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해주는 어른들 계시길 빈다" 22살의 안세영, 얼마나 힘들었을까..."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이야기" [올림픽 NOW]

▲ 한국의 안세영(삼성생명)은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새 역사를 썼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너무나 서러웠던 금메달리스트였다.

한국의 안세영(삼성생명)은 지난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새 역사를 썼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8년 만에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됐다.

그러나 안세영에겐 이 기쁨과 역사를 만끽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금메달 획득과 동시에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심경을 밝히며 "이 상황을 해결해주실 어른들이 있길 간절히 바래 본다"라고 전했다.

대부분 한국 배드민턴협회를 향한 강한 비판이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작년에 있었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당했던 부상 후유증을 털어놨다. 안세영은 "당시 부상은 매우 심각했다. 쉽게 나을 수 없는 소견이었는데, 대표팀은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많이 실망했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서 "트레이닝 선생님은 내 꿈을 이뤄주기 위해 눈치도 많이 보시고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낸 것 같았다. 미안함이 정말 컸고,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함께 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라며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다. 이제 막 금메달을 딴 선수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 예상하기 힘든 발언이었다. 안세영은 은퇴를 앞둔 선수가 아니다. 이제 고작 22살의 나이였기에 이 발언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음으로 취재진은 안세영에게 대표팀 은퇴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이야기를 잘 해봐야 할 것 같다. 많은 실망을 했다. 나중에 설명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폭탄 발언'이 이어졌다. 안세영은 "당시 부상이 정말 심각했고, 처음에 오진이 나왔던 순간부터 참고 경기를 해야 했다. 작년 말에 다시 검진을 해보니 많이 안 좋았다. 올림픽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참고 가야하는 상황이었다. 옆에서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후 은퇴를 고민하고 있었냐는 질문에는 "부상을 겪는 상황과 순간 대표팀에 너무 많은 실망을 해서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계속해서 기록을 위해 해나가고 싶지만 협회에서 어떻게 해줄지는 모르겠다.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모든 상황을 다 견딜 수 있다"라며 배드민턴협회를 저격하기도 했다.

이어서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에 못 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식만 뛴다고 선수 자격을 박탈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협회는 모든 걸 다 막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많은 방임을 하고 있다. 우리 배드민턴이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금메달 하나밖에 나오지 않은 걸 돌아봐야 한다"라며 배드민턴 협회의 변화를 촉구했다.

은퇴 암시에는 목소리가 어두웠던 안세영은 금메달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는 않았다. 그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너무 행복하다. 이제야 숨이 쉬어지는 것 같다. 가장 생각나는 순간은 아시안게임 이후 부상 때문에 트레이닝 선생님들, 코치님과 함께 싸우고 울었던 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라며 금메달 획득 순간을 회상했다.

얼마나 서러웠으면 금메달을 획득하자마자 이런 발언들을 내뱉었을까 싶다. 안세영은 작년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단식 결승전에 진출했다. 상대는 천적이라 불리는 중국의 천위페이였다. 그리고 안세영은 이날 경기 도중 천위페이의 공격을 막으려다.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이후 잠시 치료를 받은 안세영은 다시 경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극심한 통증은 계속됐고, 안세영은 경기 내내 강력한 공격을 시도할 수 없었다. 반응 속도도 느려진 안세영은 결국 천위페이에게 압도적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결국 안세영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이는 29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이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을 마친 직후, 안세영은 무릎 근처의 힘줄이 찢어졌다는 소견을 받은 뒤 당분간 재활에 집중했다.

이처럼 안세영은 오랜 시간 동안 재활에 매진했다. 이후 재활을 마쳤지만,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으며 종국 마스터스 대회 등에서 고전했다. 하지만 끝내 부상에서 회복한 뒤,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복식 경기에 뛰지 않으면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배드민턴협회의 협박성 행동이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모든 일정을 마친 안세영은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가적인 발언을 했다. 안세영은 "오늘 하루 낭만있게 마무리하고싶은 상상과 다르게 저의 인터뷰에 많이 놀라셨을 것 같다. 일단은 숙제를 끝낸 기분에 좀 즐기고 싶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나의 인터뷰가 또 다른 기사로 확대되고 있어서 나의 서사는 고비고비가 쉬운 게 없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서 "먼저 저의 올림픽을 응원해주시고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린다. 끝에 선수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된다. 내가 잘나서도 아니고 선수들이 보호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부분, 그리고 권력보단 소통에 대해서 언젠가는 이야기드리고 싶었는데, 또 자극적인 기사들로 재생되는 부분이 안타깝다"라며 자신의 발언을 다른 의도로 해석하는 일부 기사와 배드민턴협회를 비판했다.

다음으로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드리는 부분이 아니다.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그리고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 제가 하고픈 이야기들에 대해 한번은 고민해주시고, 해결해주시는 어른이 계시길 빈다"라며 본인의 발언이 싸울 의도가 아닌,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 그러나 안세영에겐 이 기쁨과 역사를 만끽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는 금메달 획득과 동시에 '폭탄 발언'을 쏟아내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심경을 밝히며 "이 상황을 해결해주실 어른들이 있길 간절히 바래 본다"라고 전했다. ⓒ안세영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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