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800만명' 티메프 해체 수순…'이삭줍기' 누가 덕 볼까

김아름 2024. 8. 6.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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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 결제 중단…사실상 폐업
티메프 이용자 타 플랫폼 이용해야
기존 점유율과 큰 차이 없을 듯
그래픽=비즈워치

큐텐 사태가 2강으로 굳어가던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거래액 규모로 업계 5위권이었던 티몬과 위메프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탈(脫) 티메프에 나선 소비자들이 어떤 플랫폼으로 둥지를 옮기느냐가 관건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티메프' 이탈자들이 차별화된 콘텐츠가 없는 다른 플랫폼을 선택하기보다는 결국 쿠팡과 네이버쇼핑 등 대형 플랫폼으로 흡수될 것으로 본다. 오히려 '2강'이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엑소더스

지난달 초 위메프의 정산 대금 미지급으로 시작된 '큐텐 사태'는 발발 한 달여가 지난 지금 '큐텐 연합'의 해체라는 결말로 치닫고 있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 출석해 "6개월만 기회를 주신다고 하면 죽기살기로 노력하겠다"며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상황종료'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티몬과 위메프는 큐텐그룹과 별개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인터파크커머스는 큐텐 측에 600억원대의 미수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만한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각 계열사가 '각자도생'에 나선 셈이다. 

티몬 결제 페이지. 결제를 할 수 없다. /사진=티몬 홈페이지 캡처

현재 티몬과 위메프는 이커머스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셀러들도 모두 떠났고 직원들도 하나둘 떠나고 있다. 가동을 멈춘 폐공장이다. 실제로 티몬과 위메프 모두 상품을 구매하려 해도 결제가 불가능했다. 카드사들이 결제 서비스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티몬의 경우 상품을 선택하고 결제하기를 누르면 '현재 시스템 점검으로 주문·결제 진행이 어렵다'는 문구가 나온다. 위메프는 결제 방식을 선택하는 칸이 공란으로 떠 진행을 할 수가 없다. 

공장이 멈추니 고객은 떠날 수밖에 없다. 양 사의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를 합하면 800만명이 넘는다. 11번가와 G마켓을 훌쩍 뛰어넘어 업계 2위인 알리익스프레스와 비슷한 수준이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양 사를 합쳐 월 1조원 안팎이다. 지난해 11번가의 연간 거래액이 9조원대였다. 이만한 규모의 '큰 손'이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어디로 갈까

업계에선 티몬과 위메프를 이용하던 충성고객들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쿠팡과 네이버쇼핑을 제외한 11번가나 SSG닷컴, G마켓, 롯데온 등 중위권 플랫폼들은 거래액이나 MAU가 고만고만하다. 이들 중 하나가 수혜를 볼 경우 단숨에 순위를 역전하거나 거리를 벌리는 게 가능하다. 때맞춰 업계 1위 쿠팡도 이번달부터 유료 멤버십 '와우클럽'의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이탈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주요 이커머스들은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조하며 '이삭줍기'에 나서고 있다. G마켓은 티몬과 위메프의 이탈 수혜를 가장 크게 볼 것으로 기대되는 플랫폼이다. 오픈마켓형 플랫폼인 동시에 여행상품이 강점이기 때문이다. 구매 후 정산까지 40~60일 이상이 걸렸던 티몬·위메프와 달리 G마켓은 일찌감치 '익일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모기업이 신세계그룹인 만큼 큐텐 사태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다.  

구영배 큐텐 대표/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SSG닷컴은 신세계그룹이 공유하는 유료 멤버십 '유니버스 클럽'에서 SSG닷컴만의 경쟁력을 강화한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선보였다. 가입비를 낮추고 SSG닷컴 배송 혜택을 늘려 쿠팡과 티몬, 위메프 이탈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다만 티메프 이탈자들이 시장 판도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업계 1, 2위인 쿠팡과 네이버쇼핑이 대부분의 이탈자를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많은 상품 수가 강점인 오픈마켓을 선호하는 소비자는 네이버쇼핑으로, 빠른 배송과 반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는 쿠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티몬과 위메프의 몰락 요인이 부실한 재무 건전성 때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들이 다음 플랫폼으로는 시장 점유율이 높고 수익을 내고 있는 쿠팡이나 네이버쇼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있다.

2022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애초에 '티메프'를 핵심 플랫폼으로 사용한 이용자가 많지 않아 큰 영향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티몬이 마지막으로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22년 기준으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큐텐 그룹'의 시장 점유율은 4.6%에 불과하다. 단일 플랫폼으로 계산하면 비중은 더 미미하다. 

업계 관계자는 "티몬이나 위메프에서 이탈하는 소비자도 어차피 쿠팡과 네이버쇼핑, SSG닷컴, G마켓 등의 사용자와 90% 이상 겹친다"며 "티메프에서 발생하던 매출이 옮겨가기는 하겠지만 특정 플랫폼이 수혜를 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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