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38%' 패혈증 조기진단 길 열렸지만 큰 '벽'이 있었다 [스프]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2024. 8. 6. 09:03
[주간 조동찬]
서울대 전기공학부 실험실. 주혜린 연구원이 패혈증 환자의 혈액을 조심스럽게 꺼낸다. 이 환자 몸 속 혈액까지 패혈증이 퍼진 상태라서 혈액에 세균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균의 양이 너무 작아서 어떤 세균인지는 당장 알 수가 없다. 주 연구원은 소독된 솜방망이를 환자의 혈액에 담근 후 세균이 잘 자라도록 조성된 플라스크 배지에 골고루 바른다.
“이틀 후면 배지에서 어떤 균이 자라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포도상 구균 혹은 폐렴 구균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녀석이 어떤 항생제에 잘 듣는지 또 확인해야 하는데 하루 정도 더 걸립니다. 지금 병원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패혈증 환자에게 알맞은 항생제를 찾기까지 3일이나 걸립니다. 패혈증의 사망률이 한 시간마다 9%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환자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시간입니다.”
국내 패혈증 사망률은 최대 38%로, 보건 선진국의 사망률 20~30%보다 다소 높다. 그 이유로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세균증가, 최신 항생제의 뒤늦은 도입 등이 꼽히고 있다. 게다가 국내 10만 명당 패혈증 사망자 수는 2011년 3.7명에서, 2021년 12.5명으로 10년 새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패혈증을 얼마나 빨리 진단해 치료하느냐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시급하다.
정해욱 연구원이 서울대병원에서 공급받은 패혈증 환자 190명의 혈액을 나노 자석 막대로 분리한 뒤 이를 피펫으로 급속 배양판에 나눠 넣는다. 나노 자석 막대, 이 간단한 단어 속에는 서울대 공대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배어 있다.
“저희가 개발한 나노 자석 막대로 소량(1개에서 10개)의 세균을 붙잡아 둔 후, 이를 농축해서 분리합니다. 그리고 급속 배양기에 골고루 뿌리는데, 이 과정이 몇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패혈증 환자에게 적합한 항생제를 찾는 첫 번째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강준원 연구원은 급속으로 배양된 세균을 작은 원이 수십 개 모여 있는 판에 배분했다. 작은 원에는 여러 항생제가 각각 들어 있는데, 세균의 반응에 따라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이 변화가 너무 미세하고 불규칙해 사람의 눈으로는 어떤 세균인지를 알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서울공대 연구팀은 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세균의 유전자(DNA)가 여기 작은 원(마이크디스크) 위에 부착이 되면 작은 원은 신호를 발산해서 이게 어떤 균인지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옆 기계로 전달되는데요. 이 기계는 수백 종류의 항생제 중에서 패혈증 원인 세균에 잘 듣는다고 알려진 수십 종류의 항생제를 추려서 이 세균과 직접 반응하게 합니다. 그러면 어떤 약이 잘 듣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됩니다.”
서울대 공대와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의 공동연구는 패혈증에 딱 맞는 항생제 찾기에 걸리는 시간을 13시간으로 단축했다. 기존 3일 검사와도 결과는 거의 비슷해, 둘의 일치율은 94%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임상 결과에 따르면, 검사 시간을 24시간으로 줄이기만 해도 30일 기준 24.4%의 치사율이 9.5%로 뚝 떨어졌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네이처지에 실렸고, 네이처 홈페이지에 주요 논문으로 소개됐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번 성과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반도체 공정 기술로 미세한 걸 만들어내는 반도체 칩 기술을 바이오 쪽에 적용한 바이오칩 기술이고, 둘째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판단을 해내는 인공지능 기술, 셋째는 균을 분리해 내는 나노 입자 기술 이렇게 세 가지를 융합해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패혈증을 연구하는 공대생들
“이틀 후면 배지에서 어떤 균이 자라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포도상 구균 혹은 폐렴 구균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녀석이 어떤 항생제에 잘 듣는지 또 확인해야 하는데 하루 정도 더 걸립니다. 지금 병원에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패혈증 환자에게 알맞은 항생제를 찾기까지 3일이나 걸립니다. 패혈증의 사망률이 한 시간마다 9% 올라가는 것을 생각하면 환자에게는 너무나 절박한 시간입니다.”
