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한국증시 '최악의 하루'…코스피 사상 최대 폭 하락
<앵커>
화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어제(5일) 우리 증시 폭락 소식 친절한 경제에서도 짚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자>
기록에 남을 폭락장이 나타난 문자 그대로 검은 월요일이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2,900선을 두드려보던 코스피인데, 어제 하루만 235포인트 가까이 빠지면서 2,400대 초중반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시가총액 192조 원 규모의 돈이 하루 만에 증발해 버렸습니다.
하락률로 보면 역대 네 번째로 큰 폭락세였습니다.
코스닥시장도 무려 11.3% 폭락하면서 지금도 많은 분들이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2020년 3월 19일의 코로나 충격 장세 이후로 가장 높은 하락률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와 코스닥 두 시장에서 한꺼번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도 2020년 그날 이후로 처음입니다.
서킷브레이커는 증시에서 매도세가 너무 급하고 과하게 나온다 할 때 아예 전체 거래를 일시 정지시켜 버리는 제도입니다.
선물시장에서도 비슷한 제도인 사이드카 이게 동시에 발동돼야 했습니다.
특히 외국인들 올해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 증시를 사들이다가 최근 들어서 매도 행진을 이어가더니 어제 코스피 시장에서 2년 반 만에 가장 큰 규모인 1조 5천억 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앵커>
증시를 이렇게 흔든 원인들 어떤 것들을 주로 꼽을 수 있을까요?
<기자>
사실 여기 이렇게 보시면, 이 정도의 폭락장은 9.11테러나 금융위기, 코로나 그야말로 경제에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수준이기는 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동안 급속도로 오른 뉴욕증시에 몇 가지 불안 요소들이 연쇄적으로 맞물리면서 전 세계로 퍼졌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잇따라 나왔던 미국의 최근 고용지표나 제조업 경기 지표 같은 것들이 모두 시장의 예상보다 좋지 않게 나오면서 경기가 그냥 냉각되는 정도가 아니라 침체가 오는 건가 이런 공포를 키웠습니다.
그리고 최근 2주 사이에 미국 대표 기술기업들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잇따라 나오면서, 이른바 'AI 열풍'에 대한 의심도 급격히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실적들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주가는 그 이상의 기대를 반영해서 올랐다, 이 정도론 부족하다는 불안이 커졌습니다.
지금 AI에 저렇게 막대한 돈을 투자해서 얼마나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동안 기대가 앞서서 뉴욕증시나 타이완증시, 그리고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 주가를 너무 끌어올린 것 아닌가 이런 분위기가 된 겁니다.
게다가 AI붐의 상징 같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차세대 제품에서 불량이 발견돼서 출시가 석 달 늦어질 것 같다는 뉴스가 더해졌고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사람 중 하나인 워런 버핏이 들고 있던 애플 주식의 절반을 올해 팔아치우고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소식도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특히 엔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동안 돈을 빌리는 비용이 아예 들지 않다시피 했던 초저금리의 엔화를 빌려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에 투자해 왔던 돈이 많습니다.
지난주에 일본의 금리인상 이후로 이제는 그런 투자를 좀 줄여야겠네, 그동안의 수익을 챙기는 청산에 나서서 엔화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걸로 분석됩니다.
게다가 중동에서는 지금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전선이 확대될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죠.
이런 불안요소들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투매가 나왔습니다.
<앵커>
앞으로 어떻게 될 거다 이런 여러 전망이 쏟아지고 있잖아요. 변수는 많지만 일단 주시해야 할 것들 먼저 짚어주시죠.
<기자>
결국 이번 폭락장을 끌어낸 방금 말씀드렸던 불안 요인들이 현실화하는지 그게 중요합니다.
조금 전 새벽에 마감한 뉴욕증시는 주요 지수들이 다시 한번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마감했습니다.
미국이 이달에 긴급하게 기준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간밤에 미국의 서비스업 경기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경기침체 공포는 좀 과도하다고 해석할 만한 지표도 나오면서 낙폭은 장 초반에 비해서는 오히려 꽤 줄이면서 끝난 것도 사실입니다.
뉴욕증시는 그동안 많이 오른 만큼 적당한 조정에 그치고, 한국증시는 사실 별로 오르지도 못하다가 떨어진 거긴 하지만 어쨌든 같이 진정될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엔화의 움직임을 비롯한 관련 변수들을 당분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상현/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 : 뭔가 침체로 가려고 하면, 대형 신용위기가 항상 있었거든요. 지금 신용 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부각이 되는 상황들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도 엔화 강세를 원하긴 했지만 이 정도의 급격한 강세를 희망한 건 아니거든요. 좀 속도 조절이 나오지 않겠냐… 그러면 엔화 청산과 관련된 부분도 (자금) 흐름이 주식시장에 압박을 주는 게 좀 완화될 거고요.]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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