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내 전부였던 축구 앗아갔는데…2년째 사과도 없어”
음주운전 사고에 하반신 마비된 축구선수 유연수
“공탁금 600만원에 모욕감…수사기관 불신도”
“재판, 회복 아닌 상처에 소금 뿌리는 심정”
음주운전 피해자도 유족도 “엄벌” 한 목소리
[전주(전북)=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하반신이 마비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아무 느낌 없었는데 축구를 못한다니 눈물이 그냥 쏟아지더라고요.”
제주유나이티드FC 골키퍼였던 유연수(26)씨의 축구 선수로서의 삶은 2022년 10월 18일 새벽 시간에 멈췄다. 그날 한 음주운전 차량이 동료 선수들과 숙소로 복귀 중이던 유씨의 차량을 들이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7%, 면허 취소 수치의 만취 상태였다. 이 사고로 유씨는 평생을 바친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됐지만 아직 가해자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5일 전북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씨는 사고 당시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차량이 세 바퀴 구르는 큰 사고에 잠시 기절했던 유씨는 “교통사고가 났다”는 웅성거림에 눈을 떴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하반신이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등에서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 유씨는 다시 그대로 기절했고 인근 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마친 유씨는 의사로부터 신경이 많이 끊어져 평생 걷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유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내가 재활을 잘하면 다시 그라운드 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어머니가 와 ‘연수야 이제 너 축구 못한대’라고 말씀하시니 실감이 나서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사고 후 스스로 많이 무너져 감정을 추스르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처럼 한 사람을 큰 좌절 속에 빠뜨렸지만, 가해자는 사고 후 1년 10개월이 지나도록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유씨는 “처음 경찰 조사를 받을 때 가해자가 합의할 의사가 없다, 그냥 감옥에 가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해서 우리도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변호사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직접 와서 사과하는 것도 아니고 편지를 썼는데 받겠느냐고 물어보더라. 화가 너무 났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유씨는 재판 과정에서도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검찰이 유씨의 상해 정도를 하반신 마비의 중상해가 아닌 전치 32주의 일반상해로 단순 판단해 기소한 것. 유씨는 “첫 재판에서 제가 중상해가 아닌 전치 32주의 일반 상해로 들어가 있었다. 만약 제 변호사가 재판장에 가지 않았다면 집행유예로 풀려났을 것”이라며 “기소 전까지 피해자 조사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수사 기관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밖에 없더라”라고 말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에도 징역 8년…유족 “엄벌해야”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가해자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가해자는 사고 이후 항거불능 상태의 여성을 추행한 혐의도 병합해 재판을 받고 있었다. 유씨는 형량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누군가의 인생을 망쳤는데 징역 4년이 말이 되나”라며 “내 커리어가 어쨌든 가장 사랑하고 평생을 해 온 일을 하지 못하게 됐는데 엄벌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가해자로부터 사과받기도 거부했다. 그는 “애들 아빠도 없는 상황에서 아들마저 (사고가 나니) 충격이 너무 커서 가해자와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다. 합의도 마찬가지”라며 “그간 합의를 하자고 연락온 건 없었고 엄벌을 원한다고 말해 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칼로 사람을 죽이면 무기징역도 나오는데 이건 차로 사실상 사람을 죽인 것 아닌가. 실수로 쳤다면 당장 신고해서 응급처치를 해야 하지 도망가는 건 정말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징역 고작 8년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형량이 이렇게 적으니 사회에 다시 나오면 다시 술 마시고 운전대를 잡을 것 아니냐”라고 울분을 토했다.
음주운전 피해자와 유족들 모두 입을 모아 엄벌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유씨는 “나에게 재판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아닌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과정이었다”며 “형량을 대폭 높이고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 역시 “아들이 죽기 전까지 음주운전은 남의 일인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며 “이게 내 가족이라 생각하고 엄격히 처벌하도록 법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형환 (hw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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