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IT 강국의 신화, 무너지나
오랫동안 한국은 IT 강국이었다. 1990년대 정부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보통신기술 연구·개발과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CDMA(부호분할다중접속·1996년) 와이브로(2004년) 5G 이동통신 상용화(2019년) 등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다수 보유한 IT 대국으로 군림해왔다. 지금도 IT 강국인가. 미래는 어떨까.
1995년 니컬러스 네그로폰테는 불후의 명저 '디지털이다'를 통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은 디지털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 시대에 진입했다. 디지털 기술의 총아는 단연 인공지능 기술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10대 기업 순위(2024년 8월2일 기준)를 보면 인공지능과 반도체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1위는 애플,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 3위는 엔비디아다. 다음은 구글, 아마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메타, 버크셔해서웨이, 일라이릴리, 대만 TSMC 순이다. 10개사 중 7개사가 AI와 반도체 기업이다.
애플, MS, 엔비디아 빅3는 AI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한다. 스마트폰 최강자 애플은 생성형 AI를 스마트기기 플랫폼에 결합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애플 인텔리전스' 비전발표 후 MS에 빼앗긴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애플의 경쟁력은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20억대의 애플 기기를 기반으로 실제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에 있다. MS는 챗GPT를 만든 오픈AI에 거액을 투자해 지분의 절반을 보유한 AI 소프트웨어 리더다. 엔비디아는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반도체 GPU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누리는 하드웨어 기업이다. 구글, 아마존, 메타도 엄청난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언제라도 최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는 다크호스다. 대만 국민기업 TSMC는 AI반도체 파운드리분야에서 세계 1위며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다. 생성형 AI는 기술의 판도를 바꿔놓았고 인공지능과 AI반도체산업은 투자시장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AI가 대세인 지금 한국의 AI 기술력은 어느 정도일까. 영국 미디어 토터스인텔리전스가 2023년 발표한 글로벌 AI지수 조사에서 한국은 6위로 평가됐다.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 다음이다. 정부는 지난 7월30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인공지능 3대 국가(G3) 도약을 위한 '국가인공지능위원회' 출범을 예고했다. 세계 6위 수준의 AI 경쟁력을 3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AI가 주도하는 미래를 준비하려면 민관이 힘을 모아 총력대응해야 하며 여기서 AI기술 주도권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AI기술 세계 3위'는 도전적인 목표다. 그런데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설사 AI G3 국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미래 먹거리나 확고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게 되리란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첨단 디지털기술, 특히 AI와 반도체분야는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정글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총 10대 기업 중 8곳이 미국 기업인 점에 비춰볼 때 첨단기술은 국가간 격차가 매우 크다. 또한 AI기업의 글로벌 순위로 보면 최상위권은 거의 미국 기업 차지일 것이다. 1위 국가의 AI기업들이 최상위권을 독식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 지배력을 갖는다면 2위나 3위 국가가 차지하는 몫은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국가 순위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기업의 순위다. 스마트폰은 애플이, 반도체는 엔비디아와 TSMC가, 인공지능은 미국 빅테크가 시장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초격차의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1위 기업을 하나라도 더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앞으로 AI 초강국이 되지 못하면 그간 쌓은 IT 강국 신화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이런 엄혹한 현실 앞에서 여전히 IT 강국, 반도체 대국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스페이스 고문)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필로 스페이스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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