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잠수함 승조원 상징 ‘돌고래 휘장’ 단 여군 장교 부사관 탄생[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8. 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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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진 대위, 생도시절 고교생 김채린 중사 진학상담 “선후배로 만나자” 특별한 인연
도산안창호함 예비 승조원서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통과 2일 돌고래 휘장 달아
SQS 평가 거쳐야 정식 승조원으로 4단계 통과까지 약 1년 시간 필요
지난 2일 경남 진해 해군잠수함사령부 본관에서 열린 잠수함 휘장 통합수여식에서 홍승택(대령·맨 왼쪽) 91잠수함전대장이 도산안창호함 전투정보관 유효진(앞줄 왼쪽 두번째) 대위에게 금빛 돌고래 휘장을 달아주려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국내 첫 여군 잠수함 예비 승조원이었던 도산안창호함 유효진 대위와 김채린 중사가 지난 2일 돌고래 휘장을 달고 정식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났다.

해군잠수함사령부는 6일 “잠수함 기본과정부터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평가까지 약 1년간의 교육을 모두 통과하면 주어지는 돌고래 휘장은 진정한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났음을 의미한다”며 “SQS 평가를 통과한 잠수함 승조원을 대상으로 잠수함 휘장(돌고래 휘장) 통합수여식을 지난 2일 거행했다”고 밝혔다.

두 마리의 돌고래가 잠수함 양쪽에 자리 잡은 돌고래 휘장 형상. 잠수함 기본과정부터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평가까지 약 1년간 교육을 모두 통과하면 주어지는 돌고래 휘장은 진정한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났음을 의미한다. 국방일보 제공

이번 수여식에는 여군 최초로 잠수함 승조원에 도전해 당당히 휘장을 단 3000t급 잠수함 부대원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강정호(소장) 사령관이 주관한 통합수여식은 올해 1월 잠수함 기본과정을 수료한 뒤 지난 7개월간 잠수함 근무를 하며 SQS를 취득한 잠수함 기본과정 38기를 대상으로 열렸다.

3000t급 잠수함(SS-Ⅲ) 도산안창호함 유효진 대위·김채린 중사는 SQS 평가를 무사히 통과하고 지난 2일 다른 승조원과 함께 돌고래 휘장을 달았다. 두 사람은 최근 화제가 됐던 ‘최초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기도 하다.

도산안창호함 전투정보관인 유 대위는 올해 1월 부대에 배치된 후 처음 임무에 나섰을 때, 그리고 첫 임무를 마치고 무사 귀환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임무에, SQS 평가 준비에, 돌고래 휘장을 받기까지 지난 7개월은 유 대위에게 힘든 순간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그는 “함장님을 비롯한 부대원 모두가 도와주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평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탐부사관인 김 중사는 SQS 평가를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들어 설명했다. 선배 승조원들이 밀착 교육을 해주기에 그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그는 “잠수함은 생명과 직결되는 장비가 많기 때문에 매 순간 압박을 느꼈다”며 “덕분에 첫 임무를 나갔을 때 비교적 빨리 승조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유 대위와 김 중사는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전부터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바로 유 대위가 해군사관학교 생도였던 시절, 고등학생이던 김 중사를 만나 진로상담을 해준 것. 해군사관학교 진학을 꿈꾸던 김 중사에게 유 대위는 ‘꼭 선배, 후배로 만나자’고 말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수년이 지나 두 사람은 잠수함 기본과정 38기, 도산안창호함 전우로 다시 만났다.

