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너머에 있는 정신의 복잡성…신간 '내게 너무 낯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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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는 투석 사업으로 성공한 신장내과 전문의이자 CEO(최고경영자)였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레이첼 아비브가 쓴 신간 '내게 너무 낯선 나'(Strangers to Ourselves)는 거식증, 우울증, 조현병, 경계선 인격 장애 등 정신적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논픽션이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정갈하게 마무리하며 사후 정신적 지도자로 거듭나기도 한다.
"나의 어둠은 거기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내 존재의 총체성으로부터 나온 곁가지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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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레이는 투석 사업으로 성공한 신장내과 전문의이자 CEO(최고경영자)였다. 하지만 개인적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하며 큰 그는 집안 반대로 재즈 음악가의 꿈을 접고, 의대에 진학했다. 자신의 아버지와는 달리 '좋은 아빠'가 되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혼한 전처가 유럽으로 떠나면서 아들들을 데려갔기 때문이다.
그는 우울함 속에 사업을 하다 실수를 저질렀다. 반석처럼 탄탄했던 사업 기반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강박적으로 실수에 집착했고, 후회를 반복했다. 우울증이라고 판단한 그는 정신병동에 들어갔으나 상황은 더 악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레이첼 아비브가 쓴 신간 '내게 너무 낯선 나'(Strangers to Ourselves)는 거식증, 우울증, 조현병, 경계선 인격 장애 등 정신적 문제에 부딪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논픽션이다. 저자는 환자들의 개인적·문화적 배경, 신화, 공동체 등 다양한 앵글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황폐화 과정을 다룬다.
책에 따르면 정신질환은 인간의 두개골 안에서 발생하는 현상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병리적 현상은 분명 개인적 내면에서 발생하지만, 또한 우리가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 우리를 둘러싼 공동체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가령, 인도의 최상위 계층 브라만 출신인 바푸는 조현병에 걸렸는데, 그의 병은 카스트제도, 힌두교라는 독특한 문화에 영향을 받았다. 병은 꾸준한 전기치료, 약물치료에도 나아지지 않았다. 서양의학 대신 바푸가 신경 쓴 건 종교였다. 그는 틈만 나면 힌두교 사원을 드나들었고, 가족을 떠나 노숙 생활을 했다. 심지어 수년간 행방불명이 되기도 했다. 가족 안에선 환자 취급을, 밖에서는 걸인 취급을 받았지만, 노년이 되자 인생이 평화로워졌다. 그는 힌두교를 믿는 지역사회에서 현인으로 존경받았다. 아픈 아기의 이마를 짚자 열이 내렸다는 전설 같은 일화가 회자했으며 그가 쓴 시집은 마치 힌두교 경전처럼 추앙받았다.
책에는 이 밖에도 명문 루스벨트가 후손으로 하버드대에 입학했으나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고 오랫동안 약을 먹은 로라, 산후 우울증에 시달린 흑인이자 저소득층 '싱글맘' 나오미, 어린 시절 거식증에 시달렸다가 이제는 말끔히 극복한 저자 자신 등 다양한 인물들의 병력과 사연이 등장한다.
어떤 이들은 살면서 회복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낫지 않고 영원히 고통을 받다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정갈하게 마무리하며 사후 정신적 지도자로 거듭나기도 한다. 정신질환자들의 증상만큼이나 사람들의 결말은 제각각이었다.
저자는 정신 질환이 개인의 마음속에 있는 총체성의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한 환자는 저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의 어둠은 거기 있어요. 하지만 그건 내 존재의 총체성으로부터 나온 곁가지일 뿐이에요."
책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비평부문)에 올랐으며 화이팅어워드 논픽션 그랜트 부문을 수상했다.
대원씨아이. 372쪽. 김유경 옮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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