국내 패혈증 사망률은 최대 38%로, 보건 선진국의 사망률 20~30%보다 다소 높다. 그 이유로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세균증가, 최신 항생제의 뒤늦은 도입 등이 꼽히고 있다. 게다가 국내 10만 명당 패혈증 사망자 수는 2011년 3.7명에서, 2021년 12.5명으로 10년 새 4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패혈증을 얼마나 빨리 진단해 치료하느냐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관심사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더 시급하다.
정해욱 연구원이 서울대병원에서 공급받은 패혈증 환자 190명의 혈액을 나노 자석 막대로 분리한 뒤 이를 피펫으로 급속 배양판에 나눠 넣는다. 나노 자석 막대, 이 간단한 단어 속에는 서울대 공대의 최첨단 과학기술이 배어 있다.
“저희가 개발한 나노 자석 막대로 소량(1개에서 10개)의 세균을 붙잡아 둔 후, 이를 농축해서 분리합니다. 그리고 급속 배양기에 골고루 뿌리는데, 이 과정이 몇 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면 패혈증 환자에게 적합한 항생제를 찾는 첫 번째 과정이 마무리됩니다.”
강준원 연구원은 급속으로 배양된 세균을 작은 원이 수십 개 모여 있는 판에 배분했다. 작은 원에는 여러 항생제가 각각 들어 있는데, 세균의 반응에 따라 미세한 변화가 생긴다. 하지만 이 변화가 너무 미세하고 불규칙해 사람의 눈으로는 어떤 세균인지를 알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서울공대 연구팀은 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세균의 유전자(DNA)가 여기 작은 원(마이크디스크) 위에 부착이 되면 작은 원은 신호를 발산해서 이게 어떤 균인지를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옆 기계로 전달되는데요. 이 기계는 수백 종류의 항생제 중에서 패혈증 원인 세균에 잘 듣는다고 알려진 수십 종류의 항생제를 추려서 이 세균과 직접 반응하게 합니다. 그러면 어떤 약이 잘 듣는지 바로 알 수 있게 됩니다.”
서울대 공대와 서울대병원 감염내과의 공동연구는 패혈증에 딱 맞는 항생제 찾기에 걸리는 시간을 13시간으로 단축했다. 기존 3일 검사와도 결과는 거의 비슷해, 둘의 일치율은 94%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임상 결과에 따르면, 검사 시간을 24시간으로 줄이기만 해도 30일 기준 24.4%의 치사율이 9.5%로 뚝 떨어졌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네이처지에 실렸고, 네이처 홈페이지에 주요 논문으로 소개됐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이번 성과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반도체 공정 기술로 미세한 걸 만들어내는 반도체 칩 기술을 바이오 쪽에 적용한 바이오칩 기술이고, 둘째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판단을 해내는 인공지능 기술, 셋째는 균을 분리해 내는 나노 입자 기술 이렇게 세 가지를 융합해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좋은 의료 기술도 쉽게 쓸 수 없는 대한민국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대 공대생들과 연구 성과에 대한 뒷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은 의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한 것이 처음이라며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을 알게 된 것도 소득이었다고 말했다.
“병원에 임상 시험하러 많이 다녔는데... 병원은 실질적으로 24시간 운영이 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패혈증 검사) 실험실에 방문했을 때 야간에 불이 꺼진 걸 보고 ‘이 시간에도 진짜 환자들이 많이 위급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패혈증 환자의 혈액 검사가 대한민국 병원의 야간과 휴일에는 거의 멈춘다. 혈액 배양에 필요한 전문 의료인을 야간과 휴일까지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진단검사 의학과 교수는 그 이유는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병원에 임상 시험하러 많이 다녔는데... 병원은 실질적으로 24시간 운영이 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패혈증 검사) 실험실에 방문했을 때 야간에 불이 꺼진 걸 보고 ‘이 시간에도 진짜 환자들이 많이 위급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1분 1초가 급한 패혈증 환자의 혈액 검사가 대한민국 병원의 야간과 휴일에는 거의 멈춘다. 혈액 배양에 필요한 전문 의료인을 야간과 휴일까지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진단검사 의학과 교수는 그 이유는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조동찬 의학전문기자 dongchar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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