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 빙하 핏빛 눈의 정체가 드러났다
알타이산맥(중국·몽골·러시아·카자흐스탄에 걸쳐 있는 산맥)의 빙하(氷河)가 붉은색을 띠는 이유가 밝혀졌다.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주요 언론은 5일(현지시각) “모스크바·톰스크바대 합동 연구팀이 알타이산맥(최고봉 벨루하·4506m)의 빙하에서 홍조류가 급속히 번성하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현상은 눈 속에 존재하는 클라미도모나스(Chlamydomonas nivalis)라는 미생물 때문이다”고 보도했다.
리아노보스티는 연구팀을 인용, “클라미도모나스는 녹조 생물의 일종으로, 극지방의 강렬한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붉은빛을 발산한다”며 “이로 인해 ‘붉은눈(雪)’과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클라미도모나스라는 단세포 유기체는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클라미도모나스가 급속히 번성하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최근 눈꽃 현상이 점점 더 활발해져서 빙하가 핏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톰스크대 연구팀은 빙하의 반사율을 측정한 결과, 격렬한 조류의 번성으로 빙하 표면에서 반사되는 햇살의 양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는 결과적으로 얼음과 눈을 더 많이 녹게 해 생태계에 추가적인 위협을 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해발 2600~3556m 고도에 있는 레브이 악투루, 바다파드느이 빙하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이들 지역의 활발한 조류 번식 상태를 보면 이미 기후 변화 영향으로 심각한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연구팀은 조류 활동의 증가가 빙하 자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화의 지표이며,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구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기후 변화에 대한 반응 연구의 차원에서 레브이 악투루, 바다파드느이 빙하의 질량 균형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특히, 알타이산맥 고지대의 태양 복사 체제에 대한 연구 목적에서 수행됐다.
모스크바대 빙하학자 예브게니아 슈쿠리노바는 “조류의 번성 현상은 살아있는 유기체뿐만 아니라 빙하에도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기후 변화를 나타낼 수 있다”며 “올해는 전년도보다 더 많은 조류가 번성했으며 얼음 반사율, 즉 얼음이 반사하는 빛의 양은 31%~38% 사이였지만 조류가 있는 지역에서는 약 26%로 떨어졌다”고 경고했다. 또 먼지 오염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반사율이 14%~20%로 훨씬 더 낮았다고 덧붙였다.
알타이산맥 빙하에서 발견된 ‘붉은눈’ 현상은 지난해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 만년설 지대에서도 발견돼 화제가 된 바 있다.
클라미도모나스는 단세포 적색 광합성 녹조류로, 통상 고지대 설산에 분포하는데 자외선이 강해지면 엽록소 외에도 카로티도이드라는 불그스름한 색소가 나온다. 이 색소가 세포를 보호하는 자외선 차단제 역할을 한다. 이렇게 생긴 붉은색 눈은 수박의 과육과 색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수박 눈’으로도 불린다.
그런데 ‘수박 눈’ 현상은 빙하를 더욱 빠르게 녹게해 북극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햇빛은 색이 어두울수록 적게 반사되는데, 눈이 붉은색을 띨 경우 흰색일 때보다 더 많은 양의 햇빛을 흡수하게 되고, 이 경우 지표면 온도를 상승시켜 빙하가 녹는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웨스턴워싱턴대 생물지구화학자 알리아 칸은 “흰색 눈은 대부분 빛을 반사하지만 눈을 어둡게 만드는 녹조류나 먼지 등이 섞이면 반사 능력이 현저히 감소한다”며 “이 경우 빙하를 더 빨리 녹게해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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