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안해요" 소액주주 대변하던 강성부의 배신?

차준호, 하지은 2024. 8. 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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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8월 05일 16: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양증권 입찰을 앞두고 강성부 KCGI 대표(사진)는 주변에 이렇게 변신을 선언했다.

지난해 인수한 메리츠자산운용(KCGI자산운용)에 이어 한양증권까지 인수에 나선 것도 제도권 종합금융그룹을 출범하겠다는 강 대표의 포부가 담겨있다.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강 대표의 행보도 소액주주 사이에서 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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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지분만 시가 네배의 프리미엄 지급해 한양증권 인수
주주행동주의 선봉에선 비판하더니 내로남불 지적
"제2의 미래에셋 되겠다" KCGI 확장 의지
소액주주와 갈등, 당국 부정적 인식 등 넘어야할 과제도 산더미
이 기사는 08월 05일 16: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성부 케이씨지아이 대표 / 사진=이솔 한국경제 기자

“저는 이제 행동주의 펀드 대표가 아닙니다. 반도체 회사(넥스틴) 오너고 KCGI는 이제 바이아웃 펀드입니다. 우리 펀드 규모도 너무 커져서 이제 행동주의 할 그런 게 아닙니다.” 

한양증권 입찰을 앞두고 강성부 KCGI 대표(사진)는 주변에 이렇게 변신을 선언했다. '오너' 비판의 칼을 세우며 주주행동주의 업계 스타로 떠오른 그가 이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목적) PEF 대표로 여러 회사의 '오너'에 오르겠다는 얘기다. 

강 대표는 지인들에게 자신이 제 2의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될 것이라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SK투자신탁·SK생명보험, 대우증권, KDB자산운용 등 연이언 M&A로 사세를 키운 미래에셋그룹을 벤치마킹해 그룹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인수한 메리츠자산운용(KCGI자산운용)에 이어 한양증권까지 인수에 나선 것도 제도권 종합금융그룹을 출범하겠다는 강 대표의 포부가 담겨있다. 한양증권 인수 의지는 누구보다 강했다. 강 대표가 시가의 4배가 넘는 가격을 베팅한 배경이다. 

그러나 '주주행동주의'를 내걸면서 대주주를 비판했던 '그들만의 인수합병(M&A)' 행보를 고스란히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한양증권 인수전에선 KCGI가 제시한 경영권 프리미엄은 317%에 이른다. 소액주주 몫은 없었다. 국내 M&A 과정에서 차등적인 프리미엄은 그가 이끄는 KCGI가 가장 앞서서 비난한 대목이기도 했다. 대규모 블라인드펀드가 없어 프로젝트펀드로 거래를 마쳐야하는 KCGI 입장에선 자신들의 명분대로 소액주주에 대한 공개매수를 단행하기엔 체급이 부족하다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인수가격이 주당 6만5000원으로 시가(2일 종가 1만5580원)의 4배가 넘는다는 점에서 소액주주의 박탈감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양증권 인수를 위한 강 대표의 행보도 소액주주 사이에서 말이 많다. 강 대표는 M&A 이전에도 대주주인 김종량 한양대학교 재단 이사장의 장남을 KCGI에 채용한 데 이어 본인도 한양대학교에서 대우교수로 활동하는 등 스킨십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양학원 측이 한양증권의 일부 지분을 남겨둔 점을 두기로 하면서 온갖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매각 절차도 '깜깜이'로 이뤄진 탓에 주요 후보 사이에선 사실상 KCGI를 내정해 거래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이같은 파킹성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KCGI의 지난 행보에서 소액주주들의 불신이 쌓여온 점도 변수로 꼽힌다. 앞서 KCGI는 쌍용차 인수를 미끼로 주가조작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논란에 서기도 했다. 강 대표는 "인수전에서 발을 빼 문제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KCGI가 자금 조달 계획까지 밝히며 주가조작세력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DB하이텍에 대한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가 결국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만 대주주에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하면서 '밀실 합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증권사 대주주 적격심사에서 정성적 요인인 '사회적 신용' 부분에서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강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과정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히 통과해 이번에도 빨리 나올 것이라 자신한다"고 말했지만 당국에선 자산운용과 증권사 인수를 위한 심사는 별개라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차준호 / 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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