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칼럼]밴스 ‘캣 레이디’ 발언, 왜 충격적인가
난임치료 지원·稅공제 외면하면서
민주당 겨냥 "아동 적대적" 매도
'美가정에 고통 가중' 사실 은폐 의도
JD 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캣 레이디(cat lady·자녀 없이 고양이나 키우는 여성)’ 발언이 고약한 진짜 이유는 내용이 야비한 데 있지 않다. 공화당이 정책적으로 미국 가정과 어린이들에게 실질적인 고통을 가한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가 문제다.
독자들은 아마도 밴스가 민주당을 캣 레이디의 정당으로 매도한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생물학적 자녀가 없다면 미국의 미래에 ‘직접적인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의 발언은 미국 전역에서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하지만 밴스가 이런 발언을 한 진정한 의도는 소란스러운 문화 전쟁의 잡음 속에 거의 완전히 가려졌다. 밴스는 “내 발언의 진의는 민주당이 자녀를 원하지 않는 아동 적대적인 정당인 데 비해 공화당은 가정 친화적인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폭스뉴스에 출연한 밴스는 “카멀라 해리스가 집권한다면 미국의 부모들은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오웰리언(Orwellian·전체주의적인)’ ‘가짜 정보’와 같은 단어들이 남발되고 있지만 현재의 사회 분위기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어휘를 찾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먼저 가정 관련 이슈에 대한 양대 정당의 기록부터 들여다보자.
본인 스스로 임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주위에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둔 미국인들은 밴스의 무감각한 발언에 분노했다. 그러나 밴스의 무딘 감각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와 그가 속한 정당이 불임 여성이 적절한 치료를 받기 힘들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냉동 배아를 태아로 봐야 한다는 앨라배마주 대법원의 판결 이후 체외수정(IVF)은 법의 수렁에 빠졌다. 민주당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밴스도 민주당이 제안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이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 수년간 어린이들을 빈곤으로부터 건져내기 위해 부양 아동 세금 공제 확대안을 추진했다. 반면 공화당은 민주당의 시도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올해 초 양당은 관련 법안 통과에 잠정적으로 합의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태도를 바꿔 기업을 위한 추가 세제 혜택을 조건으로 내거는 바람에 결국 법제화에 실패했다.
가끔 부모의 세 부담 경감에 지지 의사를 밝혔던 밴스는 폭스뉴스를 통해 “해리스가 아동 세금 공제 종료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야말로 완전한 거짓말이다. 해리스는 이 프로그램의 확대를 줄기차게 촉구했고 전국을 돌며 부양 자녀 세금 공제 확대가 아동 빈곤을 축소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한편 낙태에 관한 공화당의 강경한 입장은 IVF나 다른 난임 치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미국인 커플의 자녀 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긴급 생식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가 자칫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산과 전문의들이 앞다퉈 공화당이 장악한 레드 스테이트를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은 산과 병동을 완전히 폐쇄했다. 당연히 산전 관리와 분만은 더욱 어렵고 위험해졌다.
공화당이 다스리는 여러 주는 산전 관리에 대한 접근을 한층 어렵게 만드는 창조적인 방법을 찾아냈다. 예를 들어 최근 시행된 플로리다 주법에 따라 주정부로무터 메디케이드 진료 수가를 지급받는 병원은 환자의 메디케이드 보험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의 이민 지위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이 지역의 비영리 의료 단체가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예상했던 대로 많은 이민 여성이 산전 관리 등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
연방 차원에서도 공화당 의원들은 지난 1년간 여성·유아·어린이 영양보조프로그램(WIC) 예산 삭감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WIC는 가난한 임신부와 갓 출산한 산모, 유아 및 아동의 영양 보충을 위해 연방정부가 오랫동안 시행해온 프로그램이다.
밴스의 발언 중 한 가지는 옳다. 더 많은 자녀를 두는 것이 경제적으로 재정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지만 부모들의 양육 부담은 전에 비해 늘어났다. 실제로 미국인들은 더 많은 자녀를 두기 원한다. 그러나 양육비가 너무 비쌀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과 전반적인 근무 여건 또한 가정 친화적이지 않다. 정치인들은 이 같은 우려를 해결해야 하고 실제로 그들 중 일부는 진지하게 해결책을 모색했다. 반면 밴스와 같은 정치인은 해법을 찾기는커녕 상대방의 노력을 조롱하는 쪽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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