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235조 증발… 외국인 하루 1.5조 투매에 ‘빚투 개미’ 패닉
삼성전자 ―10%, 16년만에 최대 낙폭… SK하이닉스 9.8%-현대차 8.2% 하락
전문가 “일시 조정” vs “침체 서막”
서학개미들 美증시 개장전 주문 폭주… 주간거래 체결분 통째 취소되기도
● 외국인, 이틀 만에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2조3000억 원 매도… 개미들 곡소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30% 내린 7만1400원에 마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던 2008년 10월 24일(―13.80%) 이후 16년 만의 최대 낙폭이다. SK하이닉스의 주가도 9.87% 떨어졌다. 현대차는 8.2% 빠졌다.
이날 오전 11시경 코스피가 5% 넘게 빠지는 등 급락이 거듭되자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지만 공포에 질린 ‘패닉 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장중 최대 10.8%까지 빠지면서 2,400 선도 깨졌으나 장 막판에 외국인투자가가 일부 돌아와 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하루에 사라진 시가총액은 235조 원에 달한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 투자자는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빠지면 국가 비상사태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전쟁이라도 난 줄 알았다”고 했다.
빚을 내서 투자한 일명 ‘빚투족’들은 반대 매매에 떨고 있다. 한 투자자는 “밸류업 효과 등으로 코스피가 3,000 선을 넘을 것 같다고 해서 빚을 내서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이렇게 떨어질 줄 몰랐다. 현실이 지옥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국내 증시에서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19조4226억 원이다. 연초(17조5584억 원) 대비 2조 원 가까이 불어난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 강세장에 따른 일시 조정”이라는 의견과 “미국발 장기 침체의 서막이 열렸다”는 분석이 엇갈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시가 많이 올랐다는 부담에 과도하게 하락한 것 같다”며 “9월 미국 금리 인하에 앞서 국내외적으로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2,400대에서 지지선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근 내림세는 기업의 실적 하락보다는 시장 심리가 위축되면서 벌어진 발작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달리 미국발 경기 침체 초입에 들어섰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경기 부진으로 인해 투자처가 없어 유동성이 당장 불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증시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도 높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의 ‘믿는 구석’이 수출인데, 주요 교역국인 미국이 경기 부진에 빠진다면 국내 경제엔 치명타”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세종=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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