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아 오고 싶었다”…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입국

한국 정부 차원 첫 시범사업 참여
기본교육·가사관리사 교육 등 시작
9월 서비스 시작…내년 2월 종료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9월부터 서울 가정에서 일하게 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오고 싶었어요. 돈 많이 벌어서 필리핀에서 사업도 하고, 가족도 도와주고, 학교도 더 다니고 싶습니다.”

6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했다. 필리핀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맞춰 입은 이들은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입국장을 나오다 많은 취재진을 보고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단체로 입국장을 빠져나오며 카메라를 향해 한국 연예인들이 자주 하는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가사관리자 자격증을 갖고 입국한 카일링 글로리 마시낭(32)은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글로리입니다. 필리핀 대학에서 마케팅 공부했습니다.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만들고 싶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한국어로 인사했다.

이어 영어로 질문하자 영어로 답변을 이어갔다.

한국 정부 차원의 첫 시범사업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서는 “한국어를 배우고 싶었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채용하는 홍콩·싱가포르 대신 서울을 택한 이유도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글로리는 “한국 문화를 알고 싶다”며 “(필리핀에서)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아 (가사관리사에) 합격했을 때 주변에서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필리핀보다 높은 물가 등 한국 생활에 대한 걱정보다는 설렘이 컸다. 그는 “한국 문화를 즐기고, 한국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다”며 “아직은 기대되는 부분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날 입국한 가사관리사들은 2박3일 일정으로 고용허가제 공통 기본교육을 받은 후 4주간 총 160시간의 가사관리사 특화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기초생활법률과 아이돌봄·가사관리 직무 교육, 한국어 및 생활문화교육, 성희롱예방교육 등이다.

교육을 시작으로 오는 9월 실제 가정에 투입돼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내년 2월 말까지 7개월간 강남구 역삼역 인근 공동숙소에서 1인실이나 2인실에서 지내게 된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9월부터 서울 가정에서 일하게 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필리핀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신청한 서울의 가정은 지난 1일 오후 5시 기준 422가구다. 전일제(하루 8시간)보다는 4시간(63.2%)이나 6시간(16.1%) 등 시간제 선호도가 높아 실제 배정은 100가구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제공 시간은 오전 8시~오후 8시로 주 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다.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은 국내 최저시급 9860원이 적용돼 홍콩(2797원)이나 싱가포르(1721원)보다 높다.

다음달 3일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있으나 업무 범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갈등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필리핀 정부는 돌봄노동자(Caregiver) 자격증을 가진 이들의 업무 범위는 돌봄으로 한정돼 있다고 보지만, 한국 정부는 빨래·청소 등 가사업무까지 포함한다는 입장이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고국을 떠나 낯선 서울 생활을 시작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가사관리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에도 만족할 만한 돌봄·가사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9월부터 서울 가정에서 일하게 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입국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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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가사관리사 내일 입국···‘돌봄-가사’ 업무범위 논란 여전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051533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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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