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군인이기 이전에 ‘사람’입니다”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2024. 8.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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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지간 예비역 장교 고성균·김세진이 말하는 ‘옛날 군대 vs 요즘 군대’

● 말단 군인 취급 전, 인격체로 대우해야
● 자질·리더십 미달 군 간부가 문제 일으켜
● 세대 간 마음 열고 ‘소통 주파수’ 맞춰야
● 국방 장관=정책 책임자, 명령만 하는 사람 아냐
● 여성 징병 문제도 진지하게 고민할 때
● 국민의 군에 대한 관심과 사랑 절실

고성균 예비역 육군 소장(왼쪽)과 김세진 예비역 육군 소령. [박해윤 기자]
"요즘 군대 좋아졌다"라는 말이 대(代)를 이어 회자된다. 문제는 군복무 당사자는 공감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사회 변화 속도에 군대가 발맞추지 못해서 생기는 괴리 현상이다.

끊이지 않는 인명 사고도 빠뜨릴 수 없는 문제다. 군대 내 사망 사고는 2019년 86명, 2020년 55명, 2021년 103명, 2022년 93명으로 집계돼 매년 100명 안팎의 장병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가 아닌 국가에서 매년 1개 중대 규모의 인명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지난해 7월,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에 이어 올해 5월에는 육군 제12사단에서 훈련병이 가혹 행위로 목숨을 잃었다. 국가와 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한국 사회에서 군은 여전히 성역(聖域)으로 치부된다. 일반인에게 낯선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유튜브 채널을 매개로 "군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고성균 예비역 육군 소장(이하 고성균), 김세진 예비역 육군 소령(이하 김세진)이 그 주인공이다. 서른 살 차의 두 사람은 세대를 초월해 공감·소통하며 군대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채 상병 사건 근본 원인 = 명령 불명확

2023년 7월 20일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관(館)에 마련된 고 채수근 상병 빈소에서 해병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고성균은 1958년생이다. 육군사관학교 38기 졸업·임관 후 일선 지휘관, 인사·교육 분야 주요 참모 보직을 맡았다. 장성 진급 후 육군본부 선발관리실장, 제31보병사단장, 제2작전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장 등으로 복무했고 육군교육사령부 교육훈련부장을 마지막으로 군을 떠났다. 전역 후 숙명여자대학교 안보학과 교수로 강의했고, 유튜브 채널 '고성균의 장군! 멍군!'을 운영하고 있다. 육사에서는 전쟁사를 전공하고 일반 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육군사관학교 훈육관(소령), 생도대장(준장), 교장(소장)을 모두 역임한 전무후무한 장교이기도 하다. 지난해 '나는 군대에서 인생을 배웠다'를 출간했다.

1988년생 김세진은 육군사관학교 67기 졸업·임관 후 제28보병사단, 제22보병사단, 제1야전군사령부에서 복무했고 2016년 대위로 예편했다. 건명원(建明苑) 수학 후 고려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뱅크샐러드를 거쳐 현재 경제사회연구원 미래센터 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군의 뿌리' '요시다 쇼인 시대를 반역하다' 등의 저서가 있으며, 유튜브 채널 '코리아 세진'을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예비역 진급 제도를 통해 예비역 소령이 됐다.

고성균과 김세진은 사제지간이다. 고성균이 육군사관학교 생도대장으로 근무할 때 김세진은 생도로 인연을 맺었다. 전역 후에도 유튜브 방송에 동반 출연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이게 안보여'에 함께 출연하고 있다.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두 사람을 만나 한국군의 당면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7월 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사건에 이어 올해 육군 제12보병사단 훈련병 사망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지휘관의 부적절한 지시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고성균_"고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건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지휘관이 지시를 명확하게 했었어야 합니다.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의 탄원서 내용,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나는 이런 뜻으로 지시하지 않았는데 예하 대대장들이 오해하거나 잘못 해석했다'는 취지인데 저는 다음을 강조하고 싶어요. 군대 명령은 명확·명료해야 합니다. 병사에게는 '복명복창을 생활화하자'고 교육하는 근본 이유입니다. 상급자의 명령·지시는 오해 소지가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궁극적으로 누구 책임이냐? 명령 내린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제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에 사규가 있듯 육군에도 규정이 있습니다. 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해당 중대장은 규정을 몰랐거나 지키지 않은 것입니다. 육군이 변명의 여지없이 잘못한 것이죠."

김세진_"‘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지만 짚어야 할 것은 '지휘관들이 안전 위해(危害) 요소를 제대로 평가했는가'입니다. 해병대 사건의 경우 왜 구명조끼를 착용하게 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또 제12사단 사건은 해당 중대장이 고문에 가까운 가혹 행위를 한 것입니다. 지휘관의 월권, 개인적 가학성·폭력성 발현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지휘관이 부적절한 지시를 넘어 불법 지시를 했다고 판단합니다."

