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에 후계자 만나게 된 ‘전설’ 방수현 “협회의 선수 보호 변화 필요해”...안세영의 협회 향한 직격탄에 힘 실어줬다

남정훈 2024. 8.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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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선수로 뛰며 금메달을 땄던 1996 애틀랜타 올림픽보다 해설위원으로 금메달 따는 모습을 중계하는 게 더 많이 긴장했다. 기쁘고 감개무량하다”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안세영(22·삼성생명)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중계했던 여자 배드민턴의 ‘전설’ 방수현 MBC 해설위원이 남긴 말이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었다. 한국 배드민턴의 올림픽 단식 종목 우승은 남녀를 통틀어 1996 애틀랜타 대회 방수현 이후 역대 두 번째이자 28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 배드민턴은 2008 베이징 대회 혼합복식 이용대-이효정 이후 끊겼던 올림픽 금맥을 16년 만에 되살렸다.

배드민턴이 1992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한국의 7번째 금메달이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8강에서는 ‘숙적’ 천위페이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셨던 안세영은 이번 올림픽에선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고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섰다. 그야말로 ‘낭만엔딩’이었다.

안세영이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방 위원은 안세영에게 다가가 포옹하며 28년 만에 자신의 뒤를 이어준 후배의 업적을 축하했다.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 방 위원은 안세영이 8강과 4강에서 첫 게임을 내주고 내리 2,3게임을 승리를 거둔 것을 의식해 “오늘은 첫 게임을 이기면 쉽게 갈 것이라 생각했다. 1게임을 잡으니 잘 풀린 것 같다”고 칭찬했다.

올림픽 결승전 무대를 뛰어본 방 위원은 올림픽이 전영오픈이나 세계선수권과는 다른 압박감이 있다고. 그는 “세계선수권대회나 전영오픈 등 올림픽에 버금가는 권위있는 대회가 더 많은 선수가 출전하기도 하고 톱랭커들과 붙는 일도 많아 경기 자체는 더 힘들긴 하지만, 올림픽은 국가를 대표한다는 사실 자체가 더 압박감으로 다가온다”면서 “모든 국가의 대표 선수들이 선수촌에 다 들어오니 올림픽이 더 긴장했던 기억이 있다.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뛴다는 생각에 더 긴장도 되고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체력 소모도 2~3배 더 크고 부담감도 크다”고 설명했다.

안세영은 평소 ‘아직 어려서 전성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다. 이에 대해 방 위원은 “올림픽 금메달을 땄는데 당연히 전성기죠”라면서 “이제 세영이는 겸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배드민턴 단식에서 금메달이 저 이후로 나오지 않아 매번 안타까웠다. 항상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이야기가 나올 때 ‘방수현’ 내 이름이 나와서 후배들에게 미안했는데, 이젠 안세영이 나오게 됐다”면서 “저는 올림픽 금메달, 명예의 전당 등 할 것을 다 했고, 이제는 안세영으로 계보가 이어지면 된다”며 ‘안세영의 시대’를 선언했다.

안세영이 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포르트 드 라샤펠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단식 결승 중국 허빙자오와 경기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뉴시스
방 위원은 “안세영이 부상이 있는 채로 끌고 와서 더 압박감이 있고 힘들었을 것”이라며 “안 쉬는 게 안세영의 단점인데, 좀 쉬라고 얘기해줬다. 지금은 너무 멀리 생각하기보다는 본인이 낭만을 즐기고 싶다고 했으니 즐기고, 좀 쉬며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안세영은 꿈에 그렸던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기쁨도 얘기했지만,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을 돌아보며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자신의 부상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며 현재의 협회 체제에서는 대표팀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등의 직격탄을 제대로 날려 파장이 일고 있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 허빙자오를 이기고 우승을 차지한 한국 안세영이 시상대에 올라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안세영이 협회를 향해 강한 저격성 발언을 하는 것을 지켜봤던 방 위원은 “이와 관련된 얘기를 안세영과 나눠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른다”고 일단 선을 그었지만, 협회의 선수 관리나 보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안세영의 부상이 굉장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안세영에게 직접 물어보거나 방송 해설 때 언급하진 않았다”면서 “안세영 선수가 부상을 당한 뒤 조금 더 쉬었어야 하는데, 바로 인도네시아오픈, 싱가포르오픈을 뛰었다. 회복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방 위원에 따르면 750, 1000시리즈급의 국제배드민턴연행이 개최하는 큰 대회에는 세계랭킹 16위권에 있는 스타급 선수는 출전하지 않으면 5000달러(약 68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방 위원은 “협회가 벌금을 내기 싫어 그랬다는 것은 지나친 추측이나 확대해석이지만, 안세영이 분명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복식 천재’라 불리며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을 모두 소화한 서승재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방 위원은 “서승재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10경기를 소화했다. 협회가 선수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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