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생계 잃을라" vs "신성장 동력"…댐 건설 계획에 주민 술렁
충남도 "적극 찬성"·청양군 "갈등 최소화" 입장 차이 뚜렷
(청양=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정부가 발표한 기후대응댐 후보지에 충남 청양 지천댐이 포함되면서 청양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인구가 2만9천여명에 불과하고 65세 이상 노인이 40%에 달하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 댐 건설 계획 발표 이후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 모습이다.
5일 오후 찾아간 청양군청 앞.
4차선 도로 옆 가로수마다 댐 건설에 찬성 또는 반대하는 현수막 수십 장이 걸려 있었다.
찬성 측은 '청양 발전 신동력'이라거나 '소멸 위기 청양군의 구세주'라며 댐 건설을 환영했지만, 반대 측은 '청양군민 하나 되어 댐 건설 막아내자'라거나 '댐 안개가 과수농가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현수막은 농민회·후계농업경영인회·한우협회·양계협회·시민연대(반대)와 발전연구회·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중기협회·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찬성) 등 다양한 단체의 이름으로 내걸려 지역사회가 댐 건설을 놓고 양분돼 있음을 보여줬다.
주민 김모(65)씨는 "조용한 동네가 댐 건설 문제로 시끄러워졌다"며 "지인들을 만나면 온통 지천댐 얘기뿐"이라고 말했다.
댐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데다 재산권 침해와 농축산업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최문갑(54) 지천댐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댐을 건설하면 극심한 안개와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이 불량해지고 노인의 호흡기 질환이 심해진다"며 "각종 규제로 땅값과 집값이 하락해 상권이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지천댐은 식수용이기 때문에 낚싯대 하나 넣을 수 없게 돼 관광개발도 불가능하다"며 "주민들과 함께 댐 건설을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찬성 주민들은 가뭄과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용수 확보가 가능하고 지역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성우(60) 지천댐 건설 추진위원장은 "인구소멸 위기에 봉착한 청양군이 댐 건설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청양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댐 건설을 통한 관광 인프라와 스포츠 인프라 조성으로 체류 인구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천댐 건설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이것은 청양군이 인구 소멸지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지천은 칠갑산 자락에서 발원해 청양읍과 남양면, 대치면 등을 지나 금강으로 흐르는 강이다.
1991년, 1999년, 2012년 세 차례 지천댐 건설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대 등으로 무산됐다.
문제는 댐 건설을 시작도 하기 전에 주민들이 찬반양론으로 갈라졌다는 점이다.
일부 단체는 찬성하는 사람들을 향해 "고향을 팔아먹는 매향노"라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서슴지 않았고, 찬성 측 인사들은 "댐 예정지에서 수십 킬로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왜 이 문제에 관여하느냐"며 공세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댐이 건설되면 마을이 수몰되는 장평면 죽림리의 김정구(71) 이장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발언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이장은 "잊을 만하면 지천댐 건설 문제가 거론돼 인심 좋은 시골 동네를 양분하고 있다"며 "우리 마을은 김씨 집성촌인데 집안 간에도 서로 드러내 놓고 찬반 의견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광역단체인 충남도와 기초단체인 청양군의 입장 차이도 적지 않다.
충남도는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는 최근 브리핑에서 "우리 도는 물 부족 문제와 홍수 피해에 지속적으로 직면해 왔다"며 "청양 지천이 댐 후보지로 포함된 것에 깊은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반면 청양군은 입장 표명을 유보하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김돈곤 청양군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찬반양론이 나뉜 상황에서 군수가 어느 한쪽 손을 드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댐이 건설되건 무산되건 양분된 여론을 수습하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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