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원 “구글 검색 독점은 불법”…빅테크들 제동 ‘획기적 판결’

거대 IT업체들 독점적 지위 유지·남용에 제동

EPA 연합뉴스

구글은 인터넷 검색 분야 독점기업이며, 이 지위를 유지하려고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미국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른 대기업들도 줄줄이 소송이 걸린 가운데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독점적 지위 유지·남용에 제동을 거는 획기적 판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아밋 메타 판사는 5일 미국 법무부가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는 것을 금지한 셔먼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구글을 제소한 사건에서 “구글은 독점기업이며, 독점을 유지하려는 행동을 해왔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미국 법무부는 2020년 구글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연간 수십억달러를 주면서 이들이 만드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적으로 구글이 검색을 수행하게 만드는 등 불법적으로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왔다며 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구글이 이런 방식으로 검색시장의 90% 이상을 지배해왔다고 지적했다. 소송 과정에서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등이 법정에 나와 구글의 사업 행태가 경쟁자들의 시장 접근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뉴욕타임스는 나델라 최고경영자는 구글의 사업 관행을 규제하지 않으면 개발 경쟁이 진행되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구글은 사용자들이 기본값으로 설정된 검색엔진을 쉽게 바꿀 수 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판결은 구글의 행위가 셔먼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만 판단했다. 앞으로는 이런 판단에 따라 구글이 사업 방식을 변경하거나 특정 사업 분야를 매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

구글에 대한 판결은 미국 법무부가 다른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인 애플,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상대로도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나왔다. 따라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자들을 배제하고 과도한 이윤을 올린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업들을 본격적으로 제어하는 사법적 판단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판결은 2000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사의 인터넷 브라우저만 피시(PC)에 기본적으로 탑재하게 만든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온 이후 주요 정보기술 대기업의 반독점법 위반 논란에 대한 첫 판결이다.

조너선 캔터 미국 법무부 반독점 담당 차관보는 성명을 내어 “이 기념비적 판결은 구글에 책임을 묻는 것”이고 “미래 세대를 위한 혁신의 길을 열어주고 모든 미국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자사 서비스는 우수성과 편리성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가 정보기술 공룡 기업들의 고삐를 잡으려고 적용하는 셔먼 반독점법은 1890년 제정 이래 대기업들의 독점 행위에 철퇴를 가하는 데 사용돼왔다. 이를 이용해 1911년 석유산업을 지배하던 스탠더드오일이 34개 회사로 분할됐고, 1984년에는 통신업체 에이티엔티(AT&T)가 8개 회사로 쪼개졌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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