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장해금 “곶감같은 배우 될래요”…'독립영화계 연기파 MZ'의 포부 (종합)[인터뷰]
[OSEN=유수연 기자] 배우 장해금이 영화 '샤인'과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OSEN 사무실에서는 영화 ‘샤인’의 주연 배우 정해금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장해금은 "중3 졸업하고 나서,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을때 겨울에 가서 일주일 동안 먼저 잠깐 촬영을 했고, 여름방학때 한달간 제주도에서 살면서 촬영 했다"라고 떠올리며 "2년 전에 만들었던 작품이 개봉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저의 10대 마지막을 담고 있는 감사한 영화라서, 출발이 좀 기대가 된다. 20대 시작을 앞두고 있으니까. 다시 마음을 잡는 감사한 영화"라며 개봉 소감을 전했다.
영화 ‘샤인’(감독/각본 박석영, 제작 제주에스엘 주식회사·영화사 삼순, 배급 (주)인디스토리)은 제주 북촌리에 살고 있는 ‘예선(장해금 분)’이 버팀목이었던 할머니를 떠나 보내고 혼자가 되며 마주하게 되는 일들과 ‘예선’의 어린 시절 같은 아이 ‘새별(송지온 분)’이 북촌 마을에 찾아오면서 그들이 느끼게 되는 복합적인 감정들을 사려 깊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 ‘샤인’은 ‘들꽃(2005)’ ‘스틸 플라워(2016)’ ‘재꽃(2017)’ 등 ‘꽃 3부작’으로 알려진 박석영 영화감독의 신작으로, 제6회 제주혼듸독립영화제 개막작, 제49회 서울독립영화제 페스티벌 초이스로 선정되기도 했다.
장해금은 할머니를 잃고 혼자가 된 후 마음을 닫아버린 ‘예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연출을 맡은 박석영 감독의 전작 '재꽃'(2017)에서 아버지를 찾으려는 소녀 ‘해별’ 역을 통해 데뷔한 장해금은 이후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독립영화계의 대표 젊은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장해금은 작품 참여 계기에 대해 "박석영 감독님과는 '재꽃'부터 시작해서 다수의 단편이나 '바람의 언덕'이라는 작품에 잠깐 출연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그때 감독님께서 '너랑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번에는 수녀 역할이나 내용이 나왔으면 한다'라며 '샤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너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진짜 제일 친한 동생들과 같이 시작을 했다"라며 "원래 '샤인'은 더 어두운 이야기였고, 더 힘든 내용들이 많았다. 그런데 새별이 역할을 맡은 지온이의 등장으로 밝아지기도 했고, 편집도 많이했다. 감독님께서 맨날 편집본을 보내주시고, 저도 '이런 장면에는 이런 모습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디테일 한 부분을 더 추가해주시고, 편집도 정말 다 같이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원래 요원이(다희 역)가 저랑 어렸을때부터 같이 연기한 친구였고, 가족끼리도 여행을 많이 다녔었던 이미 친한 상태였다. 게다가 저희 대사는 거의 대본이 없었다. 틀만 갖춰져 있지, 대부분 즉흥이었다. 지온이도 원래는 연기를 하지않고,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친구를 캐스팅 한 것"이라며 "감독님이 촬영하실때부터 항상 뭔가 쫓기는 느낌 받고 싶지 않고, 자유롭게, 가족같은 분위기에서 찍고 싶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샤인'이 그랬던 것 같다. 스태프 수도 적었다. 대부분 짐도 저희가 같이 옮기고, 제작부도 어머님들이 해주셨다. 정말 여유롭게 촬영을 했다"라며 촬영 현장을 회상했다.
특히 여러 번 호흡을 맞췄던 박석영 감독에 대해 "'재꽃'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마지막 장면 촬영을 앞두고, 세팅을 모두 다 끝내고 감독님을 기다리는데 사라지신거다. 한시간이 지나도 전화도 안받으셨는데 찾아보니까, 갈대밭 사이에서 생각을 계속 하고 계시더라. 그 마지막 장면에 대해 계속 그 생각을 하다보니,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도 모르신거다. 그때도 감독님은 굉장히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샤인'때도 그랬다. 감독님이 날이 좋거나, 오늘 너무 행복하다, 여기 이장소가 너무 좋다하면, 배우를 불러서 아무 내용과 상관없이 노는 장면을 많이 찍었다. 여기서 보드 타는 걸 찍어보자, 하면서 촬영하기도 했고, 계곡 장면도 원래, 생각을 많이 한게 아니라, 우연히 계곡을 봤는데 '여기에서 다 같이 이야기하면 좋겠다'라고 해서 그 장소가 픽스가 되어서 나온거다. 굉장히 여유롭게 자유로우신 분인거 같다"라고 웃었다.