저출산 여파로 군복무 인원도 급감세입니다. 현역 징병률은 높아지고, 지난날 현역 복무에 적합하지 않았던 인원도 징집되고 있죠. 체력, 지력이 떨어지는 현역병 복무가 늘어난 것이 현실입니다. 지휘관의 업무도 과중되고 있고요.

김세진_"저출산·고령화와 더불어 국가적 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군대가 독자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입니다. 지난날 현역 부적합 인력이 입대하는데 '이들을 군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장교·부사관에게 가중되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 문제를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민감한 문제이긴 한데 군복무 보상도 강화해야 합니다. 남성·여성, 자원자·징집자 문제를 떠나서 군복무자에 대한 전반적인 보상 수준이 올라가야 합니다. '여성 징병'도 검토할 때가 된 듯합니다. 현재 여성 간부(장교·부사관)가 약 1만 명에 달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방 의무는 전 국민이 수행해야 하는데 단계적 여성 징병을 검토해야 합니다. 병역 복무 기간도 문제입니다. 2024년 현재 육군 기준 18개월 복무하는데 24개월 혹은 일정 수준으로 환원하는 문제를 전 사회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정치권은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군은 직접 당사자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고요. 누군가는 반드시 이야기해야 합니다."

고성균_"군복무 부적합 병사가 지난날에는 극소수였지만 요즘에는 적지 않습니다. 병사 한 사람 관리를 위해 여러 사람이 필요해져 전투력 낭비를 초래하는 것이죠. 지휘 부담도 가중되고요. 여성 징병제도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고 봅니다. 6월 14일,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를 통과한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여성도 징집 대상 명단에 올리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도 병력 자원 부족에 직면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당장은 아니지만 여성 징집제를 고민하는 것이죠. 한국 현실에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현행 육군 기준 18개월인 복무 기간을 늘리는 것인데 병무청장조차 '복무 기간 연장은 절대 없다'고 하는 형편이죠."

‘간부 수준 제고' 위해 인사 평가제 개선 필요

한 군장병이 6월 19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 마련된 가혹 행위로 사망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훈련병의 추모분향소에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잇따르는 군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합리성이 결여된 지휘관 명령'이 지적됩니다. 지휘관 자질, 리더십과 관련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고성균_"지적대로 간부 자질이나 리더십 문제로 귀결됩니다. 안타까운 것은 제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해당 중대장이 여성이어서 문제'라는 식의 문제 제기도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남성 지휘관은 문제 일으키지 않습니까? '남녀 갈라치기'는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핵심은 군 간부(장교·부사관)는 직책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제대로 된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수 인재가 군에 입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반적인 복무 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정치권에서부터 '군 간부 대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김세진_"지휘관 자질은 정말 중요합니다. '간부단 전체 수준 제고'를 위해서는 인사 평가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안목과 역량을 지닌 인재가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사례를 보여줘야 합니다. 조직원 스스로가 '아! 정말 진급할 만한 사람이 진급했구나' 하고 느끼고 본인도 노력하면 진급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말이죠. 간부 교육훈련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장교의 경우 신임장교 지휘참모과정(OBC), 대위 지휘참모과정(OAC), 소령 진급자 합동군사대 기본교육과정 등으로 이뤄집니다. 합동군사대 교육 이후에는 정규 교육과정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한국군 교육훈련시스템이 간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배양하는 수준인지, 일정 수준에서 교육을 끝내고 간부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자의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시스템인지 근원적인 질문이 필요합니다."

고성균_"이건 제가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는 문제예요. 제가 군에서 인사 평가 업무를 주로 했잖아요. 찔리기도 하고요(웃음)."

김세진_"제가 특정인을 저격(?)하려는 것은 아니었습니다(웃음)."

고성균_"타군(他軍)은 모르지만 육군은 제대로 된 인사 평가를 위해 고민을 수없이 했습니다. 인사 평가 당사자들을 100% 만족시키지 못해서 문제죠. 자질이 우수하고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군에 남아 고위직으로 승진하게 해야 하는 데 여러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학연·지연·출신(장교 임관 경로) 등을 따지는 한국식 문화도 한 요인이고요. 군 간부의 규정 숙지도 중요합니다. 각종 규정이나 교육훈련 교범은 수정되는데 장성(將星)급 장교가 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군 사망사건은 민간 경찰로 이첩(移牒)하는 것으로 규정을 바꾸었습니다. 군사경찰의 초동 수사 단계에서 해병대 제1사단장을 포함한 지휘 라인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가 올라왔고, 국방부 장관은 최종 결재를 했잖아요. 그 과정에서 법무관리관을 비롯한 참모진의 의견을 경청하고 결재를 반려하거나, 지휘 책임 범위를 축소하라는 등의 의견을 냈으면 될 일을 경찰로 이첩된 사건을 규정을 어겨가며 돌려받아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죠."

