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생존자 "'펑' 소리와 비명, 여전히 악몽"[영상]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폭발, 5명 사상자 발생
청호스 배관 화기 작업 중 '쾅'…"내 손에 불 붙어"
다른 부서 직원들 달려와 가위질‧식염수 처치
생존자 "그날 일 맴돌아 악몽…남겨진 동료 트라우마"
▶ 글 싣는 순서 |
①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생존자 "'펑' 소리와 비명, 여전히 악몽" (계속) |
전주리싸이클링타운 내 의문의 폭발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작업자 5명 중 사고 현장에서 가장 늦게 탈출한 1명은 끝내 숨졌으며, 나머지는 전신 화상으로 수십 번의 수술을 버텨내고 있고 남은 수술도 견뎌내야 한다.
생존자를 통해 전해진 그날의 사고는 개선이 시급한 작업 환경과 폐기물처리 시설에 대한 제도의 맹점을 말하고 있었다.
"청호스 붙들고 화기 작업"…사고 현장 재구성
지난 5월 2일 오후 6시 42분쯤 전주리싸이클링타운에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작업자 5명은 전신 화상을 입었고, 지난 6월 18일에는 치료 중 작업자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상자들의 일터인 전주리싸이클링타운은 전주시에서 발생한 음식물쓰레기와 하수슬러지, 재활용품 등 생활 폐기물을 처리하는 시설로 지난 2016년부터 가동되고 있다. 경찰은 이곳 중 소화슬러지 저류조의 배관 교체 작업 중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날의 사고를 재구성하기 위해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6일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전주리싸이클링타운 폭발 사고 생존자 A씨를 만났다.
빡빡 밀은 머리에 덥수룩한 수염 그리고 전신에 감긴 붕대가 그가 처한 상황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의 손은 풍선이 부풀 듯 붉은 화상 고름이 있었고, 기도삽관에 의한 상처로 목 하단에는 4cm 정도의 흉터도 선명했다.
사고 후 100일이 다 되어간다. A씨는 "10번째 수술을 받고 있고 앞으로 성형외과 쪽 진료나 재활 치료하는 것도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들었다"며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총 세 곳의 작업 라인 중 한 곳만 외주업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마무리하고 떠나버려 남은 두 작업라인에 대한 야간작업을 진행하다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고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증언과 전주리싸이클링타운 공정계통도 등을 종합하면 염기성소화조에서 소화된 슬러지 등 잔해물들은 파란색 계열의 청호스를 타고 소화슬러지 저류조로 흘러 들어간다. 정사각형에 가까운 이 저류조 접합 부분엔 원통 모양의 청호스 3개가 연결돼 있다.
이 노후화된 청호스를 교체하기 위해 이들은 야간작업에 투입됐다. 세 곳 중 한 곳은 사고가 발생한 날 오후 2시쯤 외주업체 파견나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작업해 마무리됐으나, 나머지 두 곳에 대한 작업은 남겨둔 채 떠나 작업자 5명이 그날 저녁 투입된 것이다.
A씨는 "우선 저희(작업자 5명)가 배관을 교체하기 위해 청호스 머리 부분에 쇳덩이를 끼워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려면 청호스 머리 부분을 녹여야 했고, 이를 위해 토치로 청호스를 녹이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명은 각각 토치(화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청호스를 (고정시킬 수 있도록) 잡고 있었고 나머지 2명은 각각 토치를 통해 윗면을 녹이고 있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해당 작업 사진을 촬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불 붙은 내 몸"…식염수 들이붓고 가위로 옷 '싹둑'
A씨는 '펑' 소리와 함께 소리치던 동료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동료들은 뛰쳐나갔고 자신 역시 끝에서 두 번째로 빠져나왔지만, 제일 늦게 나온 동료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는 이 모든 순간을 채 5초도 안 되는 시간으로 기억할 만큼 당시 상황이 긴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폭발 후 장갑을 낀 내 손과 몸에 불이 붙어 있는 모습을 봤을 때 '이제 가족들을 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이후 정신없이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5명이 폭발 현장에서 뛰쳐나온 후 야간작업을 하던 다른 팀 직원들은 모두 달려왔다. 사고 현장에 있던 5명 외에 음식물 팀 등 다른 곳에서 작업하던 사람들은 5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상근직으로 기계를 가동하기 위해 2교대 근무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폭발 현장에서 빠져나왔을 때) 옷이 타들어 가고 있어 다른 직원들이 가위로 옷을 자르기도 했고 물과 식염수를 재해자들에게 뿌려주기도 했다"며 "다만 식염수가 조금 부족했던 기억이 있고 이후 의식을 잃어 더 이상의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폭발 사고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의 마음은 더욱 무겁다. 인터뷰 과정에서 동료를 더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그의 죄책감이 오롯이 느껴졌다. 그는 "힘든 일을 다 같이 했었기 때문에 동료들과 사이가 참 좋았다"며 "너무 안타깝고 너무 죄송하고 그렇다"고 말을 꺼냈다.
죄송한 이유에 관해 묻자 "화상은 긴 시간 노출될수록 더 위험한데, 사고를 당했을 때 더 빨리 같이 나오지 못한 게 제일 마음에 걸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신없이 탈출하는 바람에 폭발 현장에 남겨진 동료를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연거푸 강조했다.
전주리싸이클링타운 내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100일이 되어가지만, 트라우마는 아직도 남아있다. A씨는 "전신 화상으로 인해 나 뿐만아니라 가족들도 아주 힘든 상황이고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며 "자다가 경련을 좀 많이 해서 악몽도 많이 보고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해진 면회 시간과 수술 일정 탓에) 가족들을 잘 못 보고 있고 와이프 혼자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수술비 등은) 공단에서 주는 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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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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