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더위에 물도 안 나와… 청도 1700여 가구 속태워
주민 “더운데 씻지도 못하고 밭일”
‘찜통더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경북 청도군에서는 수돗물이 끊기는 일도 발생했다. 무더위에 펜션, 축사, 과수원 등의 물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수장 용량(하루 2만1000t)을 초과한 것이다.
5일 청도군 물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청도군 일부 지역 1700여 가구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청도군에 수돗물이 끊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은 생수를 긴급 지원하고 소방차를 동원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이 더운데 씻지도 못하고 밭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청도군 각남면에서 객실 19개 규모 펜션을 운영 중인 A씨는 “갑자기 단수돼 손님들에게 숙박료를 전부 환불해 줬다”며 “손해가 하루 10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농민들은 “물이 끊겨 감나무에 농약을 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농사를 망칠까 걱정된다”고 했다. 요양원은 “환자복 빨래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연이은 더위에 열사병, 열탈수 등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올여름 온열 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15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3~4일 이틀간 7명이 숨졌다. 지난 4일 경남 밀양에서는 60대 남성이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 남성은 베트남 출신으로 지난 2일 오후 밭일을 하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당시 밀양의 낮 기온은 37도까지 치솟았다.
같은 날 대구 군위군에서는 참깨밭에서 일하던 70대 남성이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온열 질환자는 3일까지 1546명으로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 온열 질환자 수(1536명)보다 많다.
가축 피해도 불어나 지난 3일까지 닭, 오리 등 25만7483마리가 폐사했다. 수온이 상승해 양식장도 넙치 5867마리가 폐사하는 등 피해를 봤다.
이날도 전국은 여전히 무더웠다. 경기 양평은 체감 온도가 38.5도까지 올랐다. 강원 홍천(37.5도), 전남 담양(37.4도), 충남 아산(36.7도) 등의 체감 온도도 35도를 넘었다. 전국 곳곳에 시간당 30㎜가 넘는 강한 소나기가 내렸지만 더위를 식히기 역부족이었다. 습도가 상승해 오히려 더 후덥지근한 느낌이 든다는 시민이 많았다. 전남 장성과 전북 정읍에는 ‘폭염 경보’와 ‘호우 경보’가 동시에 발효되기도 했다.
매일 밤 기록적인 열대야도 이어지고 있다. 강원 강릉에는 지난달 19일 이후 17일 연속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2013년(16일 연속)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열대야는 밤에도 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전국의 열대야 일수는 평균 12일에 달했다. 역대 가장 무더웠던 2018년(9.5일)을 이미 넘어섰다.
기상청은 6일에도 낮에는 ‘한증막 더위’, 밤에는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5~40㎜ 소나기도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뜨거운 고기압 2개가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어 2018년 이후 6년 만에 최악의 폭염이 왔다”며 “이번 더위는 최소 열흘 이상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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