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지 마라…‘악성 온실가스’ 메탄도 먹는다

곽노필 기자 2024. 8. 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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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나무껍질 서식하는 미생물이 흡수
온실가스 제거 효과 10% 더 높여
나무에는 평균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온실가스인 메탄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픽사베이

지구상의 수많은 동식물 몸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미생물은 숙주와 기생 또는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람의 경우 우리 몸속의 장내 미생물 수는 세포 수보다 약간 많은 38조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장내 미생물은 위장기관과 중추신경 간의 생화화적 신호전달 체계인 장-뇌 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미생물은 식물이 살아가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흙속의 박테리아는 식물의 뿌리가 물과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잎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새로운 박테리아의 침입을 막아준다.

지구상에서 생물량(탄소 기준)이 가장 큰 집단인 나무에도 많은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나무 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대표적 온실가스 가운데 하나인 메탄을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 배 큰 물질로, 대기 중 농도가 산업화 이후 2.5배 늘었다. 또 나무에는 평균 약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영국 버밍엄대가 중심이 된 국제연구진은 나무껍질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대기 중의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흡수하는 것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나무 미생물의 메탄 제거 기능이 밝혀진 건 처음이다. 그동안은 메탄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토양 미생물이 지상의 유일한 메탄 흡수원으로 여겨졌다.

이 박테리아는 메탄을 흡수해 이산화탄소와 유기화합물을 생성한다. 연구를 이끄는 빈센트 가우시 버밍엄대 교수는 "메탄영양세균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이는 메탄보다 훨씬 덜 강력한 온실가스이기 때문에 환경에는 큰 이득"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지구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7~30배(100년 기준), 81~83배(20년 기준)에 이른다. 따라서 배출량은 적지만 산업화 이후 지구 온난화의 약 3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비중이 높은 온실가스다.

연구진은 레이저 스캐닝 방법을 이용해 지구 전역 삼림의 나무껍질 표면적을 추정해 계산한 결과, 나무의 메탄 제거 효과는 연간 2400만~5000만톤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또 나무의 껍질을 펼쳐 놓으며 그 면적이 지구의 육지 표면과 비슷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나무 미생물이 흡수하는 메탄은 토양 미생물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라며 “이는 나무의 온실가스 제거 효과를 약 10% 더 높이는 것”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빈센트 가우시 버밍엄대 교수는 “우리는 주로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탄소로 저장하는 것만을 생각했지만 이번 연구는 나무의 놀랍고도 새로운 기후 서비스 방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메탄 흡수력을 측정한 아마존 열대우림 가운데 하나인 페루의 마누국립공원. 빈센트 가우시 제공

따뜻하고 습한 열대우림, 메탄 흡수력도 최고

연구진은 아마존과 파나마의 열대우림, 영국의 온대 활엽수림, 스웨덴의 한대 침엽수림 나무들의 메탄 흡수율을 측정해 비교했다.

그 결과 메탄 흡수력은 열대우림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열대 지역의 따뜻하고 습한 환경 덕분에 미생물이 가장 왕성하게 번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열대 지방에서는 12%, 온대 지방에서는 7%였다.

연구진은 또 나무 높이에 따른 메탄 흡수율도 조사한 결과, 지표면에서는 나무가 소량의 메탄을 방출할 가능성이 크고 위로 올라갈수록 메탄을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우시 교수는 “유엔은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2030년까지 세계 메탄 배출량을 3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며 “이번 연구는 더 많은 나무를 심고 산림 전용(deforestation)을 줄이는 것이 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중요하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가우시 교수의 지적에 대해 "산림자원 순환경영에 따른 ‘벌채(harvest)’는 산림을 택지나 도로 등 다른 용도의 토지로 영구 전환하는 산림전용과는 다른 것"이라며 "논문에서도 재조림(reforestation)이 메탄흡수 측면에서 이점이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나무를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산림자원 순환경영이 산림의 메탄흡수 효과를 유지 및 증진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구진이 나무 높이별로 메탄의 유출입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빈센트 가우시 제공

세포 20개당 1개꼴로 미생물 서식

이와 함께 예일대 연구진은 나무(5톤 기준)에는 평균 1조개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바이오아카이브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북동부에 분포하는 참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 16개종 158그루의 줄기에서 분석 표본을 채취했다. 이어 각 나무 주변에서 토양 표본도 채취했다. 그런 다음 나무와 토양 표본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한 후 1g에 존재하는 미생물 수를 헤아린 결과 세포 20개 당 1개꼴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걸 알아냈다. 여기에 평균 나무 질량인 5톤을 곱해,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대략 1조개라는 결론을 얻어냈다.

나무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또 나무 종마다 고유한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단풍나무엔 단풍 시럽을 만드는 달콤한 수액을 먹고 사는 미생물이 풍부했다.

또 나무 속 조직에 따라서도 미생물 유형에 차이가 있었다. 뿌리에서 줄기로 물과 영양분을 전달하는 바깥쪽의 부드러운 밝은색 목질 세포로 구성된 변재(sapwood)엔 호기성 미생물이, 물과 영양분 전달 기능이 없는 안쪽의 단단한 짙은 색 목질 세포로 이뤄진 심재(heartwood)엔 혐기성 미생물이 많았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4-07592-w
Global atmospheric methane uptake by upland tree woody surfaces.
https://doi.org/10.1101/2024.05.30.596553
A diverse and distinct microbiome inside living trees

*이 기사는 산림청의 해명을 반영해 8월12일 수정했습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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