유 대위는 “예비 승조원으로 지낸 지난 시간보다 앞으로 돌고래 휘장을 달고 있을 시간이 더 긴 만큼,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며 “더 열심히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김 중사도 “돌고래 휘장이 지닌 무게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잠수함사령부 주임원사를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평가를 마치고 승조자격을 취득한 도산안창호함 유효진 대위. 국방일보 제공

강정호(소장) 해군잠수함사령관은 돌고래 모양 ‘잠수함 휘장’이 가진 의미에 대해 “서브마리너(Submariner·잠수함 승조원)에게 돌고래 휘장이 있고 없고는 하늘과 땅 차이다. SQS 평가는 전문가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불치하문’의 자세로 전문적 지식을 습득해 나가야 한다”며 “운용하는 장비와 전술에 대한 모든 것을 익혀야 비로소 휘장을 획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사령관은 “부대가 창설된 지 34년이 지나며 완성된 팀워크를 갖춘 부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초창기에는 숙련도 차원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34년 전 잠수함의 처음을 함께한 베테랑이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승조원을 이끈다”며 “또 그 새내기 승조원의 경험이 축적되면 새롭게 들어온 후배를 교육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사령관은 올해 처음으로 탄생한 여군 승조원이 부대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성 인력의 확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최초라는 타이틀에 맞게 긍정적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하는 사명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다른 부대원에게 긍정적 자극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QS 평가는 기본과정을 수료한 예비 승조원이 정식 승조원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다. 잠수함은 제한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용돼 한 사람이 여러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잠수함의 복잡한 체계를 이해하고, 각종 장비 운용법을 필수적으로 숙지해야 한다. 총 4단계로 나뉜 SQS 평가는 잠수함의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 통과할 수 있다.

잠수함 승조원 자격부여제도(SQS) 평가를 마치고 승조자격을 취득한 도산안창호함 김채린 중사. 국방일보 제공

잠수함 승조원 교육은 크게 ‘잠수함 기본과정’과 ‘잠수함 승조자격 부여(SQS·Submarine Qualification System) 평가’로 나뉜다. 기본과정이 잠수함 승조원이 되기 위한 첫 관문이라면, SQS 평가는 예비 승조원이 정식 승조원으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잠수함 기본과정에서는 수중음향학, 해양학, 잠수함 발전사 등 일반 분야와 잠수함의 각종 장비 및 계통에 대해 숙달해야 한다. 비상탈출훈련, 소화방수훈련 등 잠수함 비상상황 발생에 대비한 훈련과 실습도 병행한다. 장교는 6개월, 부사관은 직별에 따라 3~5개월 동안 교육을 받는데, 특히 장교는 전술 분야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장교는 잠수함 내에서 작전계획을 수립하고, 전술적 운용을 지휘·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다. 부사관은 직별에 따른 장비에 대한 이해와 운용법을 숙달한다. 장비를 직접 운용하는 조작사로서 자신이 맡은 장비를 완벽히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과정을 수료하면 ‘예비 승조원’으로서 잠수함 부대에 배치된다. 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이다. 진정한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나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예비 승조원은 잠수함 부대에 배치된 뒤 신분 및 직별에 따라 총 4단계로 구성된 SQS 평가에 응시해야 한다.

SQS 평가는 잠수함 승조원으로서 맡은 임무와 직책을 완수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승조원은 자신이 승조한 잠수함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기본과정이 ‘순한 맛’이라면 SQS 평가는 ‘매운맛’이다. 잠수함 부대원으로서 새로운 직무에 적응해야 하는 동시에 틈틈이 평가 준비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SQS 평가는 정식 잠수함 승조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꼭 필요한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SQS 평가 1단계는 공통 분야로 구성된다. 잠수함 일반, 조난 및 구조, 비상 사고 대응 및 안전 일반으로 구성돼 있다. 모든 잠수함 승조원이 갖춰야 할 기본소양이라 할 수 있다. 2단계는 장비를 작동할 수 있는 능력과 각 계통에 대한 완벽한 이해도를 갖췄는지 평가한다. 3단계 평가에선 앞선 단계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비상 상황 대처 능력, 각종 제한 사항에 따른 유의사항을 숙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평가가 진행된다. 마지막 4단계는 지휘관인 함장이 주관한 가운데 잠수함의 모든 것에 대해 평가를 받는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두 마리의 돌고래가 잠수함 양쪽에 자리 잡은 형상의 ‘잠수함 휘장’을 받는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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