이 밖의 비하인드에 대해서는 "작중에 나오는 오카리나도 원래는 없던 소품이었다. 여름 촬영 전에 감독님이 제주도에서 며칠간 지내셨는데, '내가 오카리나를 발견했는데, 흙으로 빚었다고 한다. 소리가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지 않니?'라고 하시면서 그걸 소품을 사용했다. 저는 옛날에 오카리나를 초등학교 때 교회에서 배운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너무 오랜만에 부니까 어렵긴 하더라. 근데도 플라스틱이나 만든 걸로 다르게 흙으로 만든 거라 흙 향도 나고, 소리도 좀 달라서 잘해 보이는 느낌이라 기분 좋게 연습했다. 작중 오카리나로 연주하는 곡이 사실 '재꽃'때 불렀던 노래다. 해별이가 부른 노래를 예선이가 같이 연주해 주는 느낌이라 정말 큰 거 같더라"라며 "보드는 원래 중학교 3학년 때 취미로 타고 싶어서 시작했었다. 그걸 감독님한테 딱히 말씀드리진 않았는데, 마침 감독님이 동석이한테 '넌 뭘 좋아하니?'라고 물어봤을 때 보드를 언급해서 '샤인'에 그 장면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배우 장해금만의 시선도 들을 수 있었다. 캐릭터 '예선'에 대해 그는 "예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이름을 많이 생각했다. 사실 이름도 제가 지은거다. 예수님의 선택을 받은 아이라는 이름을 뜻으로 지어서 만들었다"라며 "예수님에게 선택을 받으려면, 어떤 힘든 걸 견뎌낸 인물일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할머니를 떠나보냈고, 스스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모두 끊어내는 예선이의 모습을 생각했다. 일부러 친구와 동생들에게 더 차갑게 대하면서 마음의 문을 닫았지만, 수녀님의 손길을 받고 마음을 열어가면서, 선택받은 자가 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예선이 힘든 일이 생겨도 티를 내지만, 티도 티를 내본 사람만 내보지 않나. 그렇게 숨겨가면서 살았을 것 같다. 그러다 결국엔 새별이 덕분에, 감정을 분출하는 순간이 나오는데, 기도하면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미래를 기대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친구라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마음에 드는 장면에 관해 묻자, "새별이가 떠나기 전 집 문 앞에서, 저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저는 별이가 그렇게 연기 할지 몰랐다. 원래 말없이 뒤돌아 가는 장면이었는데, 지온이가 저를 그렇게 부른 거다. 거기서 너무 눈물이 나올 거 같더라. 그 장면을 촬영할 때 저는 방안에서 앉아 있는데, 이 애를 외면하고 정말 보내야 하는구나, 며칠 사이에 내 심장 같은 아이가 되었는데, 떠나보내야 한다는 게 너무 슬퍼서 눈물이 떨어지더라"라며 "밤에 별이를 데리고 떠나는 장면도 좋아한다.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거의 두 시간씩 통화하면서 '예선이가 정말 떠날까? 왜 떠날까? 만약 떠나면 무슨 삶을 살까?'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결국엔) '과연 별이를 데리고 정말 떠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예선이는 겁도 많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많은 아인데. 그렇게 되면 주변에 대한 시선과, 케어를 정말 할 수 있을지. 이제 가면 수녀님의 손길도 안 닿지 않나. 많은 생각을 하고 찍은 장면인데, 그 장면은 볼 때마다 아직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라고 돌아봤다.
작품 밖, 장해금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샤인'의 촬영 현장을 돌아보며 "다른 영화에서는 찍고 나서 모니터링하는 순간이 많았는데, '샤인'에서는 촬영하면서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냥 좋으면 좋다, 안 좋다 하면 한 번만 더 해보자, 이렇게 했지, 제대로 작품을 본 것도 편집본을 통해서였다. 그저 '내가 이렇게 나왔구나, 이렇게 연기했구나' 하고 확인했다"라며 "개봉 전에는 시네투어를 돌면서 작품을 봤는데, '그래도 많은 것들이 담겨있구나,' '한여름의 제주가 아름답긴 했구나', 싶었다. 또 아무래도 고등학교 1학년 때 모습이 담겨 있다 보니까, 지금도 물론 어리지만 젖살들을 보니 어려 보이기도 하고, 추억이 새록새록 했던거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아무래도 연기가 즉흥적으로 나와서, 제 연기를 볼 때마다 아주 아쉽긴 하다. '예선이가 누군가를 위해서 행동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기도 한데, 오히려 그게 예선이한테는 맞는 것 같더라.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생각보다 저의 의도가 많이 전달 된 거 같아서 다행이었지만, 만족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다만) 순간의 호흡들을 많이 배웠던 거 같다. 즉흥적으로 나오는 지온이나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나 말을 들으면서 나를 넣지 말고 이 인물로 살아가야 하는 걸 배운 거 같다. 장해금으로 느낀 건, 기도 장면을 촬영하며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제게 좌우명 같은 게 있는데, '후회하지 말자'라는 걸 생각한다. 현재 대학 입시를 앞뒀는데, 입시장에서도 후회 없이 보여주자, 영화를 찍으면서도 후회 없이, 그 순간에 몰입해서 내 모습을 다 보여주자는 생각을 한다. 뭔가를 찝찝하게 남기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쏟으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장해금은 영화 ‘재꽃(2017)’으로 데뷔, 아역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다작을 이어오며 ‘성장형 배우’로의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 그간 다수의 영화에서 다소 어두운 면모의 캐릭터로 분했던 장해금은 실제 자신의 성격에 대해 "굉장히 밝다. 사실 영화 속 인물 중에 예선이가 가장 밝긴 한데, 원래 밝고, 활기차고, 친구들이랑 되게 잘 지낸다. 친구들이 저한테 조금 4차원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준다. 원래 밝지만, 진지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역을 하고 싶은데, 액션도 찍어보고 싶기도 하다. 공포 영화도 좋아한다. 공포 영화도 좋고. 밝은 역할을 좀 하고 싶다"라고 웃었다.
