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클럽서 집단 투약·유통… 명문대생 ‘마약동아리’ 발칵 [뉴스+]

이정한 2024. 8. 6. 06: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檢, 카이스트생 회장 등 4명 구속
풀파티·호화 술자리 등 열어 유인
1년여 동안 학생회원 300명 모집
마약 업자에 반값 주고 공동 구매
회원에 대마·필로폰 등 투약 권유
단순 투약자 8명 등 총 14명 검거
의대·로스쿨 응시생 등 다수 포함
서울대와 고려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 학생 수백명이 가입한 연합동아리에서 운영진 등이 마약을 투약·유통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대단위 대학생 모임을 매개로 한 마약 거래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리 가입자 일부는 고급 호텔이나 클럽, 음악 축제 등지에서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남수연)는 대학가에서 마약을 유통·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주범이자 연합동아리 회장인 A씨(카이스트 대학원생)와 20대 회원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20대 회원 2명이 불구속기소됐고, 단순 투약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수도권 주요 대학 13곳에 재학 중으로, 의대와 약대 재입학 준비생,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들어가기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응시생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2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A씨가 만든 연합동아리에서 만나 마약을 구매하고 유통·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약 유통 통로로 악용된 해당 동아리는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캠퍼스픽’과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제차와 고급호텔·파인다이닝(고급 식당) 등을 무료나 저가로 이용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회원을 모았다. 마약 판매 수익 등으로 고급 호텔에서 풀파티와 호화 술자리를 열고 대학생들을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모임 규모는 회원 수(약 300명) 기준으로 전국 2위의 대학 동아리로 커졌다. 이 동아리는 가입비와 회비가 높지 않아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모집 공고 글을 보면 여성과 남성 회원 가입비는 각각 1만7200원, 3만3200원이었고, 연간 회비는 10만원이 안 된다고 한다.
대학가 대규모 마약 사건 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이희동 검사가 대학 연합동아리를 매개로 한 대학가 마약 유통조직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다른 임원들과 함께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골라 클럽과 호텔, 음악 페스티벌 등지에서 술을 마시다가 액상 대마를 권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마를 접한 회원들은 이후 MDMA(엑스터시)·LSD·케타민·사일로시빈(환각버섯)·필로폰 등 환각효과가 강한 마약을 순차적으로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흥업소 직원들을 호텔로 불러 남성 회원들과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만 A씨가 처음부터 마약 유통을 목적으로 동아리를 만들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2022년 11월 마약에 처음 손을 댔고 동아리에서 가깝게 지내던 임원과 회원 등에게 마약을 권하면서 투약과 유통이 확대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호기심에서 마약을 투약한 A씨는 싼값에 마약을 구매해 회원들에게 비싸게 팔아 돈을 버는 사업을 시작했다. A씨는 임원진과 텔레그램 마약 업자들에게 마약을 시가의 절반 가격으로 공동 구매하고, 이를 일반 회원들에게 약 두 배 가격으로 되팔았다. A씨가 지난해 1년간 가상화폐로 거래한 마약 매매 대금은 최소 12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무통장 입금과 현금, 세탁된 자금 거래 내역을 모두 포함하면 매매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기소 또는 기소유예 처분한 14명을 제외한 다른 회원들에 대해서도 마약 혐의 여부를 수사 중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범죄집단조직죄를 적용할 여지도 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대학생 연합동아리로 모인 피의자들이 마약을 투약한 모습.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이들이 마약 수사 대비 목적으로 들어간 텔레그램 채널 운영자도 대검찰청과 협조해 추적하고 있다. 9000여명이 가입한 해당 채널에선 포렌식, 모발 검사 대비법 등이 공유되고 있다. A씨 등은 여기서 확인한 수사 대비법을 이용해 검찰 추적을 피하려고 했지만 수사망을 벗어나진 못했다.

검찰은 앞서 마약 투약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던 A씨 계좌 거래 내역에서 수상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한 결과 이번 범행의 실체를 파악했다. A씨는 동아리에서 만난 여자친구를 수차례 폭행하고 불법 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검찰은 기소유예 처분된 대학생들에게 맞춤형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