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이 돌봄’ 필리핀 가사관리사, 집안일은 어디까지 시키나
다음 달부터 국내에서 일할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6일 입국한다. 이들은 4주간 한국 적응, 보건 교육 등을 받고 다음 달 3일부터 6개월간 국내 가정으로 출퇴근하며 일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신청은 422건 접수됐다. 전일(8시간)이 아닌 4시간만 이용하는 가정도 있기 때문에 200~300가정이 이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경쟁률은 2~3:1인 셈이다. 신청 기한은 6일까지다.
사용자인 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아이 돌봄과 집안일을 맡길 수 있는 데다 아이를 영어 사용 환경에 노출시킬 수 있는 건 반갑지만, 집안일을 어디까지 시킬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레빈슨 알칸타라 필리핀 이주노동부 차관보는 이날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집안일은 아이를 위한 것만 할 수 있다”며 우리 정부와 다소 다른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국내 이용자들이 필리핀 가사관리사를 이용할 경우 올해 국내 최저 시급(9860원)을 지급해야 한다. 홍콩은 시간당 2797원, 대만 2472원, 싱가포르는 1721원에 해외 가사도우미를 이용하는 것과 비교해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이용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건 국내 돌봄 비용이 워낙 높은 데다, 아이 영어 교육에 대한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도 이를 의식해 한국어 시험뿐 아니라, ‘영어 면접’을 거쳐 인원을 뽑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수준의 젊은 계층(24~38세)이 선발됐다”고 했다.
실제 국내 중개 기관에 접수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문의 대부분은 영어 능력 관련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세 살 아이를 키우는 임모씨는 “영어 유치원 가격을 고려할 때 집안일 도움을 받으면서 영어에 노출하는 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유아 영어 학원 월평균 교습비는 지난해 기준 121만원, 서울은 141만원이다. 이에 따라 유아 영어 학원과 비슷한 비용으로 집안일 등을 보조받으며 아이를 영어 사용 환경에 노출시키기 원하는 수요가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영어 능력과 발음이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온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엔 “전문성이 없어 제대로 된 영어 교육 기관에 보내는 게 낫다”는 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국내 가정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에게 바라는 집안일에 대한 범위 역시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실제 우리 정부와 필리핀 정부는 이들의 업무 범위를 두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알칸타라 차관보는 “한국에 파견된 100명은 가사도우미(헬퍼·helper)가 아닌 돌봄 제공자(케어 기버·care giver)”라며 “한국이 요구하는 한국어 시험과 영어 면접 등을 거쳤고 국가 공인 자격증을 갖춘 ‘숙련자’를 선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이 옷 입히기, 목욕, 아이 음식 장만과 같은 돌봄 일뿐 아니라 다른 집안일도 요구받을 순 있다”면서도 “아이 관련 일일 때만 수행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고용노동부 등의 설명과는 차이가 있다. 예컨대, 국내 안내문엔 설거지의 경우 아이 식기뿐 아니라 어른이 먹은 것도 부탁할 수 있다. 하루 6시간 이상 이용할 경우엔 청소기나 마대 걸레로 바닥 청소, 욕실 물청소 등도 요구할 수 있다. 돌봄 업계 관계자는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면 가사관리사 측에선 추가 요금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양국 협의에 따라 아이뿐 아니라 동거 가족을 위한 집안일은 시킬 수 있다고 본다”며 “업무를 최대한 표준화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고, 이견이 생기는 부분은 사업 중개 기관이 접수해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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