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中 촉발한 인천 벤츠 화재…배터리 업계 "중국산 배터리 포비아로"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벤츠 전기차(EQE350) 화재 사고로 전기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는 게 가장 걱정입니다. 이번 화재 차량에는 중국 배터리업체인 '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가 탑재됐습니다. '전기차 포비아', '배터리 포비아'가 아니라 '중국 배터리 포비아'로 바로 잡고 싶습니다."
한 국내 배터리 회사 직원은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와 관련해 "중국이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도 NCM(니켈·코발트·망간) 기술은 한국이 압도적"이라며 이같이 하소연했습니다.
이번 전기차 화재 사고로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벌써 입주민들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주차·충전시설을 제한하고 나섰습니다. 수도권 한 아파트단지는 아예 단지 내 전기차 신규 등록을 막기로 했습니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언론사에서도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출입을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신문사의 특성 상 인화물질이 많아서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번 불이 난 벤츠 전기차에는 중국 파라시스 에너지의 NCM 배터리가 탑재됐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SK온의 배터리가 아닌 만큼 '모든 전기차 배터리는 위험하다'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게 국내 배터리업계의 목소리입니다.
NCM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와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지만 니켈 함량이 높을수록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단점을 국내 배터리 3사는 각사의 하이니켈 기술로 주행거리와 성능을 극대화하면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NCM 기술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의 NCM 기술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하이니켈의 구현은 가능하지만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에 화재가 난 파라시스 에너지의 배터리 제품 역시 중국 내에서 리콜을 유발한 사례가 있는 데다 중국 업체들의 NCM 배터리 화재는 중국 내에서 수없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양국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 CATL이 자국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지만 삼원계 NCM 기술은 한국보다 뒤떨어진다"며 "한국 배터리기업들이 오랜 기간 NCM에 쏟아부은 업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고, 불이 크게 난 전기차들은 거의 중국업체들의 배터리"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은 중국 정부의 다각도의 지원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며 "또 배터리 가격을 다른 경쟁업체들 대비 저렴하게 대량 공급하고 있지만 굉장히 위험하다고 본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하반기부터 중국 배터리가 탑재된 저렴한 전기차들이 국내에 대거 들어오지만 저렴하게 공급하는 배터리 가격의 이면을 봐야 한다"며 "중국 배터리 가격이 아무리 싸더라도 안전 이슈에서는 자유로울 수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전기차 구매시 가격도 중요하지만 어느 회사의 배터리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국내 배터리 업계가 비용 압박과 안전성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딜리마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차 대비 높다 보니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비용 절감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온 데다 전기차 수요 부진이라는 캐즘을 만나 안정성 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영준 성균관대 부설 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는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는 부분은 비용과 직결돼 있다"며 "지금은 배터리기업들 스스로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심하게 코스트 다운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 가격 자체에 대한 경쟁이 심화하면서 배터리 안전성을 높일 수는 있어도 배터리 세이프티 장치나 기술에 대한 것을 적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정부가 리튬이온배터리의 안정성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정부 주도로 배터리 성능을 높이는 기술 과제들은 활발히 이뤄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전성 측면의 과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전동화 시대로 갈수록, 전기차가 많이 팔릴수록 화재 사고 건수는 확률상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번 화재를 계기로 배터리 안전성 과제를 정부 주도로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싼 게 비지떡'이란 속담이 떠오른다"이라며 "중국 배터리업체들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가격에 NCM을 공급해주겠다고 완성차업체들에게 제안하고 있는데 도저희 우리가 맞출 수 없는 가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내 배터리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코스트 압박 속에서도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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