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랍권 만류에도 “전쟁 불사” vs 이스라엘 “선제 타격도 고려”

이기욱 기자 2024. 8. 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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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고, 이란이 보복 의지를 밝히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과 아랍권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일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외교장관들에게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이르면 24∼48시간 내에 공격이 시작될 수 있으니 이란, 헤즈볼라, 이스라엘이 최대한 자제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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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랍권에 “이란 보복 만류” 요청… 이란 “전쟁나도 상관없다” 강행 의지
이스라엘 ‘보복전에 선제 타격’ 논의… 네타냐후 “악의 축 맞서 다중 전쟁”
美, G7 전화회담 소집 외교전 총력
‘강 대 강’ 이란-이스라엘 4일 이란 수도 테헤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날 “우리를 해치는 이는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란 대통령실 제공

“그냥 넘길 수 없는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실수다.”(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우리는 공격과 방어 어떤 시나리오든 준비가 돼 있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정치국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고, 이란이 보복 의지를 밝히면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은 보복 공격을 자제해 달라는 아랍권 국가들의 요청에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며 보복 의지를 강조했다. 이스라엘도 확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감지되면 예방적 선제 타격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은 이르면 5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주요 7개국(G7)에 전달했다. 또 요르단 등과 함께 충돌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주력하고 있다.

이란 “보복 다짐” vs 이스라엘 “선제 타격도 고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아랍권 국가들의 보복 공격 자제 요청을 거절했다. 아랍권 국가들은 ‘공격을 만류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란을 설득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단교 상태라 양측에 모두 접근 가능한 아랍 국가들이 나선 것이다. 미국은 보복을 자제할 경우 서방과의 관계 개선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도 이란에 전달했다. 그러나 이란은 “전쟁이 나도 상관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이란의 보복이 이뤄진다면 이는 올 4월 이스라엘 본토 공격 당시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발사체 수를 늘리는 동시에 레바논, 시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발사하면 이스라엘이 격추시키기 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이스라엘 싱크탱크 알마 연구·교육센터는 이란이 이스라엘 중부 도시 중심부나 지중해의 천연가스전 등을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사일, 로켓, 무인기(드론) 등을 대규모 발사해 방공망을 무력화한 뒤에,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인프라 시설이나 군사기지 등을 후속 공격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이날 “우리를 해치는 이는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예루살렘=AP 뉴시스
이스라엘 역시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악의 축에 맞서 다중 전선의 전쟁(multi-front war)을 하고 있고, 가자지구, 예멘, 레바논 베이루트 등 필요하면 어느 곳이든 공습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마스, 후티 반군,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들의 도발이 있을 경우 반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 현지 채널12방송 등에 따르면 베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안보 담당자들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이스라엘 자체 정보와 그에 일치하는 미국 정보가 있을 경우 이란을 선제 타격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美, G7 전화 회담 소집 등 막판 ‘외교전’

미국과 아랍권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쟁을 막기 위한 막판 외교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스라엘, 이란, 미국과 모두 수교했고, 중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요르단의 아이만 사파디 외교장관은 4일 이란을 방문해 페제슈키안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보복 공격을 만류했다. 요르단 고위 관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건 2004년 이후 20년 만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외교장관의 이란 방문은 미국 등이 외교적 접촉을 계속한 데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페제슈키안 대통령은 “시온주의 정권의 실수”라며 보복 공격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G7 외교장관 전화 회담을 소집해 현재 중동 정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4일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외교장관들에게 “정확한 시점은 모르지만 이르면 24∼48시간 내에 공격이 시작될 수 있으니 이란, 헤즈볼라, 이스라엘이 최대한 자제하도록 외교적 압력을 가해 달라”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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