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음주운전 가해자가 양육비 책임..한국판 벤틀리법 도입해야

이영민 2024. 8. 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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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일상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를 막아줄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벤틀리법과 같은 법안에 대해서는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실제 입법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범죄피해자지원제도와 배상명령신청제도처럼 기존에 마련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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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공화국 (상)음주운전은 ‘중대 범죄’
음주운전 사고 피해가정 월 소득 100만원↓
미국, '벤틀리법'으로 보상 책임 제도화
피해 구제 가능해도 형평성 등 과제 존재

[이데일리 이영민 김한영 기자] 반복되는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일상이 무너지고 있지만 이를 막아줄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피해자 지원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8년 교통사고 유자녀와 보호자 각 15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의 월평균 소득은 교통사고 전 219만 9000원에서 사고 후 100만 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유자녀의 보호자가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평균 보상액은 8037만원, 이 보상금의 평균 소비기한은 33.4개월이었다. 응답자의 56.7%는 사고 후 주거형태가 달라졌다. 사고 전 31.2%였던 자가소유 비율은 이후 17.8%로 줄었다. 이들 가정의 74.2%는 ‘경제적인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그 이유를 말했다. 유자녀 2명 중 1명(54%)은 ‘사고 피해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숨진 국민은 1161명에 달하지만 이들의 가정을 위한 정책은 마땅치 않은 탓이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과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자동차사고로 숨지거나 중증후유장애를 입은 사람의 0~18세 미만의 자녀는 분기별로 장학금이나 월 25만 원의 무이자 생활자금대출, 월 최대 7만원의 자립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함께 사는 가구가 기초생활수급 대상이거나 차상위계층인 경우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지원 대상이 협소하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자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 가정의 생계를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테네시주는 ‘이든, 헤일리, 그리고 벤틀리법’(벤틀리법)을 시행했다. 벤틀리법은 음주운전으로 희생된 피해자에게 부양해야 할 미성년 자녀가 있을 경우 그 자녀가 18세에 이르는 시점까지 가해자가 양육비를 지급하게 하는 법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벤틀리의 이름에서 비롯된 이 법은 지난해 2월까지 앨라베마를 포함한 미국 10개 주 정부에서 발의됐다.

지난 국회에서도 ‘벤틀리법’과 유사한 법안들이 발의됐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해 3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가해자가 음주운전으로 미성년자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를 숨지게 할 경우 양육비 책임을 지도록 채무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정우택 전 국회부의장도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음주운전 사고 가해자에게 피해자 자녀에 대한 양육비 배상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모두 국회 종료와 함께 임기만료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사고 후 삶은 거의 붕괴되는 수준”이라며 “피해자가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박사는 “가해자가 유가족을 직접 지원하는 것은 2차 가해의 우려가 있다”며 “가해자의 재원을 제3기관이 운용해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적절할 것”고 덧붙였다.

서아람 법무법인 SC 변호사도 “피해자지원 법률이나 시행령, 규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벤틀리법과 같은 법안에 대해서는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서 실제 입법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범죄피해자지원제도와 배상명령신청제도처럼 기존에 마련된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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