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급 패닉에 힘받는 ‘9월 빅컷’…“하반기 대출금리는 더 높아질 수”[머니뭐니]

2024. 8. 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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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트렌드, 美 연준 9월 빅컷 전망에 집중
국내 전문가 “엔 캐리 트레이드로 일시적 현상일 뿐” 분석도
문제는 국내 기준금리…하반기 부동산 시장 자극할 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미국의 경기 침체 경계감에 시장이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당장 다음달 미국이 0.5%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리는 ‘빅 컷’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는 가운데, 아예 0.75%포인트의 긴급 금리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에서 실제로 금리를 빠르게 내린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채권 시장은 벌써부터 ‘금리가 내릴 것’이란 전망을 선반영해 움직이는 중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흐름이 하반기 부동산 수요를 더 자극해 대출 규제 강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예상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대출 수요 억제를 위해 은행이 가산금리 등을 올려 대출 금리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美 다음달 ‘빅컷’ 89.5% VS “과하다”

6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9월 빅컷 확률을 89.5%로 반영했다.

금융권에서는 미 연준의 ‘9월 빅컷’ 전망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미국의 7월 고용지표가 악화하자 씨티그룹은 “연준이 9월 회의와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각각 50bp(1bp=0.01%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하고, 12월 회의에서도 연이어 25bp를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 역시 “연준이 9월과 11월 연속해서 50bp 인하에 나서고 이후 회의 때마다 25bp 인하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는 “7월 고용보고서가 고용시장 약화를 과대하게 포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8월 고용지표마저 악화하면 9월 50bp 인하 개연성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 일각에서는 9월의 빅컷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다음 달 미국의 고용지표와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실적 등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를 더 지켜봐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폭락장이 아시아 증시에서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6일 오전 코스피는 반등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김학수 하나은행 PB팀장은 “엔 캐리 트레이드 상황이 오래 갈 거 같지는 않다”며 입을 열었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엔화를 차입해 고금리·고수익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는 거래를 의미한다. 최근 일본 금리가 올라 엔화 가치가 상승하자 엔화 투자들이 자산을 팔고 자금을 본격적으로 청산하기 시작했는데, 증시 폭락은 이같은 수급이 한순간에 몰리며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김 팀장은 “경기 지표가 안 좋긴 하지만 조금씩 청산되던 엔화에 패닉셀(공포매도·Panic sell)이 동반된 양상이기 때문에 당장 9월 빅컷까지 단행하겠냐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 기준금리 내려도…부동산 과열 우려에 대출금리 버틸 수

미국의 금리 인하 폭과 무관하게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통화정책의 목표인 ‘물가안정’이 기준금리 인하의 명분을 쥐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6%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밝힌 기준금리 인하 고려점인 2.4%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관건은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부동산 문제가 걸려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고, 가계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부동산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예금금리는 내려가되, 대출금리는 가산금리 등을 높여 하락을 막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대로 가면 예금금리는 지금보다 더 떨어질 거고, 대출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는 걸 방지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매주 한번 꼴로 올리고 있다. 시장이 ‘금리 인하’를 선반영하면서 대출금리 산정에 근거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자, 이를 억지로 통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달 들어서도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며 한 달간 4~5차례 가량 인위적인 대출금리 조정에 나섰다.

다만 금리인하로 인한 부동산 시장 자극은 지나친 우려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선진 국민은행 PB팀장은 “강남 등 사람들이 살고싶어 하는 곳에 공급이 없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가 아파트 거래에 불을 붙일 수 있겠지만 금리 인하만 가지고 부동산 가격 등락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조달금리가 낮아지면 가계 입장에선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금리 외에도 소득 수준, 수급여건, 정책 등이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에 단순 금리로 부동산 자극을 예측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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