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배지 가득 들고 취재 갔던 88 서울 올림픽… 해외 선수들과 맞바꾼 배지·메달들
올림픽은 수많은 나라의 선수들이 4년마다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겨루는 행사다.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던 1989년 이전에는 스포츠 행사야말로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경재(85)씨는 조선일보, 경향신문, 합동통신, 연합뉴스 등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다 지금은 제주에서 지내고 있다. 기자 시절 국내외에서 스포츠 행사를 취재하다 각국에서 만든 올림픽과 체육대회를 기념하는 배지와 기념 메달들에 눈길이 갔다.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인 디자인 속에 그 나라의 국기와 휘장 등 문화가 녹아 있었다. 하나둘씩 모으다 보니 훌륭한 기념물이 되는 것을 실감했다.
해외 취재를 갈 때는 아예 우리나라의 배지를 잔뜩 사서 지니고 갔다. 이걸 하나씩 꺼내 들고 현장에 있는 여러 나라의 선수들이 가진 배지나 메달과 바꿨다. 자신이 취재를 가지 못하면 다른 부원에게 배지를 사서 주며 바꿔 오라고 부탁했다.
‘배지 수집’의 정점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이었다. 우리와 거의 교류가 없던 소련과 동구권 선수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매일 올림픽 경기장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소련과 다른 나라들의 희귀한 올림픽 기념 배지를 다량 입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수백 점의 배지와 메달을 모았지만,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지금은 어느 나라 것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88 서울 올림픽은 1980년 모스크바와 1984년 LA에서 열린 두 번의 ‘반쪽 올림픽’을 극복하고 세계 160국 1만3000여 명 선수단이 참여한 ‘동서 화합의 제전’이었다. 그 여파로 한국과 공산권의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됐으며, 세계의 냉전 체제도 와해 국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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