특히 그는 자신의 매력을 '신비로움'으로 꼽으며 "제가 거울을 보면서도 스스로 '이게 무슨 표정이지?'하고 궁금할 때가 많다"라고 웃었다. 이어 "저는 기억에 남는 배우가 되고 싶다. 쓸모 있고, 기억에 남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아, 얘 여기서 이거 했었는데. 이거 하면 잘 어울릴 거 같은데, 하면서 생각되고 싶다. 뭘 해도 어딘가에 박혀있는 제 이름이나, 모습들이 담겨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봤는데, 예전에 곶감을 보면서 내가 곶감 같아졌으면 좋겠다 싶더라. 곶감이 맛이 만들어지려면 많은 기간이 걸리지만, 먹으면 맛있고, 또 찾게 되고, 뭘 곁들여 먹을까 싶지 않나. (곶감처럼) 뭘 해야 더 멋있어질까, 좋아질까 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소소한 '소녀' 장해금의 일상도 들을 수 있었다. 장해금은 일상과 취미에 대해 "제가 강아지 세 마리를 키운다. 평소에는 반려견들과 같이 힐링도 하면서, 책도 읽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면서 쉰다. '리틀 포레스트'나, '천장지구'를 되게 좋아한다. 봤던 영화를 계속 돌라보면서 마음의 정화를 하면서 한다. 향 맡는 것도 좋아해서 향를 맡으러 다니고, 그날 기분 따라 뿌려보기도 하고. 꽃을 좋아해서. 길 가다가 예쁜 꽃이 보이면 사서 꽃병에서 담아 놓는다"라고 전했다. 근황에 관해서는 "현재는 대학 입시 준비를 하고 있고. 입시가 끝나면 오디션을 다닐 것 같다"라며 "입시가 끝나면 전시회 가는 걸 좋아해서, 전시회를 가보고 싶고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고 싶다. 고향인 안산이나 서울을 떠나서. 다른 해외로도 여행을 가보고 싶기도 가고. 강원도나. 그런 곳에 가서 재미있게 버려놓고 놀고 싶다. 이미 친구들은 모아놨다. 여행 통장이나 만들까 싶다. 또 작품도 많이 하고 싶다. 연극 무대도 기회가 된다면 서보고 싶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2017년, 11살의 나이로 '재꽃'으로 데뷔해 어느새 20살을 앞둔 장해금. 그는 10대의 마지막으로 앞둔 소감에 대해 "한편으로는 어른이 빨리 안 됐으면 좋겠기도 하다. 미래에 대한, 사회에 대해 어떻게 살아갈지 무서움도 있고, 기대도 있다. 저는 11살 때부터 영화를 시작했으니까. 필름 안에 있는 제 모습이 감사하기도 하고, 학창 시절, 10대의 마지막 모습들이 담겨 있는 게 감사하고 예쁜 거 같았다. 그래서 ‘샤인’도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고, 20대가 되었을 때 보는 것도 궁금하다. 앞으로의 모습도 궁금하다. 10대 마지막을 했으니, 20대 출발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대감도 있고, 불안이 섞여 있는 거 같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샤인'은 저에게 첫출발이 될 것 같다. 20대가 이제 코 앞이니까. 이 영화로 십 대를 마무리하고, 더 큰 계단들을 올라가면서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된 거 같다. 인간 장해금으로서도 많은 도움이 된 영화이기도 하고. 가장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 영화일 것 같다"라며 "저는 ‘샤인’이 편안한 상담실 같은 영화라 생각한다. 언제든지 와서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자신도 모르게 어디선가 치이고 상처받은 마음, 말랑해지고, 얇아진 심장들과 마음들이 영화를 보고 치유가 되셨으면 좋겠다. 저희 작품은 아픔과 아픔이 만나서 힐링이 되는 영화니까. 그 힐링을 같이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샤인'을 향한 관람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영화 ‘샤인’은 지난달 31일 개봉, 절찬리 상영 중이다.
/yusuou@osen.co.kr
[사진] 티오엠매니지먼트 제공 / 영화 '재꽃'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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