청산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엔화 추가 강세를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BOJ의 움직임과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다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은 엔화값에 극심한 변동성을 유발할 수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실물 경제는 경기 침체로 평가되지만, 2분기 연속 연속 역성장을 보이기는 힘들다"면서 "단기적인 방향성의 열쇠는 엔화 가치와 닛케이지수가 쥐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7월 BOJ 회의 이후 엔화 절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캐리 청산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엔·달러가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경우 엔캐리 청산이 가속화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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