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성모병원 구조조정… 병상 줄인다

오경묵 기자 2024. 8. 6.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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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적자… 직원 감축도 검토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성모병원의 외래 및 퇴원 수납 접수 창구가 대부분 비어 있다. /김지호 기자

서울 여의도에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이 경영난으로 병상을 축소하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빅5 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사이 지역 종합병원들이 고사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모태 병원인 여의도성모병원은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무지 이동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병원은 535병상 규모에 직원 1300여 명이 근무 중인데, 이번 조사는 병상 축소와 직원 감축 등 구조 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최근 의료 사태와는 무관하게 병원 경영 효율화 등을 위한 것”이라면서도 “병상 축소 규모나 직원 전환 배치 수준 등은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21~2022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1936년 서울 명동에서 개원해 1986년 여의도로 이전한 여의도성모병원은 정치·금융의 중심지이자 서울 내 대표적 고급 주거 지역으로 꼽히는 여의도 유일의 종합병원이다. 여의도로 이전한 직후 ‘가톨릭 암센터’를 설립하는 등 국내 최초로 암 진료 전문 센터를 보유한 병원이었다.

하지만 2009년 서울 반포동 강남성모병원이 서울성모병원으로 간판을 바꿔 단 이후 진료 영역이 지속적으로 줄었다. 여의도성모병원의 암센터와 백혈병센터 등 핵심 진료 센터가 서울성모병원으로 넘어갔다. 2015년부터는 서울성모병원은 중증 질환 치료에, 여의도성모병원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와 호스피스 분야에 집중하는 ‘원 호스피털(One Hospital·하나의 병원)’ 체제가 도입됐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14년 상급종합병원 지정에서 탈락했고, 최근 공개된 대형 병원 중환자실 평가에서 2등급을 받는 등 하락세가 여전하다. 반면 서울성모병원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의 시설이 비교적 노후화된 데다 서울성모병원과 거리가 가까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 두 병원은 차량으로 약 20분(8.6㎞), 지하철로는 7정거장 거리에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의 연간 외래 환자 수는 2014년 55만여 명에서 2022년 58만여 명으로 ‘제자리걸음’에 그쳤지만, 서울성모병원은 같은 기간 159만여 명에서 179만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여의도성모병원의 기능 축소 이후 환자들이 서울성모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이 누적됐다”며 “여기에 더해 최근 전공의 사태로 경영 상황이 더 어려워지자 구조 조정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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