김세진_"군 간부·병사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불합리'와 '불법'은 차이가 있습니다. 불합리한 지시·명령은 일단 따르고 추후 '어떤 면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건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불법적인 명령·지시는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규정을 제대로 아는 것이 선행해야 하고요."

서번트 리더십과 자발적 복종

군인권센터와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귀환 부모연대’ 회원들이 6월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관점에서 최근 발생한 일련의 군 사건·사고를 평가해 주신다면요.

김세진_"공자(孔子)의 '논어(論語)'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慾 勿施於人)', 즉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전 해병대 제1사단장 본인은 물에 들어가서 수색하고 싶었을까요? 제12사단 가해 중대장은 그 정도 수준의 가혹 행위를 자신이 당한다고 생각해 봤으면 어땠을까요.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죠. 해당 사건은 군인(軍人)이기 앞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덕성, 인간에 대한 존중·배려가 결여돼 발생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지? 타인은 누구인지?' 존재 가치 자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성균_"‘서번트 리더십'의 핵심은 리더가 강압적으로 명령·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공동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는 이른바 '자발적 복종'이 이뤄져야 하고요. 과거에는 진짜 병사를 속된 표현으로 인간 취급 안 하는 간부가 있었습니다. 주변에도 있었고요. 저도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더는 이래서는 안 되죠. 징병제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 군대 특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병사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징집됐습니다. 병사에게 강압적으로 지시·명령을 하기보다는 병사 스스로가 '나는 강제로 군대에 왔지만 뭔가 보람을 느낀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감(共感) 능력이 필요하고요.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탄원서에서 '군인은 국가가 필요시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고 했던데 저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대단히 잘못된 생각입니다."

"군대 좋아졌다"는 말은 대를 이어 회자되고 있지만 군복무 당사자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회에 비해 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군대의 특성이 빚은 괴리 현상 때문이라 생각합니다만.

김세진_"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군대가 사회 변화 속도를 가장 못 따라가는 조직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한국군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군 내부를 보면 오늘날 예비역 장성들 가운데 1970~80년대, 1990년대 군 생활을 하신 분이 주를 이루는데 이분들이 군 생활을 하던 시대와 오늘날은 너무나도 다른 세상입니다. 한국이 선진국이 되기 전 군 생활한 분들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태어난 장병(將兵)들이 군대라는 한 울타리에 속해 있는 것이죠. 세대별로 경험·가치관이 상이하다 보니 서로 이해하기도 어렵고요. '소통 주파수'가 너무 다릅니다. 지난날 군 복무하셨던 분들이 '요즘 군대 진짜 좋아졌다'는 말을 하는 것이고요. 기성세대는 이른바 '라떼는 말이지…' 식의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 군 복무하는 세대도 이전 세대를 향해서 '우리한테 뭘 강요하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마음을 열고 현세대가 겪는 고충은 무엇인지, 미래세대에 물려줄 유산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고성균_"앨빈 토플러가 군대가 변화 속도를 가장 못 쫓아가는 조직이라고 했다고요? 살짝 기분 나빠지려고 하네요(웃음).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말했어요. '조직 분석을 해보니 군대 조직이 교육훈련·리더십 교육이 가장 잘돼 있다'고요. 제가 보기에 시대는 변해도 군대의 이른바 '업(業)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군대는 싸우기 위해서, 그보다 앞서 싸움을 억제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강인한 군인이 필요하고요. 이를 위해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시행해야 하는데 시대 변화에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은 있어요. 한편 군에서 인사·교육 업무를 주로 했던 사람으로서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에 비해 일상에서 걷기 등 육체를 사용하는 일이 줄어 들었고, 병사 체력도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도 사실인데 그건 주어진 환경입니다. 병사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죠. 대한민국 군대가 이러한 청년들을 맞이해서 군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군인으로 만드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의무입니다."

언제까지 병사를 '야! 인마!'라고 부를 텐가

최근 1년 사이 군대 내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진 가운데 고성균 예비역 육군 소장(왼쪽)과 김세진 예비역 육군 소령이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최근 문제의 원인을 짚고, 해결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눴다. [박해윤 기자]
구타·가혹 행위 방지를 위해서는 제도개선과 간부 리더십 제고 중 무엇이 우선인가요.

