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아도 못 웃는 팀코리아…안세영 폭로와 체육회장 자화자찬

이준희 기자 2024. 8. 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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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해 종주국 체면을 구겼던 태권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기대 이상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초과 금메달에 대해 1일 "해병대 훈련 덕분에 '원팀 코리아' 문화가 생겼다"고 자평했지만, 단 4일 뒤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이 작심한 듯 그간 쌓였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관리 시스템과 훈련방식의 비합리성을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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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해외 업체보다 대표팀 성적 예측 부정확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한국 안세영이 중국 허빙자오를 상대로 시합을 하던 중 주저앉아 힘들어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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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이 중반을 넘어선 가운데 한국 선수단이 종합 6위(금 11·은 8·동 7·금메달 순·현지시각 5일 현재)를 달리고 있다. 애초 대한체육회가 예상했던 금메달(5개)보다 이미 2배 이상 많은 금메달을 땄고, 종합 순위도 예상(15위)보다 높은 자리에 있다. 올림픽 개막 전 한국의 종합 10위(금 9·은 4·동 13)를 전망했던 미국 데이터 분석 업체는 예상 순위를 종합 8위(금 13·은 9·동 10)로 끌어올렸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은 전통적인 메달 텃밭인 양궁에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했다. 사격과 펜싱에서도 각각 금메달 3개와 금메달 2개가 나오는 등 이른바 ‘총, 활, 칼’에서 따낸 메달만 모두 16개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총 26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역대 최다 금메달을 기록한 런던 대회(금 13·은 9·동 9)보다 금메달 단 2개가 모자라다.

미국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지난 4일 한국의 파리올림픽 예상 순위를 8위(금 13·은 9·동 10)로 올렸다. 메달 숫자로만 보면 런던 대회(31개)를 넘어설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레이스노트는 대회 개막 전(23일)에는 한국이 10위(금 9·은 4·동 1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총 양지인(왼쪽), 양궁 임시현(가운데),펜싱 오상욱(오른쪽). 한겨레 자료 사진

앞으로 한국은 몇 개의 메달을 더 딸 수 있을까. 남은 기간 한국이 메달을 노릴 만한 종목으로는 태권도, 근대5종, 브레이킹, 육상 높이뛰기, 여자 골프, 스포츠클라이밍, 역도 등이 꼽힌다. 특히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해 종주국 체면을 구겼던 태권도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면 기대 이상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또한 생각하지 못했던 종목에서 깜짝 메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선수단의 활약과 별개로 대한체육회의 전력 분석 역량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5개에 종합 15위를 예상했다. 올림픽 전략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가 해외 업체보다도 부정확한 메달 전망을 한 셈이다.

지난해 12월 열린 대한체육회 ‘원 팀 코리아 캠프’ 수료식에서 육상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이 해병대 빨간 명찰을 달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초과 금메달에 대해 1일 “해병대 훈련 덕분에 ‘원팀 코리아’ 문화가 생겼다”고 자평했지만, 단 4일 뒤 28년 만에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이 작심한 듯 그간 쌓였던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선수관리 시스템과 훈련방식의 비합리성을 직격했다. 선수와 협회·대표팀 사이 갈등을 금메달 획득 직후 인터뷰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분출한 것이다.

한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중국 허빙자오에게 실점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도쿄올림픽 때부터 ‘엘리트 체육 위기’를 강조해온 대한체육회가 이런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예상 성적을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대회 올림픽 금메달을 8∼9개로 예상했고, 대한체육회가 제시한 예상치(5개)에 강하게 의구심을 품었다는 후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현재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기흥 회장은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 폐지를 추진하는 등 장기 집권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데, 이를 위해 체육계 위기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실제 결과와 지나치게 동떨어진 전망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도쿄 대회 때처럼 성적이 안 나올 경우 따라올 비난을 미리 차단하면서 자화자찬의 판을 깔았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오랜 피, 땀, 눈물 덕에 한국은 다시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찾고 있다. 하지만 안세영의 작심 발언에서 보여지듯 대한체육회와 협회의 대회 전후의 모습은 온갖 물음표만 남기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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