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2차 티켓 거래시장을 양성화해야 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최근 공연 및 스포츠 관람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티켓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2차 티켓 거래시장으로 몰리면서 사기 피해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사기 정보 공유 사이트 '더 치트' 조사 결과, 티켓 및 상품권 피해 사례 건수는 2016년 5165건에서 2023년 3만 8388건으로 최근 7년 동안 7배 이상 증가했다. 주로 개인 간 직거래로 이루어지는 2차 거래시장은 특성상 사기, 폭력, 편취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으로, K-POP 공연을 보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들의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피해가 주로 소셜 미디어, 온라인 카페, 커뮤니티 등에서 음성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적절한 피해 구제와 예방이 쉽지 않다. 이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안전하고 투명한 거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실정이다.

2차 티켓시장은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의 관람을 원하는 소비자와 한정된 좌석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형성된 자연 발생적인 시장이다. 티켓을 구매했으나 사정에 의해 참석이 어려울 때 입장권을 재판매하여 손실을 방지하거나, 노쇼를 없애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관람을 제공할 수 있어서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과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개인 간 직거래로 진행된다.

시장조사업체 그로스마켓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2차 티켓 거래시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텁허브, 티켓마스터, 비아고고 등 글로벌 2차 티켓 거래 선도기업들은 사기거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에스크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공식 판매 채널만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편의 증대와 선택권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공연, 경기 등의 전반적인 시장 확대 및 노쇼 피해 방지를 통한 수익 증대를 꾀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MLB의 경우, 일일 입장권보다는 시즌권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부득이 경기장에 가지 못하는 날의 좌석을 공식적인 재판매 시장을 통해 유통함으로써 시즌권 보유자는 경제적 이득을 얻고, 당일 입장권 구매자는 원하는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되고, 구단 및 입장권 판매업체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등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금년 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류현진이 12년 만에 한화에 복귀하면서 시즌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0%나 증가했다.

공연 시장도 시즌제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연 시즌제의 시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1883-1884 시즌'이다. 해외에선 이미 14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갖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시즌제가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국내에서도 LG아트센터, 세종문화회관 등을 중심으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한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가 금년 초 발표한 '암표 규제에 관한 해외 사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국가들이 티켓 재판매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2차 티켓 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판매를 금지하는 연방법은 없으나, 온라인상 불법적인 티켓 구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캐나다도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구매 및 재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일부 주에서는 재판매 가격 상한을 제한하기도 한다. 일본은 전매 목적이 아닌 개인의 티켓 재판매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 티켓 가격의 상한 설정, 매크로 프로그램 금지, 전문적인 전매 목적의 재판매 금지 등의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이렇게 부분적으로 제한을 하는 이유는 개인 간의 티켓 양도 및 2차 거래는 법으로 금지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며, 규제 실효성의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차 티켓 거래를 부분 허용하는 국가에 속한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공연법 개정 등을 통해 오프라인 암표 매매 및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의 부정판매 등을 규제하고 있으나, 온라인을 통한 티켓 양도 혹은 재판매와 관련된 법령은 아직 없다. 그러나 2차 티켓을 단지 암표로 치부하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서, 선진국과 같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2차 티켓 거래시장은 구매한 티켓을 사정에 의해 재판매하거나 양도하는 개인 간의 사적 거래의 영역이자, 여러 긍정적인 이유로 하나의 새로운 시장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법령 및 규제 연구에서도 국내에서는 암표와 티켓 재판매에 대한 개념이 혼재되어 산업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된 바 있으며, 개인 간의 티켓 양도 또는 재판매를 막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권리뿐만 아니라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공연 및 스포츠 경기 주최 측이 전체 2차 티켓을 암표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다 보니 소비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선의의 개인 간 양도까지 모두 규제의 대상으로 제한하고 본인 확인을 강화함에 따라, 미성년 자녀나 노령의 부모를 위해 가족들이 대리로 예매한 티켓으로도 입장하지 못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좋은 스포츠 경기나 공연 티켓을 선물할 수도 없다는 얘기다. 이러한 정책이 매크로를 사용하는 재판매 업자의 거래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하나, 실제 매크로를 사용해 티켓을 구매한 사람을 선별하기에는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선량한 소비자의 권리만 침해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개인 간 티켓의 재판매 및 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시키자, 재판매업자들은 '아이디 옮기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행위를 확장시키고 있고, 개인 간 거래는 더욱 음성화되어 더 큰 사기 사건의 증가, 일반 소비자의 범죄자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2차 티켓 거래를 개인 간의 계약으로 보아 자율에 맡기고, 오히려 제도권 내에서 2차 티켓 거래가 투명하게 행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 판단된다. 이를 위해서 예상되는 모든 문제점을 테이블에 올리고 관련 이해관계자들 간의 적극적이고 긴밀한 논의와 협업을 통한 합리적 규제, 과세제도, 구매자 보호 및 수익 분배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2차 티켓 거래 시장은 전체 1차 시장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추정할 뿐, 정확한 실태 파악이나 연구도 없는 상황이다. 2차 티켓 거래 선도 시장인 미국은 경제, 공정성, 법리 해석 등 다각도 분석 및 연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의견과 개선 노력을 진행해왔다. 해외에서 날로 영향력이 커져가고 있는 K-콘텐츠가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실효성이 있는 규제와 개선 방안 도출하기 위한 정확한 실태조사, 법률적 연구, 해외 사례 분석 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K-콘텐츠가 대한민국의 캐시카우로 자리 잡는데 2차 티켓 거래시장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