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조회에 “합법” “정치 사찰”… 3년 새 입장 바뀐 여야

이민준 기자 2024. 8. 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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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치·언론인 통신조회 논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7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재판과 관련한 변호인 의견서를 보고 있다./뉴스1

검찰이 최근 이재명 전 대표를 비롯해 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 언론인 등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데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정치 사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통해 확보한 피의자와 핵심 참고인의 통화 기록에 나오는 전화번호 가입자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가입자 조회’”라며 “사찰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이라는 입장이다.

◇3년 만에 또 ‘통신 조회’ 논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와 추미애 의원 등이 지난 2~3일 검찰에서 문자메시지로 통보받은 ‘통신 자료 조회’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핵심 참고인의 통화 기록에서 번호만 확보한 경우, 누구의 번호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SKT 등 통신사업자에 협조를 요청해 가입자명 같은 간단한 정보만 확인하는 것이다. 법원의 통신영장으로 통화 내역을 들여다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는 작년 9월부터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통신영장을 받아 피의자의 통화 내역을 확보했는데, 전화번호만 나오는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조회를 통해 확인된 정보는 가입자 인적 사항과 가입‧해지 일시 정도”라며 “개인별 통화 착·발신 기록은 확인한 바가 없다”고 했다.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통신 조회’ 논란은 3년 전에도 불거졌다. TV조선이 2021년 4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불법 출금 무마’ 혐의를 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고검장을 조사할 때, 김진욱 전 공수처장의 관용차를 보내 의전한 정황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도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공수처는 이 의혹을 취재한 기자와 그 가족 및 지인 등 170여 명과 ‘고발 사주’ 사건으로 국회의원 등 80여 명에 대해 ‘가입자 조회’를 했었다. 이 중 일부는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공수처가 통신 조회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도 논란이 됐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관련 규정이 없어, 당사자가 통신 회사에 직접 조회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이 미(未)통보 문제는 헌법재판소로 갔고, 2022년 7월 헌재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회는 작년 말 수사 기관이 통신 정보를 제공받은 후 30일 이내 조회 내용‧사용 목적 등을 통지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다만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경우 최대 6개월까지 통지를 유예할 수 있게 했다. 검찰이 올 1월 조회한 것이 최근 개개인에게 통지된 것이다.

◇정권 바뀌자 입장도 바뀐 여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총선 직전 야당과 언론을 상대로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정치 사찰이 자행됐던 배경이 무엇인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면서 “(현 정권은) 게슈타포(비밀경찰)가 판치는 나치 정권”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에서 통신 조회 통보 문자를 받은 의원과 보좌진을 대상으로 문서 번호, 제공 일자 등을 모았다. 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강백신 성남지청 차장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통신 조회가 이뤄질 당시 강 차장검사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수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2021년 공수처 논란 때는 정반대였다. 민주당은 “수사 기초 자료를 수집하기 위한 것” “사찰이 아니라 합법적 수사 행위”라고 했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 대통령은 “저와 제 처, 제 처의 친구들, 심지어 제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 미친 사람들 아니냐”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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