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영화제가 픽한 이 감독... “뭐야, 왜 웃겨? 왜 무서워?”
지난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관객들에게 ‘부천 올해의 발견’으로 꼽힌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 개교기념일’의 입김이 뜨겁습니다.
김민하 감독은 이 영화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에서 2관왕의 영예를 안았는데요.
사실, 김민하 감독은 부천이 사랑한 감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 감독의 장편데뷔작 ‘슈퍼히어로’는 2021년 BIFAN에 초청됐었고, 2022년과 2023년에는 단편 ‘빨간마스크KF94’와 ‘버거송 챌린지’로 수상하며 주목받았죠.
전국 영화제를 도는 마니아들은 부천스러운 ‘컬트’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천만영화’를 꿈꾸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영화에 대한 그의 열정과 철학을 들어 보니 아주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도 아니지 싶습니다.
다음은 김민하 감독과의 인터뷰입니다.
Q. 감독님의 두 번째 장편영화죠.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 개교기념일’로 BIFAN 2관왕을 차지했습니다. 어떤 영화인지 간단히 소개를 해주세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8등급 고3 소녀들이 개교기념일 밤에 귀신 숨바꼭질에서 이기면 수능 만점을 받게 된다는 괴담을 알게 되며 벌어지는 호러코미디 영화입니다.
Q. (사전 통화에서) 기획의도를 “경쟁에 놓인 시대를 조명하고 그들을 웃음으로 위로한다”라고 얘기해주셨는데요. 재치와 유머 뒤에 경쟁시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무겁게 한참 얘기하셔서 의외였어요. (웃음)
네, 저는 코메디가 항상 시대의 슬픔이 그 코어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을 해서...버거송 챌린지는 빈부 격차에 대한 시대의 슬픔이 있었다면 이 영화도 코메디지만 경쟁에 놓인 시대에 대한 슬픔을 세팅했습니다.
Q. 부천영화제 수상 소감 때 “사실 저는 영화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라는 말씀하셨는데,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제가 하는 상상들로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어느 정도의 아웃풋이 없던 상황이니 코미디 장르에 대해 더 외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 나는 영화를 하면 안 되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마지막으로 장편 영화 한 편은 찍어보고 그만두자’ 싶어서 장편 시나리오를 쓴 게 청주영상위원회 제작지원작에 선정되어 <슈퍼히어로>라는 독립 장편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지원금만으로는 부족해 제 전 재산을 털어 우여곡절 끝에 영화를 완성했고, 서른한 살 새해에 제게 남아 있는 건 텅 빈 계좌와 <슈퍼히어로> 외장하드였습니다.
당시가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는데, ‘이제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고민하고 있던 그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전화가 왔고,
근처 벤치에 앉아 한참 조용히 울었던 그 순간이 영화제 시상식 때 생각나서 그렇게 이야기했던 겁니다.
Q. 짧은 기간 동안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고 또 좋은 상도 많이 받아서 탄탄대로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름 고민이 많으셨네요. 감독님에게 훌륭한 영화, 좋은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이나 작품 있으세요?
질문을 주시니까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각자가 생각하는 영화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제가 왜 극장에 가서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세상이 힘들거나 지루할 때 극장을 찾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영화를 만들 때 ‘세상 사는 것 자체가 힘들고 지루한데 극장에서까지 힘들 이유가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제가 만드는 영화만큼은 관객분들에게 ‘쉼’을 건넸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병헌 감독님의 ‘극한직업’을 좋아합니다. 영화적으로도 너무 재밌었지만, 대한민국을 가장 많이 웃게 한 영화라는 점에서 존경과 동경이 있습니다.
Q. 감독님은 청주대 영화학과 출신이시죠. 청주와의 인연 덕분인지 영화의 배경이 청주고, 평소 지역 배우들과 협업도 많이 하신다고요?
우선 제가 청주 사람이라 청주에서 상상하고 촬영하는 것에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무엇보다 청주영상위원회에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로케이션은 청주농업고등학교, 청주대학교, 보살사, 북부시장이었고요, 캐스팅 역시 청주에서 활동하시는 배우님들과 협업을 많이 합니다.
이번 영화에는 ‘극단 청사’에서 활동하고 계신 이은희 배우님, 정수현 배우님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제가 선배님들의 내공에 기대어 간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청주 시민분들이 배우로 활동하시는 ‘레디고청주액터스’의 도움 또한 컸습니다.
지역에 이런 훌륭한 인프라와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촬영팀에게 아주 큰 매력이자 청주의 자랑이라고 생각합니다.
Q.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 개교기념일’을 비롯한 감독님의 작품이 궁금한 분들 있을 텐데요. 상영관이나 OTT 등에서 볼 수 있는 방법 있나요?
‘아메바 소녀들’은 올 하반기에 개봉하려고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개봉이 확정되게 된다면 또 인사드릴 시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개봉하게 된다면 쥬네스 시절부터 수백 편의 영화를 보며 자라온 청주에서의 상영이 저에게는 더 뜻깊고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버거송 챌린지는 올해 영화진흥위원회 2024년 청소년 추천 영화로 선정됐어요. 그래서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가 있거든요. 그 사이트에 들어가시면 무료로 보실 수 있습니다.
Q. 앞으로 또 어떤 장르, 어떤 이야기로 관객들을 만날지 궁금한데요. 지금 구상 중인 작업이 있으신가요?
지금은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을 시리즈로 확장 시키려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2가 교생실습 이야기인데요,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코리아 어워드에서 상을 받아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단계입니다.
나름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상사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 나중에 잘 되면 또 이렇게 인터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요. 그때까지 관객분들에게 ‘쉼’을 건네고자 하는 노력과 고민을 계속해나가겠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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