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베이트 제공한 의약품 가격 인하 타당”

2024. 8.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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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 의약품 상한 가격 인하
가격 거품 제거·제재적 목적 모두 있어
서울행정법원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제약사가 병원, 약국 등에 판매 증진 목적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의약품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가격을 내리도록 처분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최근 제약사 A사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 상한금액 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사는 전국 병·의원 개설자 및 종사자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총 3차례 재판을 받아 모두 유죄가 확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바탕으로 130개 약제의 상한금액을 평균 6.54% 인하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약가인하율 산정 오류로 인하율이 지나치게 높게 상정됐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1차 소송).

보건복지부는 2022년 1차 소송 결과를 받아들여 약가인하율을 재산정했다. 총 122개 의약품에 대해 평균 9.63% 인하율을 적용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2차 소송을 제기했다. 인하율 책정의 근거가 된 리베이트 총액(부당금액)과 실제 처방·판매된 의약품 총액(결정금액) 등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약제조정기준에 따르면 리베이트 약제 상한금액 인하율은 결정금액 대비 부당금액의 비율로 조정하되, 상한금액의 20% 이내까지만 인하할 수 있다.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불이익보다 처분이 달성하려고 하는 약가의 합리적 조정,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공익이 더 중대하다”며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우선 리베이트 의약품 상한가격 인하는 리베이트 행위로 의약품에 낀 ‘가격 거품’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리베이트 제공으로 약제의 원가가 상승하고 이것이 기존 상한금액에 반영돼 있다는 전제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제거해 약제 요양급여비용의 적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했다.

또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제재’라는 점도 강조했다. 1심 재판부는 “약가 인하율 산정 시 의약품의 원가, 비용 등 경제적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를 수학적·통계적으로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부당금액 및 결정금액을 기초로 제한된 인하율에 따라 일괄 인하하는 방식을 따른다”며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제공 행위에 대한 제재적 처분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전제로 A사의 주장을 배척했다. A사는 리베이트 기간과 대상을 특정해 세밀하게 부당금액과 결정금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일부 약제가 품목허가를 받기 전에 리베이트 금액이 지급됐다며 부당금액 산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특정 의료기관의 일부 종사자에게 리베이트가 제공된 경우 다른 의사가 처방한 약제까지 결정금액에 포함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리베이트가 가격 결정이나 개별 의약품 선택에 미친 영향을 과학적으로 계량화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상한금액 조정처분의 제재적 성격에 비추어 처분 목적이 오로지 약제에 내재한 거품을 수학적·통계적으로 정확하게 도려내는 데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리베이트 기간, 금액, 품목 등을 세세하게 따져 가격 인하율을 산정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이어 “리베이트는 포괄적으로 회사가 취급하는 모든 의약품의 판매 촉진을 위해 제공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리베이트 제공행위가 각 약제와 포괄적으로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이상 품목허가 시기 등을 구분해 부당금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의약품 시장은 기능·효능 정보를 소비자인 환자보다 의료인 등이 더 잘 알고 있고 환자는 선택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한다”며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면 의약품 선택이 리베이트 제공 여부에 따라 좌우될 우려가 있고 비용은 의약품에 전가돼 소비자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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