고성균_"제도와 리더십 둘 다 중요합니다. 우선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확립이 중요하고요. 다음으로 이행하기 위한 리더십이 수반돼야 합니다. 미국에서 구타·가혹 행위는 '엄벌주의' 원칙으로 대응합니다. 불명예 제대가 최고 처벌 중 하나죠. 리더십 확립은 '병사는 군대라는 기계의 부품이 아닌 사람이다'라고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세진_"경영학·관리학 등에서는 제도와 리더십을 구분해서 접근하는데 저는 둘이 합쳐져 있다고 봅니다. 제도 차원의 대안, 리더십 혹은 의식 차원의 대안이 함께 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환류(feed back)의 '선순환구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국민 개병(皆兵)제 국가입니다. 시민으로 군대가 구성되고 군 운영 비용도 세금으로 충당됩니다. 그럼에도 징집된 병사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김세진_"여전히 병사를 '야! 인마!'라고 부르는 군 간부가 존재합니다. 거기서부터 잘못입니다. 돌아가신 제 아버지는 육군 항공병과 장교셨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시절 인상 깊은 장면이 떠오릅니다. 아버지가 대대장(중령)일 때 모든 대대원 이름을 다 외워서 각자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병사들을 '야! 인마!'식으로 부르는 간부는 징계하고요. 군 간부가 병사를 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군 간부들은 '사회에서 군을 예우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저는 '간부는 사회인이 될 병사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라고 묻고 싶습니다. 군 간부가 징집된 병사를 고객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내게 월급을 주는 '물주'라고 생각했으면 합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그들도 소중하다'는 관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성균_"김춘수 시인의 '꽃' 구절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가 있잖아요.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존재 의미를 느낀다. 꽃이 된다는 뜻입니다. 우리 군대가 병사들이 꽃이 되도록 보호해 주고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야 하는 데 그 출발점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이에요."

인력 부족, 간부 이탈 심화 등 군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형국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군 상층부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성균_"먼저 참모총장 임기를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룡대에 육·해·공군 본부가 있고 참모총장들도 상주합니다. 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 등 정치권을 설득해야 합니다. 각군 참모총장들이 여의도에 '전술지휘소'를 만들어서 정치권을 수시로 접촉하고 군 애로 사항을 지속 건의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국방부 장관도 문제입니다. 예비역 3성·4성 장성 출신을 주로 임명하는데 합참의장 역할과 장관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관의 역할은 군이 당면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국회나 예산 담당 부처를 설득해서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기본적으로 국방부 장관은 전역 후 수년간 다양한 경험을 한 인사로 임명해야 합니다. 속된 표현으로 군대물이 빠진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김세진_"국방부 장관은 군정(軍政)을 책임진 자리지 군령(軍令)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닌데 이를 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표 사례가 북한 오물 풍선 살포 시 장관이 전군에 정상 출근을 지시한 것이죠. 미국은 전역 7년이 경과해야 국방부 장관에 임명될 수 있습니다. 7년 기간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준장(准將)부터 대장(大將)까지 진급 소요 연한이기 때문입니다. '장관 될 사람은 장성 인사에 개입하지 말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이른바 '라인'을 형성할 수 없게 막은 것이죠. 한국에서는 대개 4성 장군으로 전역하면 '이제는 장관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정치권에서 제도적 견제 장치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군복무에서 '새로운 가치' 찾을 때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 임명, 여성 장관 기용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고성균_"헌법상 군통수권자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에 의해 통수가 이뤄지면 그것 자체가 문민화라고 생각합니다. 역대 정부에서 국방부 문민화를 추진한다면서 국방부 내 현역 장교 보직을 민간 공무원에게 상당수 돌렸는데 그것만 정답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군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공무원으로 인해 생기는 부작용도 상당합니다. 여성 국방부 장관 문제는 한국은 준(準)전시 상태인 점, 여성 징병제가 허용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성별 문제를 떠나 '전문성'이 중시돼야 합니다."

김세진_"말씀한 내용에 저도 공감합니다. '민간' '여성' 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방정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을 갖춘 인사를 발탁해야 하는 것이 대원칙입니다."

군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국민의 군에 대한 신뢰도 저하됐습니다.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싶은가요.

고성균_"최근 군에서 여러 가지 불미스럽고 때로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국민의 우려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군문(軍門)에 30년 넘게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중요한 점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간부는 어떤 리더십을 가지고 병사에게 다가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봅니다. 병사는 억지로 군대에 온 것은 사실이지만 군복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군에 대한 외부의 비판적 시각도 느끼고 있습니다.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당면한 문제를 고민해 주시라는 것입니다."

김세진_"먼저 현역 복무 중인 장병들께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군이 여러 가지 문제를 드러냈지만 주지할 점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군이 무너지면 대한민국 자체가 위험에 처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국민의 관심, 응원, 그리고 애정 어린 질책이 필요한 시기라고 봅니다. 갈등과 분열의 언어로 군 조직을 흔들어대기보다는 사랑과 포용의 언어로 보듬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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