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9월에 다시 와요?” 마지막 날 예준이가 물었다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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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가 있는 김예준 군(10)은 홍미영 활동지원사(가명, 57)에게 한글을 배웠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서사원) 소속인 홍씨는 지난 2년 7개월 동안 주 6일씩 예준이를 돌봤다.
"장애 아이를 돌볼 때는 기다려주는 게 중요해요." 홍씨 덕분에 예준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었다.
"서사원은 제가 연차나 병가를 가면 대체인력이 투입됐어요. 이용자들에게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죠. 예준이는 주말 돌봄이 필요한데 민간 지원사가 그만둘까 봐 신경이 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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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가 있는 김예준 군(10)은 홍미영 활동지원사(가명, 57)에게 한글을 배웠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서사원) 소속인 홍씨는 지난 2년 7개월 동안 주 6일씩 예준이를 돌봤다. 아빠, 할머니와 사는 예준이를 엄마처럼 세심하게 챙겼다. 체육을 좋아하는 예준이를 위해 구청에서 지원하는 검도와 줄넘기 수업도 등록해 매번 데려갔다. “장애 아이를 돌볼 때는 기다려주는 게 중요해요.” 홍씨 덕분에 예준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었다. 무인 계산대를 사용하고, 도로에서는 주변에 차가 있는지 살필 줄 알게 됐다. 하지만 8월1일부터 홍씨를 만날 수 없다. 서사원이 7월31일부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26일 서울시의회에서 국민의힘 주도로 ‘서사원 설립 및 운영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 조례안’이 통과됐다. 5월22일 서사원 이사회는 해산을 의결했다. 바로 다음 날 서울시는 이를 승인했다. 속전속결로 해산한 뒤 ‘6월30일자 희망퇴직 신청’ 문자가 직원들에게 발송됐다. 홍씨도 연락을 받았다. “5월30일에 문자를 받고 당황했어요. 하지만 예준이를 돌볼 민간 선생님이 구해질 때까지 그만둘 순 없었어요.”
서사원 직원들에게 해산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2019년 국가가 돌봄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 위해 서울시 출연으로 설립한 서사원은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영유아 보육 서비스 등을 제공해왔다. 특히 민간에서 기피하는 이용자나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 대한 긴급 돌봄을 도맡았다. 비정규·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인 돌봄 노동 시장에서, 정규직으로 월급을 받는 서사원 직원들은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돌봄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고비용 대비 저효율’을 문제 삼으며 정부와 서울시는 계속해서 재정 지원을 줄여나갔다. 10년간 민간기관에서 활동지원사로 근무하다 2019년부터 서사원에서 일한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 사무국장은 “시급 대신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끊임없이 노동의 결과를 증명해야 했어요. 돌봄 시장의 삼성이라는 비아냥도 들었죠. 효율성보다 안정성이 중요한데도요”라고 말했다.
신속한 해산 절차의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전가됐다. 예준이 아빠는 홍씨에게 서비스 지속을 요청했지만, 민간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를 맞닥뜨린 홍씨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예준이는 8월1일부터 새 민간 활동지원사를 만난다. “서사원은 제가 연차나 병가를 가면 대체인력이 투입됐어요. 이용자들에게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죠. 예준이는 주말 돌봄이 필요한데 민간 지원사가 그만둘까 봐 신경이 쓰여요.”
홍씨와의 마지막 날, 예준이는 이렇게 물었다. “저는 선생님이랑 영화 본 게 기억에 남아요. 근데 마음속에서 잊어버릴까 봐 걱정돼요. 선생님 9월에 다시 와요?”
신선영 기자 ssy@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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