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규의 창] 안세영 금메달과 한국 배드민턴의 빛과 그림자
5일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배드민턴협회의 강압적이고 일방적 운영 지적 '파문'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창 밖엔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고 있다. 5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안세영의 금메달 획득은 한국 배드민턴계에 오랜만의 낭보였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이자 2008 베이징 대회 이용대-이효정 복식 금메달 이후 16년 만의 한국 배드민턴 금메달이라는 쾌거는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한국 배드민턴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하지만 금메달의 기쁨 뒤에는 선수의 고통과 협회의 문제점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안세영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온몸으로 감격을 표현하는 동시에, 부상으로 인한 고통과 협회의 강압적인 선수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논란의 중심을 자처했다. 22살의 선수가 그동안 얼마나 벼르고 별렀으면 가장 큰 무대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자마자 거대한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왔을까. 선수의 건강 상태를 우선시하지 않고 무리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려는 협회의 태도와 자세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시상식 후 공동취재구역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한테 조금 많이 실망했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이랑은 조금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작심한 듯 발언했다. 또 대표팀 훈련 방식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세영은 또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근력 운동 프로그램이 1년 365일 동안 똑같고, 훈련 방식도 몇 년 전과 같다. 부상이 안 오게 훈련하든지, 부상이 오면 제대로 조치해주든지 해야 하는데 부상은 오고, 훈련은 훈련대로 힘들고, 정작 경기에는 못 나가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협회의 일방적인 의사결정도 비판했다. 안세영은 "프랑스오픈과 덴마크오픈을 못 나간 적이 있었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 없었고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면서 "협회는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은 채 (명단에서) 뺀다"고 말했다
안세영의 금메달은 단순히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배드민턴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빛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으며, 배드민턴 종목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또한,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선수 중심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논의를 촉발시켰다.
안세영의 발언은 한국 배드민턴 협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관료주의적인 운영 방식, 선수들의 건강보다 성적에만 집착하는 단기적인 시각 등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협회는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며, 선수 중심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수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고, 과도한 경기 일정을 조절하여 선수들이 부상 없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투명하고 공정한 선수 선발 기준을 마련하고, 비리와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안세영의 금메달은 '신궁의 나라'로 확고히 자리한 한국 양궁처럼 한국 배드민턴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협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선수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는 스포츠계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선수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에 힘써야 한다.
안세영의 용기 있는 발언은 올림픽 금메달 지상주의의 한국 스포츠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초 금메달 5개를 목표로한 대회에서 무려 11개의 메달을 따내면서 축제 분위기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고통을 겪은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선수 중심의 스포츠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으면 한다.
안세영의 금메달이 한국 배드민턴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선수와 협회, 그리고 정부가 함께 노력함으로써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밝혀나가기를 바란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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