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이 걸렸다" 김판곤 감독의 '인생역전', 붙박이 주전 없고, 수비도 공격이라는 '뉴 울산'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27년이 걸렸다." 이 말이 그의 솔직한 심경이다. K리그를 동경했다. 그러나 K리그 통산 53경기에 출전한 그저 그런 선수였던 그를 원하는 자리는 없었다. 결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서 실타래를 풀었다. 신임 김판곤 울산 HD 감독(55)의 이야기다.
김 감독이 5일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첫 발걸음을 옮겼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인 1992년 울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6년까지 5시즌 몸담았다. 그래서 감회가 남달랐다. 그는 "28년 전 겨울에 무거운 마음과 아쉬움을 가득 안고 울산을 떠났다. 28년 후에 이렇게 울산 감독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은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다. 기쁘기도 하지만 상당한 책임감도 갖고 여기에 앉았다"며 미소지었다.
김 감독은 1997년 전북 현대에서 한 시즌을 더 뛴 후 짧은 K리거 인생을 마감했다.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27년 만에 K리그 최고 구단의 지휘봉을 잡았다. 울산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 K리그1를 제패한 '리딩 구단'이다. 그는 홍명보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지난달 28일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김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모토가 하나 있다. 한 사람의 '그런 감독'이 아니라 '바로 그 감독'이 되고 싶었다. 많은 지도자를 경험해 봤지만 상당한 배고픔이 있었다"며 "현역 때 별명을 물어보길래 선수 때 '바람의 파이터'라는 애칭을 이야기했다. '최배달'이라는 일생을 그린 동명의 영화도 있다. 그 분이 한 것이 도장깨기다. 지도자 첫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장깨기하는 기분이었다. 가는 모든 곳이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상황이었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이 자리에 왔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도 도장깨기 한다는 생각으로 자신있게, 책임감있게 최선을 다하겠다. 기대하는 모든 것들 잘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코치 생활한 김 감독이 지도자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홍콩대표팀 사령탑 시절이었다. 그는 '홍콩의 히딩크'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8년에는 행정가로 변신해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을 지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영입이 그의 작품이다. 김 감독은 2021년 말레이시아 축구와 손을 잡으며 그라운드로 돌아왔고, 여정은 K리그 첫 지휘봉으로 이어졌다. "K리그에 대한 배고픔과 갈증이 있었다. 그러나 오고싶다고 먼저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가 왔을 때 응답했다."
울산은 홍 감독이 떠난 후 3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현재의 위치는 4위(승점 42)다. 울산 위에 김천 상무(승점 45), 강원FC, 포항 스틸러스(이상 승점 44)가 있다. 김 감독의 첫 과제는 반전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내 신념을 이야기했다. 난 능동적인 공격 전개를 추구한다. 주도적인 수비 리딩을 원한다. 1분부터 90분까지 우리가 경기를 통제하고. 승리를 추구한다"며 "붙박이는 없다. 90분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승리에 공헌하는지 그 역량을 볼 것이다. 또 1분 출전을 배고파하는 선수를 좋아한다. 내가 제시하는 전술적인 제안을 빨리 습득하는 역량들을 보고 싶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제시한 게임모델을 빠른 시간안에 경기력으로 끌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김 감독은 "감독이 우승하고 싶은 것보다 선수들의 우승 배고픔이 있어야 한다. 감독은 그저 '서비스맨'이고, 동기부여하는 사람"이라면서도 "K리그1, 코리아컵에서 우승하고, ACLE(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결승까지 올라가는 목표로 도전하겠다. 좋은 결과로 팬들에게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판곤 축구'는 10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FC와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26라운드에서 첫 선을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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