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자사 첫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하이브리드 AI' 전략에 있다. 애플은 아이폰이나 맥 같은 자사 디지털 디바이스에 탑재된 AI와 데이터센터의 AI는 물론, 챗GPT로 대표되는 외부 AI 등 3가지 AI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사용자와 다양한 AI 서비스를 연결하는 통로가 바로 애플의 AI 비서 시리(Siri)다. 시리는 애플 디지털 기기에서 상황에 따라 적당한 AI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AI는 챗GPT 말고도 구글 제미나이와 메타 AI 등 계속 추가될 예정이다. 애플 AI 서비스가 다양한 AI로 향하는 허브이자 포털이 되는 셈이다.
애플 AI 서비스 허브 '시리'
올해 글로벌 AI 시장에선 오픈AI의 우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제미나이 출시(구글), AI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아마존), 거대언어모델(LLM)의 오픈소스 공개(메타) 등 빅테크마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AI 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정보기술(IT)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용 AI 슈퍼컴퓨터 '도조'를 가동한 데 이어 AI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자동차 공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이 설립한 AI 스타트업 xAI에서 LLM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LLM 구축과 운영에 필요한 학습·추론용 그래픽처리장치(GPU)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제휴해 생성형 AI 솔루션을 여럿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첫 AI 폰 갤럭시 S24를 출시해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열었다. AI 디바이스에 탑재될 칩셋과 추론용 GPU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애플의 AI 전략은 여느 기업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애플이 AI 사업에서 어떤 투자 전략을 세웠는지 그 전모가 지난해 말부터 속속 공개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애플은 챗GPT, 구글 등 주요 경쟁자와 달리 거대행동모델(LAM)에 방점을 찍었다. 기존 LLM 같은 단순 언어 모델이 아닌, 아이폰 유저의 화면 터치와 작업 내용을 인식해 작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AI를 지향한다.
AI 시대 맞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대거 정비
애플 인텔리전스로 눈을 돌리면 두 가지 포인트에 눈길이 간다. 하나는 맥, 아이패드, 아이폰 등 애플 디바이스에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AI 서비스를 위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선 시리 성능을 개선했다. 애플은 자사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AI를 원활하게 구동하고자 비교적 소형 LLM인 '오픈ELM'도 개발했다. 같은 이유로 하드웨어 측면에선 최신 아이폰에 A17 프로(Pro) 칩셋을 탑재해 성능을 강화했다. 자체 AI 서버 운영에서는 애플 실리콘 칩을 토대로 비공개 전용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다. 디바이스뿐 아니라, 애플과 타사 서버를 통해 AI 서비스가 제공되는 점도 특징이다. 애플 기기를 쓰는 사람은 시리를 경유해 챗GPT도 사용할 수 있다. 생성형 AI 선택지는 메타, 구글 서비스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애플은 AI 사업에서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보다 다른 기업의 전문 AI 서비스를 한데 묶어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려 하고 있다. AI 사업에서 비교적 후발 주자가 택한 '따로 또 같이' 전략인 셈이다. 다만 애플도 자사 고객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과 추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지간한 AI 서비스는 맥,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폰으로 상징되는 하드웨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애플의 AI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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