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폭염땐 제발 가지마세요”…‘이곳’서만 벌써 4명 쓰러졌다는데
이틀간 폭염 사망자 5명 발생
올해 열대야 2018년보다 길어
독거노인·장애인 관리 비상
정부, 폭염 현장관리관 급파
지난 3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는 밭에서 일하다 쓰러진 50대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같은 날 창녕에서도 길가에 쓰러진 70대 여성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5일 질병관리청과 지자체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는 13명으로, 이달 2~3일에만 5명이 사망했다. 이달 3일 기준 올해 누적 전체 온열질환자 환자는 1546명에 이른다.
특히 대표적인 취약층인 노인들의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전체 온열 질환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31.4%(485명)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열 질환 발생 비중이 작업장(29.6%)에 이어 논밭(15.9%)이 많았다는 점은 노인들의 피해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령층은 노화 때문에 더위에 따른 체온 상승과 탈수 증상을 잘 느끼지 못하고, 평소 앓고 있던 질환 등의 영향으로 체온 유지와 땀 배출 조절 능력이 떨어져 온열질환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역대급 폭염에 인명 피해가 속출하자 행정안전부는 17개 시도에 현장상황관리관을 급파해 폭염 대처상황을 긴급 점검하기로 했다. 행안부가 폭염으로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한 것은 2018년 폭염이 자연재난에 포함된 이후 처음이다.
강원도는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폭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1747명의 생활지원사를 통해 하루 1회 이상 폭염 안부 전화와 건강 체크를 하고 있다. 강원도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 등에 대해 건강관리 전담인력을 운영하고, 생활지원사를 통해 정기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등 돌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폭염 취약계층에 열사병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보건소 등과 연계한 긴급의료지원 조치에 나서고 있다. 쪽방촌 주민과 독거노인, 노숙인과 장애인 등 부산의 폭염 취약 계층은 27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독거노인과 노숙인 등 취약계층과 사회복지시설 등을 대상으로 △구호물품 지원 △비상연락 및 안전 확인 체계 운영 △냉방설비 정상 가동 여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일 안강읍에서는 노인맞춤 돌봄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김동아(47)씨는 자신이 돌보는 독거 노인 A(83) 할머니에게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하고 발빠른 대처로 목숨을 구했다.
김 씨는 평소 안부 확인 연락을 잘 받던 어르신이 당일 여러 차례 전화를 받지 않자 할머니의 집을 찾았고, 체온이 40도가 넘는 상태에서 의식을 잃은 채 마당 의자에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할머니는 김 씨의 도움을 받아 즉시 119로 긴급 후송돼 병원으로 옮겨졌고 건강을 회복 중이다.
올해는 역대급 더위로 평가받는 2018년과 비교해 최고기온은 낮지만, 최저기온과 습도는 더 높은 ‘찜통더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평균 최저기온은 25.9도로 2018년(24.7도)과 평년(22.9도)을 웃돌고 있다.
최저기온이 높아 하루 종일 무더위를 느낄 뿐만 아니라 열대야가 지속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올해 열대야 일수는 12일로 집계됐다. 2018년(9.5일)보다 길고 평년(3.7)의 3배 이상 길다. 지난 1일 최저기온이 31.4도까지 치솟은 강릉의 경우 17일 연속 열대야를 나타내며 113년 만에 가장 긴 열대야로 기록되기도 했다. 습도는 올해 8월과 7월 79%, 83%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포인트, 11%포인트 더 높았다. 밤사이 최저기온과 습도가 동시에 높게 유지되면서 불쾌지수 역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을 겹겹이 싸면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지속적으로 유입시키는 동시에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고기압이 들어올 틈을 막은 영향이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기상청은 중기예보에서 이달 중순까지 아침 23~27도, 낮 30~35도로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기온을 유지하고 일 체감온도는 최고 35도 내외까지 오르며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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