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땅 밟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한국 생활 기대돼요"

▲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입국하는 모습

"필리핀에 있는 대학에서 마케팅을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기대가 큽니다."

오늘(6일) 오전 7시 30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만난 글로리 마시나그(32) 씨가 천천히 그러나 또렷하게 한국어로 말했습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오늘 오전 7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부터 4주간 특화교육을 받은 뒤 다음 달 3일부터 6개월간 서울 시내 각 가정에서 아동 돌봄과 가사 서비스를 합니다.

시와 정부는 고령화 등으로 내국인 가사근로자가 줄어들고 비용이 많이 들어 육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습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파란색 단체복을 맞춰 입고 입국장을 나온 이들은 앞으로의 7개월을 책임질 짐가방을 끌고 서울시가 마련한 버스를 타러 이동했습니다.

파란(로열블루)색은 필리핀을 상징하는 색 중 하나로, 옷은 필리핀 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EPS) 측에서 제작해 나눠줬다고 합니다.

새벽 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인천까지 4시간가량 이어진 비행에 피곤할 법도 한데 이들에게선 얼마간의 설렘이 감지됐습니다.

취재진에게 먼저 밝은 인사를 건네는 사람부터 '손하트'로 인사하는 사람까지 다양했습니다.

'비행시간은 얼마나 됐나',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한 가사관리사는 영어로 "4시간 비행이었고 피곤하지만 그것보단 설렘이 더 크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필리핀 직업훈련원에서 780시간 이상의 교육을 이수하고 정부 인증 자격증을 취득한 24∼38세의 가사관리사입니다.

영어가 유창하고 한국어로도 일정 수준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건강검진과 마약·범죄 이력 등 신원 검증을 거쳤다고 시는 설명했습니다.

마시나그 씨 역시 가사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며 한국에 오기 전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한국 문화를 많이 알고 싶어서 (한국에) 왔다"며 "합격 소식을 듣고 주변에서 많이 부러워했다. 한국에 많이 오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가족도 도와주고 필리핀에서 대학원도 더 다니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서비스 이용 대상은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 가운데 12세 이하 자녀(2011년 7월 18일 이후 출생아)가 있거나 출산 예정인 가구로, 소득 기준에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시는 한부모·다자녀·맞벌이·임신부가 있는 가정 순으로 우선 선발하되 아이 나이와 희망하는 이용 기간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계획입니다.

서비스 이용가정은 지난달 17일부터 모집 중으로 오늘 오후 6시 마감합니다.

비용은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천860원)과 4대 사회보험 등을 포함, 하루 4시간 이용한다면 월 119만 원가량입니다.

신청은 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대리주부) 또는 ㈜휴브리스(돌봄플러스) 모바일 앱에 회원 가입을 한 다음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클릭해 하면 됩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서비스 만족도와 효과 등을 평가해 우리 사회에 맞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보완한다는 계획입니다.

(사진=공항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