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전리품된 공영방송 [핫이슈]
공영방송 장악 가능
그 권한을 포기하는 건
매우 어려운 선택
야당의 합리적 제안과
여당의 통근 양보가 필수
지금 한국은 우파와 좌파 간에 ‘정신적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서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극단적 언어들을 일상적으로 내뱉고 있다는 게 그 증거다.
이들 역시 그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방송을 장악하고 싶어 한다. 국민이 많이 보는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을 장악해 시민들의 머릿속을 점령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공영방송 장악 전쟁에서 유리한 쪽은 집권당이다.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를 장악하는 게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5인의 방통위원 중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1명은 여당, 나머지 2명은 야당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결국 대통령과 여당이 5명 중 3명을 지명 또는 추천할 수 있으니, 과반 장악이 법적으로 보장된 것이다.
이렇게 구성위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진 역시 여당 우위로 구성하게 된다. 관례를 보면, MBC 사장을 선임하는 방송문화진흥회는 9명의 이사 중 여당 추천이 6명, 야당 추천이 3명인 게 관례였다. KBS 역시 비슷한 비율로 여당 추천 인사를 더 많이 임명한다. 이렇게 여당 우위로 구성된 이사진은 당연히 공영방송 사장을 친여 성향 인사로 임명하게 될 것이다. 이게 지금껏 관례였고 현실이었다. 공영방송은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장악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짜면 집권당이 바뀔 때마다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 야당을 하다 집권당이 되면 방통위원장부터 교체하고 싶을 것이다. 방통위의 다수를 차지해 공영방송 이사진과 경영진까지 자기편으로 바꾸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송으로 국민 머릿속을 장악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생각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
이를 바꾸려면 집권당이 자기 권한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야당일 때, 여당에 방송을 빼앗겨 고생한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할 것이다. 방송이 당시 집권당에 편향됐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을 것이다. 자신들이 집권당이 되면 상황을 바꾸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어쩌면 방송의 지배구조를 공정하게 바꾸겠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집권당이 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방통위와 공영방송 이사진을 장악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을 쥐게 되는데, 이를 포기하는 건 웬만한 성인군자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누군가 그런 일을 한다면 나는 그를 존경하지 않고는 못 배길 것만 같다. ) 결국 누구든 집권당이 되면 방송장악의 유혹에 굴복하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만약 야당에서 자기 편에 유리하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는다면, 그게 여당에 씨알이 먹힐까. 절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다. 어렵사리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해 공영방송을 자기편으로 만들 기회를 잡았는데, 갑자기 반대편에 유리하게 지배구조를 짜자고 하면 버럭 화부터 날 것만 같다.
그런데 지금 정치 상황이 딱 이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관례에 따라 자기 편에 유리하게 공영방송 이사진을 구성했다. 그런데 야당이 되더니, 이를 바꾸자는 방송3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대로 실행이 되면, 공영방송 이사진은 친민주당 성향 인사들이 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이 받아들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최소한 여당에게 불리하지 않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아야 한다. 민주당에 어느 정도는 불리한 안을 낸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과 여당에 통 큰 양보를 요구할 자격이 생긴다. 여당 역시 언젠가는 자신들도 야당이 될 날이 반드시 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때를 대비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공정하게 바꾸는 대승적인 양보에 나서는 게 어떨까. 그게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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